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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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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여덟 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21일 주택공급 정책이 추가로 발표되면 16개월 만에 아홉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아래 9.13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집값 상승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를 뛰어넘는 강력한 대책이라고 평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1년간 정부가 지속해왔지만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켜왔던 정책들을 강화하는 것에 머물 뿐이다. 또한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과거 신도시 방식의 공급확대 정책은 제2의 판교, 위례 등 주거안정보다는 투기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실패했던 정책들만 고수하고 근본적인 정책 도입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정책입안자들이 의지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국토부 관료들의 전면 교체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책 실패자들의 교체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전면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명확히 시장에 줘야 한다.

집값 상승에 비해 매우 초라한 종부세 인상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 모습.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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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종부세 상승 폭은 집값 상승 폭에 비해 매우 초라하다. 시가 15억 원짜리 2주택을 보유한 경우 종부세 상승액은 700여만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당초 정부안에 비해서 300만 원 늘어난 수준이다.

8월 기준 평균 가격이 16억 원인 서울 상위 20% 아파트들의 집값 상승액(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은 3.6억 원에 이른다(국민은행 기준). 같은 조건으로 2주택 소유 시 7.2억 원의 집값이 상승했는데 종부세는 700만 원 상승한 1300만 원을 내는 것이다(재산세 포함시 2000만 원).

집값 상승으로 이같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세금이 부담돼 집을 매도할 확률은 낮다. 종부세 부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집값을 낮추는 정책이 함께 펼쳐져야 한다. 

저렴한 공공주택과 분양가통제, 분양원가 공개 등으로 주변 분양가를 낮추고, 집값을 하향 안정시켜놔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까 말까다. 이미 일부에서는 '결국 시장이 이긴다'며 '문재인 정부만 넘기고 보자'는 버티기를 독려(?)하는 현상조차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종부세 인상마저도 개정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종부세 강화는 대부분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현 국회 구조상 개정안이 통과될 확률은 낮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세금폭탄론'을 내세우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분간 선거가 없다곤 하지만 정부 지지율이 예전만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여론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증세안을 힘 있게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열심히 일해 강남에 1주택을 가지고 있는 40대 가장의 종부세 폭탄'이라는 언론 보도가 거짓이라는 것이 하루만에 밝혀지는 등 이제는 시민들이 정치권과 언론의 세금폭탄론에 과거처럼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증세는 매우 민감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정부의 보유세 인상이 진정성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진정 보유세 강화 의지가 있었다면, (증세로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만) 정부권한으로 할 수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와 불평등 개선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지 않으면서 종부세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야당 탓을 하며 생색이라도 낼 수 있는 국회에 공을 떠넘긴 것이다.

조세정의 내세우지만... 정의롭지 않는 과세체계 공고히 하는 대책 
 
잠실 제2롯데월드 전경.
 잠실 제2롯데월드 전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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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이번 대책을 앞두고 여당 대표와 부총리 등은 '토지공개념' '조세정의 실현' 등 갖가지 미사여구를 동원했다. 그러나 대책은 조세정의와는 동떨어졌다. 다주택자들만 '악'으로 규정할 뿐 이들보다 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 상가 보유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기업, 특히 재벌이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공시지가 기준 토지보유 상위 10개 법인(법인명 비공개)의 토지 면적은 19억1022만㎡(5억7784만1550평, 여의도 660배)다.

공시지가기준 369조6602억 원에 이른다. 공시지가가 통상 시세의 40%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924조 원으로 추정된다. 2015년 기준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땅값은 6575조 원이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목별 시세반영률을 통해 추정한 추정 가격은 8400조 원이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토지는 아파트 등에 비해 시세보다 훨씬 낮을 뿐 아니라, 세율도 낮고, 별도합산 된다. 400억 원 초과 토지의 종부세율은 0.7%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보유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빌딩과 꼬마빌딩 등 건물엔 종부세가 부과조차 되지 않는다.

20억 원짜리 아파트는 땅값과 건물값을 포함해 종부세를 내고 있지만, 3.8조 원을 들여 지은 제2롯데월드는 건물에 대한 단 한푼의 종부세도 내지 않고 있다. 재산세를 위한 건물 과표 또한 1.3조 원에 불과하다. 4년 전 평당 4.4억 원에 거래된 삼성동 한전부지(현대차 GBC)의 공시지가는 여전히 1.3억 원이다. 서울 공시지가 상위 100위 중 종부세를 내는 필지는 49개에 불과하다. 만약 시세를 제대로 적용해 공시지가를 책정했다면 93개 필지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러한 극심한 조세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 집값 상승을 내세워 다주택자만 '악'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증세하는 것은 불평등한 과세체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결코 정의롭지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재정개혁특위의 비주거용토지(별도합산토지) 재산세 인상 권고안을 거부한 데 이어 이번에도 유독 기업은 증세에서 제외시켰다.

결국 피해는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 본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전날인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는 모습.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전날인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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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특히 최근 2개월 사이 가히 폭등이라 부를 만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것에 머물 뿐이다. 비싼 가격으로 주택구매를 포기한 청년들과 무주택자를 위해 집값을 낮추겠다는 계획은 찾아 볼 수 없다.

또다시 공급확대론을 내세워 30개 공공택지를 개발한다는 하지만, 과거 이러한 논리로 공급된 판교·위례·동탄·광교·다산 등 수도권의 수많은 신도시가 어떻게 변질됐는지는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주거안정은커녕 기업에게 토지를 매각해 건설사들과 소수의 분양자들이 이익을 독식했으며, 이를 노린 투기판이 벌어졌다. 비싼 법정건축비, 민간에게 토지를 매각해 분양하는 공급방식, 국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해 공급되는 주택임에도 분양원가를 비공개하는 지금의 공급체계 아래서 공급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상세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건물분양 주택 공급, 토지 민간매각 금지로 공공주택 20%를 조기 확충해야 한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한 조세정의와 부동산을 가진 만큼 세금을 내도록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1%(최고세율 3%)로 강화해야 한다(보유세 강화 이후 거래세 완화).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정부가 생각하는 집값 안정은 '더이상 오르지 않는 현상유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인식으로는 지금의 미친 집값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부동산 대책은 국민 주거권 보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다면 정부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그 피해는 모두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 입는다. 지방에 사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또 어찌할 것인가.

토지공공성 철학과 이를 실현할 정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재편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광풍은 꺼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다시 초심, 촛불 민심을 그대로 부동산 대책으로 담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승섭씨는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부동산대책,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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