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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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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를 막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에도 세금 인상과 공급 확대 등 비슷한 대책이 나왔지만, 이듬해 집값이 폭등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대책은 종합부동산세율을 최대 3.2%까지 올리고, 수도권 도심과 그린벨트 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사실상 원천 차단했다. 세금 인상과 주택 공급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은 이미 13년 전에 나왔다.

9.13 대책과 놀랍도록 닯았던 8.31 부동산 대책, 집값은 더 올라

2005년 8월 31일 발표된 8.31 부동산 대책도 '투기 억제'가 목적이었다. 종부세 부담을 늘리고,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내용이다. 세부적인 대책을 보면 세금 인상부터 도심지역 규제 완화까지 이번 9.13 부동산 대책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당시 종부세의 경우 다주택자(1가구 2주택 이상)의 종부세 과세 방법을 인별(1인당)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꿨다. 다주택자 양도세 세율도 9∼36%에서 50%의 단일세율로 바꿔 세 부담을 늘렸다.

동시에 정부는 연 300만 평의 택지확보 등 수도권 지역 대규모 아파트 공급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위례신도시도 이때 밑그림이 그려졌다. 뉴타운 등 구도심권의 광역개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도 상향 조정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그럼에도 8.31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지 못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이듬해인 2006년 전국 주택 가격은 무려 11.6% 급등했다.

또 서울의 매매가 상승률은 18.9%로 2005년 상승률(6.3%)보다 정확히 3배 확대됐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집중 분포했던 강남은 무려 22.7%나 폭등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오히려 투기를 자극한 꼴이 된 것이다.

보수 언론으로부터 '세금 폭탄'이라고 융단 폭격을 맞았던 종부세지만, 실제 아파트 매매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계획에 따라 위례 등에 공급됐던 아파트들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위례신도시는 최근 집값 상승의 주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집값을 낮춘 게 아니라, 비싼 집만 더 늘리는 꼴이 됐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대규모 공급책이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집값을 잡기 위해, 단순 공급 확대만을 내놓는다면, 또 비싼 주택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과거 사례 분석 없이 내놓은 공급책으로는 또 다시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급해서 집값 잡기 실패했는데 또 다시 반복"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한승희 국세청장,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참석했다.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한승희 국세청장,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참석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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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세의 경우, 또 다른 실패 사례가 있다. 세금 부담이 줄었는데, 집값은 하락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의 가구별 합산 과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종부세는 인별(1인당) 과세로 바뀐다.

종부세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판결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공시지가 4억, 부인이 3억 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고 가정해 보자. 가구별 합산은 남편과 부인이 가진 주택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 경우 부부가 합친 주택가격은 7억 원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인별합산으로 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은 남편과 부인이 가진 주택을 따로따로 본다. 즉 남편은 4억 원, 부인은 3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것으로 보고, 부부 모두 종부세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다주택자들이 가족 증여 등을 통해 종부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셈이다.

또 세금이 주택 매매가를 결정하는 상수였다면, 집값은 올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집값은 하락했다. 이듬해 2009년 수도권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1.2% 상승에 그쳤다. 서울도 2.7%였고, 강남도 3.4% 상승에 그쳤다. 2010년에는 오히려 집값이 하락한다. 서울 주택 매매가는 1.2% 하락했고, 서울 강남은 -1.4%로 하락폭이 더 컸다.

"종부세 올렸지만, 비정상적 시장 흐름에 얼마나 영향 미칠지 몰라"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세금'이 집값의 절대변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은 과거 사례들이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 9.13 대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종부세 수준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나름 애를 쓴 개편안이긴 하지만, 종부세 개편의 경우 노무현 정부 수준에 비하면 다소 못 미친다"며 "정상적인 시장 흐름이 아닌 부동산 시장에 이 정도의 세금 대책이 얼마나 시장에 영향 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2005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들고 나와서는 똑같이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며 "먼저 현재 부동산 폭등을 방치, 조장해 왔던 국토부 관료들부터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05년 당시 상황과는 다른 점이 있다며, 나름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대책의 내용에 있어서는 (2005년 8.31 대책과) 조금 유사한 면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갭투자 등 투기수요가 많아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볼 때는 나름대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종부세, #9.13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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