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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16세기 무적함대가 이끄는 해상왕국으로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문명이 공존하는 포르투갈은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의 남부 세비야에서 우리는 이제 이베리아반도의 서쪽 나라 포르투갈로 갑니다.

세비야에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가는 길, 여행에서 지친 나는 졸음이 쏟아집니다. 네 시간을 넘겨 이동하는 동안, 꿀잠이 달콤합니다. 어느 휴게소에 버스가 멈춰 섰습니다.

"지금 여기가 포르투갈인가?"
"국경을 넘은 지 한참 되었는데, 잠만 자고 그래요!"


옆자리 아내가 국경을 넘는 게 고속도로 요금소 지나듯 너무 간단하다고 들려줍니다. 여권 검사나 입국 심사도 없이 그냥 통과했다고 합니다.

남북분단으로 같은 민족끼리 휴전선이라는 금단의 선을 그어놓고 오도 가도 못하는 우리 상황에 비하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철도가 이어지고, 도로가 뚫리고,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부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항해시대부터 혁명의 기억까지를 간직한 테주강
 
포르투갈의 드넓은 평원. 수확이 끝난 밀짚을 이용하여 만든 곤포사일리지가 엄청나게 펼쳐져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드넓은 평원. 수확이 끝난 밀짚을 이용하여 만든 곤포사일리지가 엄청나게 펼쳐져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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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평원에 소떼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습니다. 드넓은 밀밭농장에는 밀짚을 뭉쳐 만든 수많은 곤포사일리지가 보입니다. 가축사료를 밀짚으로도 쓰는 모양입니다. 리스본에 테주강이 흐르고, 그 강 위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옮겨놓은 듯한 붉은 다리를 버스는 순식간에 건넙니다.
 
4월 25일 다리.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강에 위치한 현수교입니다.
 4월 25일 다리.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강에 위치한 현수교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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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는 건설 당시에 '살라자르 다리'라 불렀어요. 지금은 1974년 4월 25일 혁명이후 '4월 25일 다리'라 바꿔 부르고 있죠."

1966년 완공한 다리는 당시 살라자르 총리의 이름을 따서 불렀다고 가이드는 설명합니다. 36년이나 재임한 살라자르는 포르투갈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공을 세웠다지만, 독재자라는 오명은 지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리 명칭에서 그의 이름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테주강을 바라보며 팔을 펼치고 있는 예수상이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테주강을 바라보며 팔을 펼치고 있는 예수상이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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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모습. 포르투갈 최대의 도시이며, 유럽대륙 대서양 연안 굴지의 항구도시입니다.
 리스본의 모습. 포르투갈 최대의 도시이며, 유럽대륙 대서양 연안 굴지의 항구도시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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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자 언덕 위에 거대한 예수상이 리스본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높이 28m 높이의 거대한 예수상은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예수상은 1959년 10년에 걸려 완공되었다는데, 예수 품에 안겨있는 리스본은 위안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 같습니다.

툭툭이투어를 통한 리스본 관광

"리스본은 언덕이 많아 걷기가 만만찮아요. 4~5인승 툭툭이를 타면 편하게 시내를 관광할 수 있지요. 전망 좋은 언덕에서 리스본 시내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구요."
 
리스본의 세발오토바이 '툭툭이'. 관광객들의 발이 되어 리스본 시내를 누비고 다닙니다.
 리스본의 세발오토바이 "툭툭이". 관광객들의 발이 되어 리스본 시내를 누비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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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최대 규모의 코메르시우 광장.
 리스본 최대 규모의 코메르시우 광장.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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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이드의 권유에 따라 툭툭이에 몸을 실었습니다. 툭툭이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세발 오토바이입니다. 툭툭이마다 디자인도 멋지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툭툭이는 도로 위의 레일을 달리는 트램과 차량이 엉킨 사이사이를 잘도 달립니다. 차로 갈 수 없는 울퉁불퉁 좁은 길도 요리조리 누빕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툭툭이가 리스본 대성당 앞에 멈춰 섰습니다. 대성당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 합니다. 12세기 그리스토교가 이슬람으로부터 되찾은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성당입니다. 요새처럼 각이 진 종탑과 예수 12사도가 그려진 장미창이 인상적입니다.

"1755년 리스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대지진이 있었어요. 수만 명의 인명피해가 나고, 엄청난 건물들이 무너졌지요. 그런데 대성당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니 대단하지요!"
 
