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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식감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영덕의 송이버섯.
 향기와 식감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영덕의 송이버섯.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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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발전은 사람들의 '먹을거리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단 자신이 먹는 음식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미식가(美食家)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들이 이제 '양'보다는 '맛'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세태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난달 업무 때문에 서울을 찾았다. '미식가'의 순위를 정하라면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을 사진작가 하나와 방문한 강남의 레스토랑. 트러플(Truffle·유럽산 송로버섯)을 올린 파스타가 나왔다.

향기 하나만으로도 포크를 든 사람 모두를 매혹할 만했다. 허겁지겁 그걸 먹는 기자를 웃으며 지켜보던 사진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맛있지? 근데 아무리 품질 좋은 트러플도 송이버섯 향기만은 못해. 왜냐고? 송이버섯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잖아." 

거기에 이런 대꾸를 내놓을 수 있었던 건 기자가 경상북도에 사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 곧 열릴 영덕 송이축제 오셔야겠네요. 향기만으로도 배부를 테니."
 
영덕군은 아름다운 바다와 청정한 산을 동시에 지닌 송이의 주산지다.
 영덕군은 아름다운 바다와 청정한 산을 동시에 지닌 송이의 주산지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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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송이버섯을 채취하고 있는 영덕의 농민.
 조심스럽게 송이버섯을 채취하고 있는 영덕의 농민.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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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송이는 '숲속에서 만나는 로또'  

짙푸른 바다와 청정한 산이 조화를 이룬 경상북도 영덕군은 최상품의 송이버섯이 생산되는 곳으로 오래 전부터 이름을 알렸다. 여름철에는 잦은 비가 내리고, 여기에 타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은 영덕은 자연산 송이의 고향으로 수백 년 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송이버섯을 성장하게 하는 생육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6월에는 3~4일마다 비가 내려줘야 하고, 기온은 20~23도를 오르내려야 한다. 여기에 송이가 자라기 좋은 산 속 환경까지 갖춰야 하는 것.

영덕군은 해마다 2~3t의 송이버섯을 채취농가로부터 구입한다. 이는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인 동시에 영덕군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것을 막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우윳빛의 매끈한 몸체에 동그랗게 자리한 머리 부분. 쫄깃한 식감과 매혹적인 향기를 지닌 영덕의 송이는 가을마다 한국 미식가들을 설레게 한다. 영덕군청의 공무원들은 말한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송이버섯의 1/3이 우리 고장에서 나옵니다. 사실 영덕 송이는 군(郡)의 보물을 넘어 한국의 보물이지요."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게 조그만 지역사회의 경제상황이지만 영덕은 송이 덕택에 이런 걱정에서 훌쩍 벗어나기도 했다.

한국의 전체 경기와 상관없이 송이버섯이 나오는 계절이면 영덕의 송이요리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송이버섯에 곁들일 쇠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까지 호황을 누린 것. 이를 반영하듯 해마다 9~10월이면 공중파와 케이블방송 PD들이 송이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영덕군을 찾는다. 이른바 '송이버섯 로드의 탐구'다.

오랜 세월 송이를 채취해온 영덕읍 이상범씨는 "송이 생산량이 늘면 영덕 사람들의 웃음도 환해진다"는 말로 송이버섯이 자신의 고향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적(詩的)으로 설명했다.
 
깔끔하게 포장돼 소비자를 기다리는 영덕 송이버섯.
 깔끔하게 포장돼 소비자를 기다리는 영덕 송이버섯.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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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송이가 맛있는 '특별한 이유'  

한국 최대의 송이 산지인 영덕군. 군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영덕 송이버섯이 맛있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송이가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영상 17도 내외의 기온에서 송이버섯은 가장 잘 자란다. 또한 8월을 시작으로 9월과 10월에 생육의 90%를 이루는 게 송이다. 영덕은 이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앞으로도 영덕군은 정확하고 치밀한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영덕 송이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려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송이버섯은 경상북도와 강원도에서 대부분 자라고 채취된다. 전국 송이 생산량의 92%가 이 지역에서 나오는 것. 현재는 각종 환경적 영향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앞서 언급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낮아지는 송이 생산량을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덕군은 올해 봄 산림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임산식·약용버섯연구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비 5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영덕군은 지품면 삼화리에 연구시설과 유량종균 배양시설, 버섯 시험재배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송이를 포함한 버섯 생산기술의 첨단화를 지향하며 '송이버섯 최대 생산지' 영덕의 위상을 이어갈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영덕군청 산림지원과장인 권오웅씨는 "임산식·약용버섯연구센터의 유치는 영덕군이 '버섯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이버섯 채취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려온 영덕 농민들도 "송이버섯의 시장 확대와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 농가 수입 증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연구센터의 건립을 반기고 있다. 
  
송이버섯이 들어간 요리는 향기부터가 다르다.
 송이버섯이 들어간 요리는 향기부터가 다르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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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온 '2018 영덕 송이장터' 

지난해 펼쳐진 영덕 송이장터는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행사장을 찾은 군민들은 "영덕의 소득증대와 홍보에 이만한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송이버섯을 맛보고 구입한 관광객들은 "평소에는 먹기 힘든 송이가 소량으로 포장돼 판매되기에 우리도 그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덕군청은 매일 행사장을 찾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송이의 등급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일소시켰다.  

송이와 함께 판매된 쇠고기, 오징어, 고추, 각종 과일도 영덕 생산농가의 소득을 높여줘 농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와 관련해 영덕군은 "앞으로도 장터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해 우리 군에서 생산된 송이의 명품화와 산업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약속은 올해도 지켜진다. 17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21일까지 펼쳐질 '2018 영덕 송이장터'가 바로 그 현장.  

영덕읍 경동로에 위치한 영덕군민운동장과 '사랑해요 영덕휴게소' 일원에서 진행될 이번 송이장터는 송이 직판장과 농·수·임산물 판매장이 열릴 직거래마당, 송이 불고기와 송이 칼국수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마당, 송이차 시식과 송이 깎기 목공예 체험이 진행될 체험마당 등으로 구성됐다.

보다 상세한 '2018 영덕 송이장터' 관련 내용은 영덕군 홈페이지(http://www.yd.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송이버섯, #영덕, #트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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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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