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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교육지원청이 전체 교직원들 PC에 깔도록 한 부팅 퀴즈 프로그램.
 경기 성남교육지원청이 전체 교직원들 PC에 깔도록 한 부팅 퀴즈 프로그램.
ⓒ 성남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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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부팅 시마다 무작위로 청렴 퀴즈 제공 및 문제 풀이 후 종료."

11일 경기 성남교육지원청이 이 같은 '청렴 퀴즈 프로그램'을 이 지역 유초중고 전체 교사들 컴퓨터에 일제히 깔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퀴즈를 반드시 풀어야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0일 성남교육지원청이 이 지역 165개 유초중고에 일제히 보낸 공문 '청렴 퀴즈 프로그램 배포 알림'을 입수해 살펴봤다. 이 교육지원청은 공문에서 "각급학교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을 소속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에 설치하라"면서 "14일까지 설치 완료 후 자료 집계 시스템으로 설치현황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면 PC가 부팅할 때마다 퀴즈를 풀어야 본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중고교 교과교사가 노트북으로 수업을 하려면 학생들을 앞에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퀴즈를 풀어야 하는 형편으로 내몰린 것이다.

신동하 성남 청솔중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는 11일 기자에게 보낸 글에서 "가뜩이나 느린 학교 컴퓨터에 퀴즈 부팅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수업 때마다 풀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교육지원청이라는 이름을 망각한 허튼 수작이며 학생 학습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해당 프로그램 설치 지시 사실을 알게 된 교사들은 페이스북에 "일부러 이렇게 수업방해하기도 힘든 일, (교육지원청이 아니라) 교육적폐청이다", "드디어 교육지원청이 미쳤다", "프로그램 개발할 돈으로 학교 컴퓨터나 바꿔 달라"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성남교육지원청 "학교 입장 생각하지 못해 죄송"

이날 경기도교육청에도 교사들의 항의 전화가 잇달았다. 그러자 성남교육지원청은 오후 다시 이 지역 학교에 정정공문을 보내 '설치 강제사항'을 '설치 권장사항'으로 고쳤다. 하지만 정정하는 까닭도, 사과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성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렴 사업을 하다 보니 기존 방식대로 하면 식상하기도 해서 새로운 방법을 구상해본 것"이라면서 "그런데 교사와 학생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며 프로그램 일괄 삭제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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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