고풍스런 리스본 대성당. 1147년 공사를 시작한 이래, 여러 차례 수정이 되었으며 대지진에도 견뎌냈습니다.
 고풍스런 리스본 대성당. 1147년 공사를 시작한 이래, 여러 차례 수정이 되었으며 대지진에도 견뎌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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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대성당 안. 자연채광으로 쏟아지는 빛이 경건하고 엄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리스본 대성당 안. 자연채광으로 쏟아지는 빛이 경건하고 엄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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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 견고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대지진에도 버티어낸 힘은 과연 무엇일까?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과 정성을 다한 기도로 세운 힘이 성당을 지켜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이 주를 이루지만, 나중에 건조한 고딕 양식의 회랑과 그 후 보수한 바로크 양식의 제단 등이 섞여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변천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오르락내리락 달리는 툭툭이가 리스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까지 올랐습니다.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스본 시내. 테주강, 4월 25일 다리, 예수상도 보입니다.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스본 시내. 테주강, 4월 25일 다리, 예수상도 보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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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눈 아래 펼쳐지는 전경이 한 폭의 수를 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붉은 기와를 올린 집들이 푸른빛의 태주강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곳에서는 리스본 일몰이 아름답게 펼쳐져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벨렘지구의 세계문화유산

우리는 전망대에서 리스본의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뒤로하고 벨렘지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벨렘지구는 포르투갈 대항해시대의 영광을 보여줍니다. 여기가 제로니무스 수도원인데, 항해를 떠난 탐험가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있었던 곳이죠."

테주강을 따라 1501년에 세워진 수도원은 해상영웅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항로 발견을 기념해서 세웠다고 합니다. 야망을 품고 나아가 대항해시대에서 얻은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도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국적인 하얀색 건축물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마누엘 1세 국왕 이름을 따서 '마누엘 양식'이라는 독특한 건축양식이 있는 것을 보면 포르투갈 사람들의 자부심이 큰 수도원입니다.
 
포르투갈 예술의 백미로 꼽히는 마누엘 양식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입니다.
 포르투갈 예술의 백미로 꼽히는 마누엘 양식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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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아치형 구조물 사이로 은은한 빛을 내는 듯한 수도원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야자수처럼 아름답게 장식된 든든한 기둥은 리스본 대지진에도 성당을 지켜냈다고 합니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콜럼버스의 관을 네 왕이 받들고 있었죠! 그런데 이곳 수도원의 바스쿠 다 가마의 관은 사자가 받치고 있는 게 특이하죠!"

시간이 없어 성당 안 구경을 지나친 게 아쉽습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도원 안에 항해와 관련된 조각품들이 장식되어 거대한 탐험일지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수도원에서 짧은 거리에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탑이 보입니다. 세계문화유산 벨렘탑이 그것입니다. 외국 선박의 출입을 통제하고, 통관절차를 밟던 역할을 하던 건물이었습니다. 1515년 마누엘 1세에 의해 바스코 다 가마의 세계일주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곳 벨렘탑 아래쪽은 비축창고로 쓰다가 19세기에는 정치범을 가두는 감옥이었다고 해요. 밀물 때 들어온 거센 물결로 수중감옥이 되었으니 끔찍하였을 것 같아요!"
 
테주강에 있는 벨렘탑. 대험가들의 전진기지이고, 테주강을 드나드는 이들을 감시 통제하는 요새였습니다.
 테주강에 있는 벨렘탑. 대험가들의 전진기지이고, 테주강을 드나드는 이들을 감시 통제하는 요새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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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렘탑은 숱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만, 포르투갈 탐험가들은 마지막으로 탑을 보고 항해를 떠났고, 돌아와서는 처음으로 탑을 보라보며 무사귀환에 안도를 했을 것입니다.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벨렘탐은 리스본의 얼굴이나 다름없습니다. 순백의 화려함이 돋보인 대항해시대의 위엄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식민지를 개척하고 해상왕국이란 이름을 떨쳤던 포르투갈. 그들이 누렸던 옛 영화는 역사의 부침 속에 많이 퇴색되었지만, 예전 남겼던 찬란한 문화는 아직도 포르투갈 사람들 가슴속에 빛나고 있습니다.

태그:#포르투갈, #리스본, #리스본 대성당,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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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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