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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핵위협과 전쟁위험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쇄'와 '(미국이 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며 '비핵화'를 언급해,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또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 합의서(합의서)'를 부속 합의서로 채택하고 구체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남북 간에는 종전선언이 이뤄졌다는 기대 섞인 평가까지 나옵니다.

19일 트럼프 미 대통령도 "엄청난 진전"이라 반색하며 2차 북미회담 성사 가능성까지 내비춰 지지부진했던 북미협상에도 숨통이 트였습니다.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에서 '비핵화-종전선언 빅딜'과 관련해 더 큰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아직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핵무기 목록 공개, 핵무기·시설·물질 관련 신고 및 검증으로 이어지는 '핵사찰' 등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24일 한미 정상간 회담 등 추후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은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의 의미가 아닌,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남측이 35km 더 양보해서 '황당하다'는 조선일보

조선일보 <서해 훈련중단 수역, 황당한 양보…우리쪽이 북한보다 35Km 더 길다>(9/20 전현석 기자 http://bitly.kr/G4bC)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중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서해는 135㎞ 구간, 동해는 80㎞ 구간에 완충수역을 조성해 남북이 서로 일체의 해상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 간 합의가 '우리 측의 황당한 양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 근거는 "남북이 합의한 완충수역은 서해가 동해보다 훨씬 넓다. 서해의 경우 NLL 서쪽 끝을 기준으로 북측 구역은 약 50KM인 반면, 남측은 85KM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대부분 북한 군사 도발이 서해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앞으로 NLL부근 해역과 서해5도에서 북측 기습 공격에 대비한 우리 해군과 해병대 훈련이 사실상 중지된다", "결국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안보 불안'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국방부는 당초 서해와 동해 완충수역이 똑같이 80Km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리 서해 훈련금지 수역이 이보다 훨씬 넓었던 것"이라며 "국방부는 서해 완충수역이 80km가 아니라 135km라는 언론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정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 서해 완충수역이 NLL 기준으로 남은 약 85km 북은 약 50km라고 보도한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9/19)
 ? 서해 완충수역이 NLL 기준으로 남은 약 85km 북은 약 50km라고 보도한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9/1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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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9월 평양선언'이 나온 19일에도 <단독/서해 훈련중단 구역 따져보니…북은 50km, 남은 85km>(9/19 양승식‧변지희 기자 http://bitly.kr/rXsV)에서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동등한 비율로 양보해서 완충수역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35km를 더 양보한 셈"이라며 '누가 몇km를 더 내줬는지'를 따진 겁니다.

중앙일보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중앙일보 <서해 훈련중단구역 북 50km 남85km…NLL 무시했나>(9/20 이철재 기자 http://bitly.kr/L61i)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 실제 거리를 재본 결과 초도(북한)에서 덕적도(한국)까지는 135km였다. NLL의 최북단인 백령도를 기준으로 하면 북한 초도까지 50km, 한국 덕적도까지 거리는 85km 남짓이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어떤 선을 기준으로 완충수역을 설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고 전했습니다.

"완충수역을 설정할 때 NLL 기준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전망"도 남겼습니다. 조선일보처럼 '양보', '황당'이라는 공격적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누가 더 많이 양보했냐'에 집중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서울·한겨레·경향은 50:85 구분 않고, 135km라고만 보도

타사는 같은 'NLL 완충수역'을 두고 조선·중앙과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따로 몇 km인지 구분하지 않고, 충돌을 막기 위해 서해에 135km의 완충지대를 지정했다고만 전한 겁니다.

경향신문 <육해공 무력사용 금지…완충지대 만들어 '전쟁 없는 한반도'>(9/19 https://bit.ly/2PSMiNA)는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서해 135km, 동해80km)으로 지정해 포 사격과 기동 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한겨레 <군사분계선부터 5km 내 포병사격 기동훈련 전면 중지>(9/19 https://bit.ly/2OGJvXG) 역시 "바다에도 11월부터 동서해 북방한계선 주변에 완충수역이 설정된다. 서해는 덕적도~초도 사이의 135km수역이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동아일보‧서울신문도 19일 각 1건의 보도에서 '완충수역'을 똑같은 방식으로 간단히 전했습니다.
  
