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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 실외기 위 빨간 고추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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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다 어떻게 집에서 말렸어요?"

방앗간에 고추를 빻으러 온 어떤 여인이 내가 가지고 간 말린 고추를 보고 물어본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채반에도 놓고, 그 위에 화분진열대에 있던 화분을 모두 치우고 그 위에서도 말렸어요. 그리고 이번 여름이 엄청 더웠잖아요. 우리 집 고추는 그 덕을 좀 본 것 같아요."

질문했던 여인이 나를 빠금히 쳐다본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도 말렸다. 내가 생각해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고추를 잘 말렸다는 게 대견하다. 또 고추 농사가 생각보다 잘 된 것도 고맙다.
 
햇빛 좋은 거실 창가
 햇빛 좋은 거실 창가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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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 진열대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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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신기록을 세울 만큼 폭염이 이어졌고, 작년보다 고추도 덜 심었다고 남편이 말했기에 고추농사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니 지금 밭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데 왜 안 따요? 많이 열렸어요. 얼른 와서 따요."

전화를 받고 남편이 밭에 가보니 정말 고추가 아주 예쁜 색깔로 익어 주렁주렁 열렸다고 한다. 남편도 반가운 마음에 힘든지도 모르게 고추를 따서 집으로 왔다. 남편이 따 온 고추의 양을 보고 좋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비가 오지 않아 여름 가뭄으로 농부들의 몸과 마음이 고생한다는 소식을 신문 방송을 통해 자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고추 값이 작년보다 훨씬 비쌀 거란 말도 여기 저기에서 들었다. 언니 말에 의하면 두 배는 비쌀 거라고도 했다.

비도 오지 않고 물을 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열렸냐고 물었다. 남편이 하는 말 "우리 밭 위에 논이 있잖아. 그 논 주인이 목감천에서 물을 끌어 쓰고 있거든. 우리 밭이 바로 아래 있으니깐 땅 속으로 스며들어 그 덕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다. 이치적으로 맞는 말 같았다. 물이 스며들면서 그 주변이 촉촉해졌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올해처럼 여러 가지 나쁜 조건 속에서도 고추 농사가 잘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수가 없다. 그런 반면 말릴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몰려오기도 했다. 전에 살던 집은 저층에 있어서 아파트 앞마당으로 고추를 들고나기가 별로 힘들지 않았다. 또 우리 고추인 것을 주변에서 다 알고 있으니 비가 오면 내대신 고추를 걷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11층에 살고 있어 베란다에서 말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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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낙비에 잠시 들여 놓은 잘 말라가는 빨간고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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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방앗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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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태양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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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같은 더위가 계속 되어 건조기 사용도 하지 않고 무사히 완전 태양초를 만드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 이젠 완전태양초와 아닌 것을 구별하는 능력도 조금 생겼다. 고추 빛깔도 고추 꼭지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태양고춧가루가 5.45kg(9근 정도) 완성되었다.

이 고춧가루로 올 김장도 걱정 없게 되었다. 친구들이 카카오스토리에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는 "그게 정말 주말농장에서 농사 지은 거니? 빛깔 정말 곱다. 이젠 김장 걱정은 끝이네" 한다.

태그:#태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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