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마무리 함덕주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마무리 함덕주가 9회초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마무리 함덕주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마무리 함덕주가 9회초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LG 트윈스와의 '잠실 더비'에서 또 승리했다. 두산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LG에 9-3 완승을 거뒀다.

두산은 올 시즌 LG를 12번 만나 단 한 번도 지지 않았고, 지난 시즌부터 계산하면 LG전 1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같은날 2위 SK 와이번스가 한화 이글스에 덜미를 잡히며 두산은 정규리그 자력우승 매직넘버를 5까지 줄였다. 반면 가을야구 커트라인인 5위 수성에 갈길 바쁜 LG에게는 또다시 치명상을 입힌 패배였다.

두산, 이번 시즌 LG 상대로 '14연승 질주'

두산은 올 시즌 압도적인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하지만 LG도 시즌 내내 5강권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며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을 만큼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은 아니다. 더구나 두 팀은 같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잠실 라이벌이라는 특수성도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평균적인 시즌 순위에는 격차가 있었을지언정 양팀간 맞대결에서만큼은 팽팽한 명승부를 펼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 일방적인 천적관계가 된 것은 미스터리다.

두산이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은 2000년대 이후 LG와의 상대전적에서 밀린 것은 단 4번(2000, 2009, 2012, 2014년)뿐이다. 2015시즌 8승 8패로 마지막 호각세를 기록한 이후로는 최근 3년간은 두산이 꾸준한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2016시즌에 9승 7패, 2017시즌에는 9승 1무 6패로 내용상 비교적 박빙이었지만 올시즌에는 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종전 양팀간 상대 전적에서 가장 격차가 벌어졌던 2005년(두산 13승 5패 우위)의 기록을 사실상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LG 덕분에 올 시즌 두산의 또 다른 '승수 자판기' 희생양이 되고 있는 롯데(3승 12패), NC(3승 10패), 삼성(4승12패) 등이 오히려 선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길 정도다. 더구나 두산은 어차피 정규시즌 우승을 거의 확정짓고 여유로운 입장이지만 5위 수성도 버거운 LG로서는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기에 '두산전 무승'의 타격이 더 크다.

내친김에 KBO리그 사상 역대 특정팀 최다 연승-연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조금씩 점쳐지고 있다. 종전 기록은 기아 타이거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두 시즌에 걸쳐 기록한 18연승이다. 당시 롯데는 2001년부터 무려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한창 '동네북'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프로 원년인 1982년 OB(현 두산) 베어스가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기록한 16연승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기아-롯데와 달리 OB와 삼미의 기록은 1982년 같은 시즌 내에 이루어진 기록이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특정팀이 한 시즌 상대 전적 전승-전패 기록한 것은 OB와 삼미가 유일하다. 당시 OB는 리그 승률 1위와 초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강팀이었고, 삼미는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저승률(15승65패, .188)을 기록한 약팀이었다.

두산이 올 시즌 LG와의 남은 경기를 '전승'하게 되면 82년 이후 36년 만에 또 한번의 대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18연승으로 기아-롯데가 세운 특정팀 상대 최다연승-연패 기록과는 타이를 이루게 된다. 양 팀의 올시즌 대결은 아직도 4번이 더 남아있다. 두산에게 있어서는 위대한 도전이겠지만 가뜩이나 가을야구 진출에 갈길 바쁜 LG로서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참고로 특정팀 상대전적 관련에서 불명예 기록이 가장 많은 팀은 단연 롯데다. 특정팀에게 15연패 이상을 3번이나 당한 유일무이한 팀이다. 앞서 언급한 기아에게 두 시즌에 걸쳐 18연패를 당한 것을 비롯하여 2008~2009년에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15연패, 2016~2017년에 걸쳐 NC 다이노스에게 또 15연패를 당한 바 있다.

특히 2016년 경남 라이벌 NC에게 상대 전적 1승 15패로 밀린 것은 1982년 OB-삼미전에 이어 KBO 역대 단일시즌 특정팀 상대 전적에서 두 번째로 낮은 승률이었고 그해 롯데가 8위에 그치며 가을야구에 탈락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시즌 LG가 두산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거둔 성적만 놓고 보면 63승 1무 54패 승률 .538이 된다. 두산의 경우는 70승 45패 승률 .609다. LG가 두산전에서 최소한 5할 이상의 승률만 기록했더라도 지금처럼 기아-삼성과 5강 막차 티켓을 놓고 살얼음 경쟁을 펼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SK-한화 등과 플레이오프 직행을 경쟁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2위권을 10게임 이상 따돌리고 일방적인 독주를 펼치는 상황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두산-LG의 일방적인 상대 전적이 양팀의 순위싸움은 물론이고 KBO리그 판도가 일찌감치 기울어지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더 이상 라이벌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양 팀 위상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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