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칠레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첫 출항을 무사히 마쳤다.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90분 내내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0-0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축구대표팀은 2경기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로써 축구대표팀은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평가전을 통해 다소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스타리카전은 경기 내내 경기 주도권을 잡으면서 스피디한 공격 전개와 후방에서 차근차근 이어지는 빌드업 과정이 눈에 띄어 앞으로의 희망을 보였다. 반면 FIFA 랭킹 12위의 강호 칠레와의 평가전에선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든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2연전을 통해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2경기 무실점으로 마친 수비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축구를 따라다녔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였던 것은 '수비불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재임 시절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최적의 조합을 찾지못해 매경기 수비불안을 노출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 시절에는 김민재라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냈지만 역시 수비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못했다. 결국 수비불안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되었다.
 
'공중전쟁'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

▲ '공중전쟁'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 ⓒ 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2연전에서 월드컵 전후로 활약했던 선수들과 아시안게임 멤버, K리그 2경기 관전을 통해 추스린 엔트리에서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수비 라인에 월드컵에서 활약한 홍철, 김영권, 장현수, 이용을 2경기 연속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적으론 무실점으로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일전을 마쳤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칠레전에선 상대의 강한 압박과 김진현 골키퍼의 골킥 미스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는 장면도 있었지만 수비가 쉽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수비라인에선 김영권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영권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결승골을 비롯해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찬사를 받았던 바 있다. 김영권은 월드컵 이후 이적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소속팀(광저우 헝다)에서 출전기회가 없었음에도 경기력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평가전에서도 월드컵 때 보여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다시 선보이며 수비진의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타리카전 후반전에 투입된 김민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민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강력한 피지컬과 커버플레이, 스피드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던 바 있다. 김민재는 지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도 상대 공격진을 봉쇄하면서 대표팀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데 일조했다. 측면수비인 홍철과 이용 역시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어 홍철의 부상으로 칠레전 전반 32분에 투입된 윤석영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이며 왼쪽 풀백자리의 경쟁을 예고했다.
 
종료 직전 아찔한 순간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칠레의 경기. 한국 장현수의 패스 미스로 칠레 디에고 발데스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고 있다.

▲ 종료 직전 아찔한 순간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칠레의 경기. 한국 장현수의 패스 미스로 칠레 디에고 발데스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도 2-0으로 앞선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상대에게 실점위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어 칠레전에선 경기 종료 1분 전 장현수의 애매한 백패스가 상대 공격수에게 차단되면서 실점위기를 내주는 등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칠레와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패스미스로 내준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긴 이후 중계화면에 클로즈업 된 벤투 감독의 표정은 상당히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디테일한 코칭스태프의 훈련

슈틸리케, 신태용 감독의 재임시절 축구대표팀 훈련의 아쉬움은 디테일의 부족이었다. 그나마 신태용 감독 시절에는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미냐노 등 스페인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월드컵을 경험한 코치진이 합류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이후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은 "선수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손흥민과 기성용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통해 디테일한 훈련과 관리체계에 목이 말라있던 선수단의 고충을 인지한 것이다.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선임에 있어서 감독의 명성은 물론이거니와 코칭스태프도 상당히 중요하게 봤다고 알려졌다.

그렇게 선임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상당히 디테일한 훈련방식을 보여줬다. 전체적인 큰 틀은 본인이 관리하되 공격과 수비, 체력, 골키퍼 포지션까지 분업화되면서 디테일한 훈련을 보여줬다. 동시에 코치들이 직접 촬영한 카메라를 통해 기록되는 등 그동안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훈련들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디테일함에 선수단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승우를 비롯해 손흥민과 기성용 등 선수들은 벤투 감독이 세밀함을 요구한다면서 전체적인 훈련 프로그램에 만족한다는 표현을 했다.

부임 초반부터 체계적이고 디테일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유발해낸 셈이다.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며 대표팀의 새로운 훈련방식을 접목시켰다는 점은 벤투 감독 1기 수확 중 하나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

지난 2년 사이 한국 축구의 많은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갔다. 물론 2016년 9월 1일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과 지난해 8월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지만 모두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실망감만 안겨줬다. 여기에 대표팀의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대표팀 경기에서의 관중수와 관심도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를 비롯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일처리,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이 이어지면서 떠나갔던 팬심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이 열린 고양 종합 운동장엔 35922명의 관중이 입장했는데 이는 이날 판매가능 좌석이 모두 판매된 것이다. 덕분에 지난 2013년 10월 브라질전 이후 5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이어 11일 열린 칠레전에서도 판매가능 좌석인 40760석의 티켓이 모두 판매돼 지난 2006년 5월 세네갈-보스니아전 이후 12년 만에 2경기 연속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지난 8일 파주 NFC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오픈 트레이닝에서는 당초 500명의 팬만 선착순으로 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전날 밤부터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생겨나 무려 1100여 명의 팬들이 참여하는 '대성황'이었다.

최근 한국축구에 불어오는 상승세가 관중몰이로도 이어져,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다시 회복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코스타리카전과 칠레전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인 대표팀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4년 전에도 한국축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처참한 실패 이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통해 다시금 인기를 회복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대표팀의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팬들이 멀어져갔다.

이번에는 그때의 일을 되풀이 해선 안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는 꺼져가던 한국축구를 향한 팬심이 마지막 불씨가 살아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기와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 심판, 축구관계자들을 비롯해 K리그에서도 퀄리티 높은 경기를 통해 팬들의 바람을 해소해줘야 한다. 
 
'주장의 무게'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코너킥을 찰 준비를 하고 있다.

▲ '주장의 무게'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코너킥을 찰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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