? 20일 ‘서해 완충수역’ 지정 관련한 보도 내용 비교(9/20) ⓒ민주언론시민연합
 ? 20일 ‘서해 완충수역’ 지정 관련한 보도 내용 비교(9/20)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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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합의 내용은?

조선일보의 주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남북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끝내자는 합의로서 남북정상간 9.19 평양공동선언에도 "남과 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 등 구체적인 '군사적 대치 완화 방안'이 담겼습니다.

수많은 '군사적 평화 조치' 중 딱 하나만 골라서 비판?

조선일보가 이중 문제 삼은 것은 합의문이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하였다"며 제시한 지상‧해상‧공중의 구체적 방안입니다. 여기에는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전면 중지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소촉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게 설치 및 포문 폐쇄조치를 취하며 ∆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 항공기와 공대자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라는 내용이 제시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중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한 내용에 착안해 직접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거리를 NLL 기준으로 재어 '남측이 35Km를 더 양보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즉 '상호 군축'에 해당하는 많은 평화적 조치 중 NLL과 엮을 수 있는 내용을 골라내어 '우리가 양보했다'는 프레임을 세운 겁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NLL을 포기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방부 "단순 해역의 크기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부당… 양보 아냐"

물론 국방부가 처음 합의서 내용을 발표할 때 "서해 적대행위 중단 구간은 80km이고 양측이 동등하게 40km씩"이라고 했으므로 이는 명백한 실수입니다. 국방부는 조선일보 지적에 따라 "135km"가 맞다며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35km 차이'를 과연 '황당한 양보'로 보기는 힘듭니다. 국방부는 "단순의 해역의 크기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오마이뉴스 <국방부, 서해 완충수역 80km→135km 정정…"단순오기">(9/20 김도균 기자 http://bitly.kr/2w9e)에 따르면, 국방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상뿐 아니라 육상의 포병과 해안포까지 중지를 고려한 것으로 완충구역 내에 북측은 황해도 남쪽 해안과 육지에 해안포와 다연장 포병 등이 배치된 반면, 우리 측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포병 화력과 서해 상 해안포가 배치돼 있다"며 "완충 수역에서 제한되는 군사활동은 해상에서는 함포사격과 함정기동훈련, 도서와 육상의 해안지역에서는 포병과 해안포 사격 중단 등이 해당하는 바, 단순히 해역의 크기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거리만 가지고 유불리를 따질 순 없다는 겁니다.

JTBC <서해 완충수역 80km → 135km 수정 … 국방부 "단순 실수">(9/20 채승기 기자 http://bitly.kr/C5mE)에서도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를 북쪽에서 포위하듯 감싸고 있는 서북도서 지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고, 국방부 당국자는 "서해에는 북한 함정이 6배가량 많고 해안포도 집중 배치돼 있어 함께 병력을 물리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으로 가는 길, 큰 틀에서 바라봐야

이처럼 이번 '서해수역'의 경우 남측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북 상호간의 군사 적대 행위 축소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북한이 내놓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의 우선 영구적 폐기'라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한이 내놓은 협상 조건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외교적 협상은 당연히 주고받는 조건에 따라 이뤄지며 '상호 군축'에 버금가는 적대 행위 축소는 '윈윈'에 해당하는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번 정상회담의 '손익계산서'를 따지고 싶었다면 '비핵화'라는 근본적 잣대 아래서 분석해야 합니다. '비핵화'는 그간 조선일보 등 보수 세력이 목 놓아 외쳤던 요구사항이기도 합니다. 군사적 적대 관계를 종식하려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 분위기를 점진적으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누가 얼마나 더 양보했는지 계산부터 한다면 평화는 멀어질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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