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모(192cm·경희대) 선수

강병모(192cm·경희대) 선수 ⓒ 박진철

 
대학배구에서 유독 '불타는 투지와 환한 표정'으로 팬들을 사로잡는 선수가 있다. 강병모(23세·192cm) 선수다.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올해 들어 실력까지 꽃을 피웠다. 최대 장점은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라는 점이다.

완성형 레프트는 한국 배구는 물론 세계 배구계에서도 가치가 치솟고 있다. 그만큼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의 완성형 레프트는 남녀 배구를 불문하고 연봉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경우가 많다.

남자배구에서는 윌프레도 레온(201cm·폴란드), 후안토레나(200cm·이탈리아), 은가페(194cm·프랑스), 루카렐리(195cm·브라질) 등이 정상급 완성형 레프트로 꼽힌다. 여자배구에서는 김연경(192cm·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완성형 레프트다.

물론 강병모가 아직 세계적 수준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건 아니다. 중요한 대목은 완성형 레프트 스타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희대의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리그를 마친 2018 대학배구 리그에서 공격 득점(166득점)과 리시브 점유율(36.2%)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대학배구 전체 선수 중에서도 득점 7위, 공격효율 4위, 서브 8위에 올랐다.

경희대가 주 공격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소위 '몰빵 배구'를 지양하고,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강병모의 득점력은 더 빛이 난다. 그러면서 알렉스(센터), 이승호(세터)와 함께 팀의 주축 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강병모의 맹활약에 힘입어 경희대는 올해 대학배구 리그 정규리그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충남 청양군에서 열린 전국대학배구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했다.

스피드 배구 시스템이 낳은 '옥동자'
 
 투지와 환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강병모 선수

투지와 환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강병모 선수 ⓒ 박진철

 
강병모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스피드 배구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선수라는 점이다. 스피드 배구는 토털 배구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서브 리시브가 조금 나쁘거나 2단 연결 상황에서도 세터와 공격수 전원이 빨리 준비하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득점 성공률을 높이는 전술이다.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완성형 레프트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경희대는 중부대와 함께 대학에서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아직은 높은 수준의 완성도에 이르진 못했지만, 몇 년 전부터 스피드 배구를 팀의 색깔로 정하고 선수들도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지금은 빛을 발하고 있다. 2018 대학배구 리그 정규리그에서 중부대는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경희대도 3위를 차지했다. 대학에도 스피드 배구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강병모는 그런 시스템 속에서 단계적으로 육성된 선수다. 그는 대학 2학년까지 벤치를 주로 지키거나 가끔씩 교체 멤버로 투입되는 비주전이었다. 지난해 3학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고, 올해는 기량이 만개했다.

강병모의 플레이 스타일은 스피드 배구에서 레프트 공격수가 갖춰야 할 모습을 두루 갖추고 있다. 공격할 때 점프가 좋고, 순간 스윙 스피드가 빠르고 강하다. 후위에서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도 수시로 구사한다. 어택라인 뒤에서 2단으로 연결된 공도 그냥 넘겨주지 않는다. 강력한 후위 공격으로 득점을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나쁜 볼 처리 능력도 준수하다.

특히 서브 리시브를 할 때 대부분 '오버핸드 리시브'를 한다. 오버핸드 자세로 받고 달려들어가 공격하는 패턴이 잘 단련돼 있다. 또한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다.

스피드 배구-완성형 레프트... '학교 배구'부터 타올라야

지난 16일 끝난 남자 프로배구 KOVO컵 대회에서 삼성화재가 9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 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삼성화재는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꺾었다.

외국인 선수도 없이 국내 선수로만 일군 우승이기에 더 큰 조명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대회 MVP로 선정된 송희채(27세·190cm)가 있다. 올해 FA 자격을 얻어 OK저축은행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송희채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했다. 삼성화재의 5경기 중 3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완성형 레프트의 존재가 팀의 색깔과 성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준 셈이다. 관건은 외국인 선수 타이스가 복귀하는 V리그에서도 그런 배구를 할 수 있느냐이다.

송희채는 그동안 '수비형 레프트'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곤 했다. 주로 수비에 치중하고, 공격력이 약하다는 뜻이었다. 수비형 레프트라는 표현은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의 대부분을 몰아주고, 국내 선수는 수비에 치중하는 경향이 만연하면서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세계 배구 흐름에 맞지 않고, '반쪽 선수'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고교·대학 등 학교 배구에서부터 스피드 배구 시스템 속에서 단련된 완성형 레프트가 꾸준히 그리고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럴 경우 언젠가는 남자배구 대표팀에도 레프트 2명 모두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완성형 레프트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야 아시아 중위권 유지도 버거운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한국 남자배구의 미래와 직결된다. 강병모의 성장을 기대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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