어느덧 스플릿 라운드까지 단 5경기만을 남겨둔 K리그1(클래식)에서 가장 뜨거운 순위 다툼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단연 중위권이다. 5위 포항스틸러스(아래 포항)부터 10위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하 상주)까지의 승점 차가 8점 차에 불과한 가운데 이번 라운드에서는 제주유나이티드FC(아래 제주)와 강원FC(아래 강원)이 맞붙는다.

23일(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9라운드 제주와 강원의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다. 2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양 팀은 승점 34점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다만 강원이 다득점에서 앞선 7위, 제주가 8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양 팀은 6위까지 주어지는 상위 스플릿 진출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

상위 스플릿과 하위 스플릿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상위 스플릿은 마지막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대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지만, 하위 스플릿 팀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잔류가 최대치다. 따라서 두 팀 모두 상위 스플릿에 대한 동기 부여도 강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분위기 좋지 않은 양 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팀의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제주는 최근 리그 13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 중이다. 7월 7일 15라운드부터 직전 라운드인 28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끊고 연승 가도를 달리며 상위권을 목전에 뒀던 제주지만, 그들이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 시즌 제주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여름 징크스'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2 대 1 상황에서 제주 이창민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이창민 ⓒ 연합뉴스


제주는 매 시즌 여름마다 고생이었다. 연고지 특성상 홈·원정 거리가 타 팀들에 비해 월등히 길어 체력적인 부분에서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최근 10경기에서 제주의 득점은 단 7골에 그쳤고, 실점은 17골이나 된다. 마그노, 찌아구, 진성욱 등이 나서는 공격은 빈공만을 가져가고 있고, 제주의 자랑이라 불리던 스리백은 자멸해 갔다.

제주의 이번 여름이 유난히 힘들었던 이유는 역시 선수 보강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 영입을 통해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했지만, 잠잠한 이적 시장을 보내는데 그쳤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배재우, 정운, 김도엽 등 총 8명의 선수를 내보냈으나 트레이드를 통해 울산현대축구단에서 김성주를 데려온 것 이외에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그리고 제주는 지난 20일 오반석을 아랍에미리트 리그에 속한 알 와슬로 이적시키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오반석은 제주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8년을 팀과 함께 한 '원 클럽 맨'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고, 이번 시즌도 24경기나 선발 출전할 정도로 팀 내 비중이 높았다. 결국 이 이적으로 제주는 수비의 핵심을 잃게 되었다. 센터백 이광선이 상주에서 전역해 복귀하고, 최근 포백으로 수비 전형을 바꾸며 중앙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줄였음에도 또다시 수비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강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8월 12일부터 김병수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이후 약소한 반등을 만들어냈지만, 그 상승세는 길지 않았다. 8월 19일 인천유나이티드FC전 7-0 대승을 거둔 이후로 4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김병수 감독의 색깔을 팀에 입혀내는 데 시간이 많지 않았다. 따라서 9월 초 A매치 휴식기는 그들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휴식기 종료 후 상·하위 스플릿 라운드를 결정하는 마지막 5경기에 대한 전술적 준비가 가능한 시간을 얻은 셈이었다. 그동안 훈련 시간 부족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나갔다. 이 기간 부상자들도 속속 복귀했다. 지난 7월 허벅지 부상으로 1개월 이상 회복에만 전념했던 풀백 박선주와, 팔 부상에서 복귀한 센터백 한용수가 돌아오며 수비진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 7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강원 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 강원 제리치가 헤딩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강원 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 강원 제리치가 헤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강원은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5라운드 경남FC(아래 경남)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전 연속 실점으로 역전패를 당했고, 26라운드 FC서울(아래 서울)전에서는 헛심 공방을 거듭한 결과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 라운드 상주전 패배는 뼈아팠다. 핵심 전력 17명이 모두 전역해 정상 전력이 아닌 상태인 상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볼 점유율이 70%를 웃돌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고 리그 득점 선두인 제리치가 23호 골을 만들어내며 분전했지만, 공·수 사이의 안정감이 부족했다는 평이었다. 절실함에서도 상대에게 열세를 보였다.

경기력보다 결과가 중요한 이번 한 판

이번 맞대결에서 양 팀은 경기력은 차치하더라도 결과를 얻어내는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어떻게든 승점 3점을 가져오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이후 일정도 만만치 않다. 제주는 이 경기 이후, 울산현대축구단과 경남, 서울 등을 차례로 만난다. 올 시즌 맞대결에서 열세를 보이거나 제주를 끈질기게 괴롭힌 장본인들이다. 강원은 제주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수원삼성블루윙즈, 전북현대모터스, 포항, 울산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강원보다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팀들이기에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라운드에서 패한다면 이후 경기에서도 승리 확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는 우선 공격력이 살아날 필요가 있다. 물론 수비 공백도 만만치 않다. 앞에서 말했듯이 오반석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수비의 한 축이 무너진 상태다. 그러나 김원일, 권한진도 이번 시즌 20경기 이상씩을 출전할 만큼 경기 감각은 뛰어나다.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거친 이광선을 여차하면 다시 수비수로 기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승리는 불가능하다.

제주는 강원에 유독 강한 마그노의 발끝에 희망을 걸고 있다. 마그노는 지난 5월 2일 강원전 해트트릭을 포함, K리그 진출 후 강원을 상대로 4골을 터뜨렸다. 그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그동안 강원을 상대로 4골을 기록했지만 무엇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이번 강원전에서는 반드시 웃겠다"라고 밝히며 이번 경기를 발판 삼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강원은 반대로 수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강원의 공격력은 나쁘지 않다. 경남의 말컹과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리치가 23골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의 파트너인 디에고와 문창진 등도 컨디션이 올라왔다. 이에 더해 2016년 당시 강원의 승격을 책임졌던 최진호가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이제 수비만 조직적인 모습을 갖추면 공·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 강원은 경기 내내 많은 수비 숫자를 동원함에도 불구, 중원과 후방에서 전혀 압박이 되지 않고 있다. 강원의 미드필더들이 활동량을 늘려 상대의 중원을 묶은 다음, 수비수들이 얼마만큼 안정감을 유지하느냐가 이번 경기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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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FC 강원FC 경기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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