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의 양현종 선수가 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9.3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의 양현종 선수가 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9.3 ⓒ 연합뉴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5위 경쟁이다. 2주 전과 비교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8위까지 추락한 롯데 자이언츠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고 6위 자리를 지키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도 힘이 떨어졌다. LG 트윈스의 경우 좀처럼 5위 굳히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반면, 세 팀에 비해 잔여 경기가 많이 남은 KIA 타이거즈가 막판 스퍼트를 내면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5위 주인공이 확실하게 정해졌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다.

약 보름 동안 어느 한 팀이 치고 나가지 못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대부분의 팀들이 상승세를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휴식기를 통해 마운드를 재정비한 LG가 한숨을 돌렸으나 연승 행진을 달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머지 팀들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극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 삼성은 휴식기 이전보다 승수를 쌓는 게 어려웠고, 지난 13~14일 대구 LG전에서 2연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추격에 실패했다. 일주일 넘게 승리 소식이 없는 롯데는 1.5경기 차로 추격 중인 9위 NC 다이노스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KIA도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9일 광주 삼성전부터 12일 마산 NC전까지 3연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9-5로 승리하며 값진 1승을 챙겼고, 15일과 16일 홈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삼성을 끌어내리고 6위로 올라섰다. 아직 LG와 맞대결이 두 차례 남아있고 다른 팀들보다 기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KIA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위기에서 팀을 구한 양현종의 호투, 일단 분위기는 전환됐다

역시 양현종은 에이스였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9월 두 차례의 등판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8일 삼성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1사사구 1실점, 15일 SK전에서는 8이닝 5피안타 1사사구 2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8월 한 달간 3경기 2승 1패 ERA 5.71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국제대회 이후 양현종은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또한 그가 선발 등판했을 때 타선이 꼬박꼬박 점수를 뽑아내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마저 패배했다면 동력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SK와의 2연전이 고비일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됐다. 15일 SK전은 선발 양현종의 호투와 8회말에만 네 점을 뽑아낸 타선의 지원 덕분에 두 점 차로 승리했고, 이튿날에는 나지완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7-6 한 점 차 승리를 가져갔다. LG, 삼성, 롯데가 나란히 패배의 쓴맛을 봤지만 5위 경쟁 중인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KIA만 웃었다. 2승 이상의 결과물을 수확한 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LG의 자리를 빼앗으려면 양현종의 호투만으로는 부족하다. 헥터, 임기영, 팻딘 등 다른 투수들의 흐름은 썩 좋지 않다. 헥터의 경우 3경기 1패 ERA 5.82로 8월 12일 SK전 이후 한 달 넘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꾸준한 호투와 타선의 득점 지원으로 시즌 20승을 달성했던 지난해의 행보와는 다소 다르다. 그나마 직전 등판이었던 16일 SK전에서 6이닝 7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피홈런 두 방을 제외하면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결국 관건은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임창용, 선발진의 키를 쥐고 있는 팻딘과 임기영까지 나머지 세 명의 선발 투수의 호투 여부다.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면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KIA는 현재 도전자의 입장이다. 되도록이면 1승이라도 더 쌓아야 한다. 잔여 경기가 많은 것이 이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지도 모른다. KIA가 하기 나름에 달려 있는 부분이다. 일단,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에는 성공했다.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잔여 경기 일정, 5위 경쟁의 마지막 변수
 
8연패 고개를 들지 못하는 롯데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넥센에 패해 8연패를 기록한 롯데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8.9.16

▲ 8연패 고개를 들지 못하는 롯데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넥센에 패해 8연패를 기록한 롯데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8.9.16 ⓒ 연합뉴스

 
KBO는 17일 오후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정규시즌'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KBO의 발표에 따르면, 정규시즌 최종일은 10월 13일(토요일)로 확정됐으며 우천 취소 경기가 발생할 경우 예비일 편성이 이뤄진다. 상황에 따라서 10월 이후에는 더블헤더 경기를 편성 및 실시할 수 있다. 잔여 경기 수가 많지만 포스트시즌 일정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만큼 올핸 더블헤더 소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일정이 가장 빡빡한 팀은 KIA와 롯데다. 나머지 8개 구단의 일정을 살펴보면,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월요일이 아니더라도 휴식일이 존재한다. 그러나 두 팀에게 주어진 휴식일은 월요일밖에 없다. 여기에 더블헤더가 편성된다고 가정하면 체력적인 문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기회가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있으나 반대로 말하면 다른 팀들 쉴 때 경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았다. 특히 불씨를 살린 KIA의 행보에 따라서 5위 주인공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번주부터 삼성과의 원정 2연전을 시작으로 중요한 경기들이 KIA를 기다린다. 특히 오는 27~28일 잠실 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원정 2연전은 반드시 2연승을 기록해야 하는 시리즈다. 승차를 크게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7위 삼성과도 세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6위 수성과 5위 탈환을 동시에 노려야 한다. 맞대결 결과에 따라서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낮아지거나 혹은 좀 더 높아질 수 있다.

와일드카드 진출을 바라보는 5위 LG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올 시즌 LG만 만나면 패배를 안긴 두산 베어스와의 맞대결이 무려 5번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두산전 연패가 이어지는 것도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이지만 5번의 맞대결에서 원하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일 경우 5위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2위 SK와도 세 번의 맞대결이 남아있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선두 경쟁은 이미 끝난 분위기다. '누가 리그 1위를 차지하느냐' 보다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 5위 경쟁이 가장 큰 볼거리가 됐다. 어느 팀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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