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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경복궁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한복을 입고 경복궁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 한복을 입고 경복궁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한복을 입고 경복궁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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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한복 차림의 여성 3명이 사진을 찍고 있다. 색깔만 다를 뿐 이들의 복장은 비슷했다. 위로는 화려한 금박 장식 사이로 속살이 비치는 시스루 저고리를 입었다. 금·은박 장식이 수 놓인 치마는 와이어(후프) 등이 들어가 부풀려진 형태였다. 허리에는 금색 끈으로 만든 리본이 묶여 있었다. 전통 한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전통한복을 변형한 것이지만, 한복 차림이기 때문에 이들은 고궁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한복 착용자에게 음식값의 10%를 할인해주는 '한복음식점' 혜택도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 종로구청이 과도하게 변형된 한복을 '국적 불명'으로 규정하고 혜택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청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우리 옷 제대로 입기 한복토론회'를 열었다. 김오현 종로구청 문화과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고궁에 출입하는 한복착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라면서도 "젊은층들이 퓨전한복을 선호하면서 국적 불명 한복이 많이 생겼다"라고 했다.

종로구에 따르면 국적 불명 한복은 안이 비치는 시스루 저고리, 짧은 기장의 치마, 허리 뒤로 묶는 리본, 과도한 금박·레이스 장식, 서양 드레스처럼 부풀린 치마 등이다. 같은 날 경복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한복이다.

대중화인가 전통 훼손인가
 
전통한복과 변형된 한복  종로구청이 11일 토론회에서 전시해놓은 전통한복과 변형된 한복.
▲ 전통한복과 변형된 한복  종로구청이 11일 토론회에서 전시해놓은 전통한복과 변형된 한복.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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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복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무료로 궁궐에 입장할 수 있다. 여기서 전통이냐 개량이냐는 구분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금종숙 한국전통문화대학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 변형된 한복이 전통한복 문화를 사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도하게 변형된 한복을 착용하게 되면 우리 전통한복뿐 아니라 그것을 입는 방법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저고리와 치마의 끈을 올바르게 묶고 전통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복여행가 권미루씨도 한복을 입는 문화 자체가 많이 퍼졌으니 "이제는 질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고 했다. 어떤 한복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토론 시간에 손을 든 한 시민도 "입장료는 별 게 아니지만, 혜택은 제대로 입고 간 사람에게 줘야 한다"며 "지금처럼 변형된 한복은 개량한복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복대여업체 운영자들은 난감해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종로구 내 한복대여업체 '우리옷 한류' 김귀식 대표는 "한복 체험은 실내가 아닌 야외 활동이 주류를 이룬다"라며 변형 한복을 마구잡이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한복대여업체를 운영중인 황상정씨도 "손님들은 가격을 떠나 취향에 맞춰 고른다"라며 "확실히 전통한복보다는 퓨전한복을 많이 선호한다"라고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전통한복은 색깔이 선명하니 사진이 잘 나온다고 추천하는 것"이라며 "전통 옷이니까 입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한복을 '패션화'(개량)해서 입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요즘 시내에서 입고 다니는 옷은 개량한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종로구가 (지나치게 변형한 한복을 입는 이들에게) 혜택까지 줘야 하나 의문이다"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최소한 전통한복의 형태, 가치 등을 너무 왜곡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종로구청은 논의 내용을 모아 문화재청에 '고궁입장 한복가이드라인'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구청 차원에서는 10월부터 한복음식점 혜택을 전통한복 착용자로만 제한할 예정이다. 한복음식점은 한복 착용자에게 음식값의 10%를 할인해주는 것으로 현재 116곳 정도 된다.

한복 입은 젊은이들은... '시대 역행' 비판

거리에서 만난 시민 사이에선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종로구청이 말하는 '국적 불명'의 한복을 입은 김아무개(23)씨는 "전통한복이 아니라고 할인을 해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라고 했다. 그는 "전통한복에는 치마 모양을 유지해주는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라며 "그래서인지 매장 내에는 전통한복이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천아무개(23)씨는 "명절에는 한복을 잘 입지 않고 궁에 놀러 올 때나 입는 것 같다"라며 "사진 찍기 좋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라고 밀했다. 천씨는 "이렇게라도 한복을 입게 하는 게 더 좋지 않나"라면서 "너무 전통만 (강조)하는 것은 틀에 박힌 것 같다"라고 했다. 진아무개(29)씨도 "꼰대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신아무개(29)씨는 "한복을 예쁘게 개량하면서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입고 외국인들도 좋아하는데, 이것을 왜곡된 인식이나 훼손으로 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한복은 시대에 맞게 개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구청 쪽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는 것 같다"라며 "어디까지를 변형으로 봐야 할지도 불분명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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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