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토트넘 홋스퍼가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리그를 포함한 공식전 3연패다.
 
토트넘이 19일 오전 1시 55분(아래 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주세페 메아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1차전 인터 밀란과 맞대결에서 1-2로 패했다. 토트넘은 반드시 잡아야 했던 첫판을 놓치면서, 2차전 FC바르셀로나와 맞대결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UCL 3연패를 이룩한 레알 마드리드, 독일의 명가 도르트문트와 한 조에 속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16강전에선 강호 유벤투스와 접전을 벌이며 세계 축구팬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여름 새로운 영입은 없었지만,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델레 알리 등 핵심 선수들이 건재했기에 올 시즌도 UCL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참으로 의아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트넘이 맞나 싶다. 7시즌 만에 UCL 무대로 복귀한 인터 밀란을 상대로 전반전부터 크게 고전했다. 3선에 포진한 에릭 다이어와 무사 뎀벨레가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기본적인 전진조차 힘겨웠다.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 우왕좌왕했고, 볼을 빼앗기는 모습이 반복됐다.
 
공격은 부정확한 긴 패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중원을 거치지 않고 후방에서 길게 차준 뒤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공격의 지휘자 역할을 맡은 이가 에릭센이 아닌, 에릭 라멜라였다. 지난 15일 리버풀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른 라멜라는 정상 컨디션도 아니었다.
 
드리블은 길었고, 판단은 늦었다. 허무하게 공격권을 넘겨주는 일이 반복됐다. 전방의 케인은 고립됐고,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간 손흥민은 외로웠다. 에릭센이 볼 배급을 돕기 위해 3선까지 내려서면서, 토트넘의 전방은 답답함을 더했다. 손흥민이 짧고 빠른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에릭센의 번뜩이는 패스가 케인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고, 손흥민의 빠른 드리블이 왼쪽 측면을 휘저었던 모습을 빼면, 전반전 토트넘은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홈팀 인터 밀란이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전방 압박을 빼면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행운의 선제골... 결말은 충격적인 역전패
 
토트넘은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공격의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상대의 체력이 떨어져 압박이 헐거워진 탓이었다. 후반 7분에는 행운이 따른 선제골까지 터뜨렸다. 에릭센이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인터 밀란 진영을 혼란에 빠뜨렸고, 그의 재차 슈팅이 수비수 뒤꿈치를 거치며 골망을 갈랐다.
  
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밀란?토트넘 경기 2018년 9월 19일 오전 1시 5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란의 산 시로 구장에서 열린 인터밀란과 토트넘의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경기. 인터밀란의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와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공을 쫓고 있다.

▲ 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밀란?토트넘 경기 2018년 9월 19일 오전 1시 5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란의 산 시로 구장에서 열린 인터밀란과 토트넘의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경기. 인터밀란의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와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공을 쫓고 있다. ⓒ AP/연합뉴스


토트넘이 분위기를 잡았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며 득점을 노렸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16분 손흥민의 슈팅이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아쉬움이 남았다. 만족할만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인터 밀란을 곤경에 빠뜨리는 흐름이 분명했다.
 
그런데 토트넘은 웃지 못했다. 후반 중반 이후 수비에 힘을 실은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터 밀란에 분위기를 넘겨줬다. 치명적이었다. 후반 40분, 인터 밀란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최고의 공격수 마우로 이카르디가 측면에서 날아든 크로스를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당황했다. 승점 1점을 따내기 위해 케인을 빼고 대니 로즈를 투입하는 변화를 줬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역전골까지 내줬다. 후반 추가 시간, 스테판 더 프레이의 헤더 패스를 마티아스 베시노가 머리로 방향을 바꾸며 골망을 출렁였다.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역전골이었다.
 
충격패 토트넘, '손흥민 뺀' 포체티노의 치명적인 패착
 
토트넘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그런데 질 경기도 아니었다. 인터 밀란의 경기력이 승리를 거머쥘 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유럽 무대의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토트넘이라면, 7시즌 만에 UCL 무대로 복귀해 적응 시간이 필요한 인터 밀란은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 참으로 아쉽다. 우선, 라멜라의 선발 투입과 활용 방법이다. 라멜라는 선발로 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리그 2라운드 풀럼전 이후 부상으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고, 지난 15일 리버풀전에서야 교체로 돌아왔다. 리버풀전서 만회골을 터뜨리긴 했지만, 온전한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했다고 한들, 라멜라가 UCL 무대서 선발로 나설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2015·2016시즌 리그 34경기(선발 28) 5골 9도움, UEFA 유로파리그 8경기(선발 7) 6골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후 가치를 증명한 적이 없다. 장기간의 부상에 허덕였고, 또다시 부상으로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25경기(선발 7) 2골 2도움, UCL 2경기(선발 1) 출전이 기록의 전부였다. 올 시즌도 시작 전부터 부상에 허덕이며 정상적인 몸 상태를 갖추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 라멜라에게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맡겼으니, 실패는 당연했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력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 공격 포인트나 번뜩임은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을 가장 먼저 뺀 판단도 아쉬웠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참가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쳤다. 풀타임은 무리다. 그러나 측면을 휘저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이고, 지난 시즌 케인 다음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골게터다. 원정 승리 혹은 승점을 위해서라면, 손흥민을 조금 더 오랜 시간 뛰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손흥민의 움직임은 에릭센과 함께 가장 좋았다. 답답한 공격 전개 상황 속에서도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물오른 수비 가담 능력도 뽐냈다. 리그 일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후반 막판 '주포' 케인을 빼고 로즈를 투입한 선택은 치명타였다. 득점이 아닌 수비를 위한 선택이었기에 더욱 아쉽다. 케인은 188cm의 장신이고, 로즈는 173cm의 단신이며 측면 수비수다. 세트피스 수비에서 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교체였다. 케인이 그라운드에 남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공식전 3연패다. 리그도 위기지만, UCL도 어려워졌다. 토트넘은 강력한 우승 후보 FC바르셀로나와 한 조다. FC바르셀로나는 같은 시각 열린 PSV 아인트호벤과 U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현실적으로 B조는 토트넘과 인터 밀란, PSV 아인트호벤이 2위 자리를 두고 싸워야 한다.
 
토트넘의 UCL 조별리그 2차전 상대는 FC바르셀로나다. 포체티노 감독의 패착이 UCL 조기 탈락을 불러오진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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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인터 밀란 마우리시오포체티노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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