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스페셜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손님이 오면 설탕물을 타서 대접하기도 했을 만큼 설탕은 귀한 물건이었다. 당시엔 하얀 설탕이 오가는 명절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설탕이, 단맛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당뇨'가 우리 사회에 흔한 질병으로 등장하면서 그와 더불어 단맛, 혹은 단맛의 대명사인 설탕은 건강을 위해 금기시해야 할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겉치레일 뿐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단맛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당을 올리지 않는 단맛'이라는 매혹적인 문구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 약품을 비롯해 각종 식재료, 심지어 담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 생활 속으로 깊숙히 침투해 들어왔다. 아침으로 먹은 현미 시리얼에도, 케첩 바른 토스트에도, 피자와 함께 먹은 피클에도, 얼큰하게 고추장을 넣어 끓인 요리에도 '단맛'은 빠지지 않는다. 단지 형태만 변했을 뿐이다. 심각한 건 오늘날 우리가 먹는 '가공된 단맛'이 우리의 몸에 더욱 해롭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은 '끊을 수 없는 단맛의 역사'와 오늘날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공된 단맛'에 대해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단맛, 그 중독의 역사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스페셜


인류가 단맛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 뉴기니에서 사탕수수가 재배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기원전 350년 인도로 건너가 비로소 '설탕'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베어낸 사탕수수를 착즙하여 불순물을 거르고 정제하여 만들어낸 천연 설탕 구르(gur)가 만들어졌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설탕을 물에 타서 먹을 정도로 인도인에게 설탕은 삶의 일부이다. 설탕을 밀가루에 버무려 튀기고 그걸 다시 설탕물에 졸인 '튀김 설탕 과자' 잘레비(jalebi)를 비롯하여 섵탕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단과자(스위트)까지, 그야말로 설탕은 인도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인도의 설탕은 바클라바(baklava), 로쿰(lokum)으로 대표되는 스위트의 천국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설탕이 모두에게 넉넉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유럽으로 간 설탕은 왕실과 귀족들에게 허용된 '귀한 식재료'였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식품 '마카롱'의 경우, 명품으로 대접받는 프랑스의 주문 제작 상품의 가격이 약 7천 달러(778만 원)를 호가하기도 한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에게 설탕은 고급 식재료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설탕은 익숙한 맛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몇십 년 전 설탕을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을까.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 <초콜릿>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단맛을 맛본 사람들이 이에 탐닉하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산업의 발달은 설탕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1억 7천만 톤이다. 이는 1800년대에 비해 24배나 증가한 속도이다. 또한 다큐에 따르면, 오늘날 단맛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 질병의 문제는 급격하게 증가한 설탕 소비에 1차적으로 기인한다.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스페셜


가공된 단맛, 액상 과당... 각종 대사 질환의 '주범' 

우리가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의 단맛은 설탕에서 나온 게 아니다. 1967년 일본에서 개발돼 1975년 미국에서 대중화된 '액상 과당'이다. 액상 과당은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자연의 단맛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단맛이다. 포도당으로 이루어진 옥수수 전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과당을 첨가하여 만든 것이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다. 액상 과당은 설탕보다 물에 잘 녹아 가공하기 쉬우며 저렴해 단맛의 대량 소비 가속화를 불렀다. 

우리가 먹는 설탕은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간에서 분해되고, 남은 건 온몸에 에너지로 쓰인다. 반면에 과당은 간에 축적되는데, 이는 당의 과잉 축적을 부른다. 이로 인해 지방간이 발생하며,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당뇨 발생률을 높인다.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


다큐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소년 존 마이클 냅이 등장한다. 존은 5.4kg 체중의 거대아로 태어났지만 존의 엄마는 따로 식이요법을 하는 대신 그에게 또래 아이들처럼 빵, 케이크, 음료수 등을 먹이며 키웠다.

그 결과 결국 11세가 되던 2017년, 소아 당뇨 판정을 받았다. 혼자 신발끈조차 묶기 힘들어진 상황, 치료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존은 마침내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그간 즐겨 먹었던 가공된 단맛을 가진 음식들 대신 하루 5종류 이상의 과일로 식단을 대체했으며, 1시간 여의 운동을 하고 군것질을 부르는 TV 시청도 하루 2시간 이하로 줄였다. 각종 음료수 대신 물을 자주 마셨다. 그것만으로도 존은 무려 18kg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스페셜

 
제로 칼로리? '노 슈가(No Sugar) 음료'의 함정
 
과당만이 문제일까? 실험실에서 탄생한 단맛은 또 있다. 살 찌우고 싶지 않지만 단맛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노 슈가, 제로 칼로리 음료'를 아는가? 다큐에서는 이런 음료 역시 단맛으로 인한 각종 질환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방송에서는 '제로 칼로리' 식품에 쓰이는 인공 감미료를 쥐에게 먹이는 실험을 보여준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제로 칼로리 단맛'을 복용한 쥐는 비만쥐가 되었다.

원인은 호르몬 때문이었다. 우리가 일반 설탕을 먹었을 때 우리 몸에서는 포만감과 함께 식욕 억제 호르몬인 GLPI가 배출된다. 하지만 칼로리가 없는 인공 감미료의 경우 식욕 억제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계속 먹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스페셜


결국 단맛에 관한 욕구를 쉽게 채우려던 잔꾀가 현대인의 각종 질환의 주범이 된 셈이다. 편리함과 싼 가격, 쉽게 부패되지 않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인공적 단맛. 다큐는 인공적인 단맛이 우리의 건강을 급격하게 무너뜨리는 중이라는 걸 보여준다. 

'단맛에 중독된 사람들... 대안은 있을까? 

미국 심장병 학회는 어린이의 경우 하루 당 허용량을 25g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각종 음식에 들어간 인공적인 감미료들의 양이 너무 많아서, 중복해 섭취하다 보면 규정을 지키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스페셜


이에 미국 버클리주는 법적인 해결을 도모했다. 인공 감미료, 액상 과당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2015년부터 시행한 것이다. 이런 법적 제재 조치만으로도 25% 정도의 당 섭취 감소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또한 다큐에서는 매일 자신이 먹는 단맛의 칼로리를 계산해보며 권장량과의 차이를 스스로 점검해 보는 방식을 권장한다. 

'고진감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인류에게 있어 단맛은 '최고의 행복'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그 감미로운 행복은 인류에게 독이 되었다. 다큐에서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당신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단맛을 찾으라'고. 다큐는 보리 싹으로 만들어진 엿기름을 발효시키고 오랜 시간 끓여 만든 천연 당의 갱엿을 그 예로 제시한다.  

새삼스럽지 않은 '단맛의 경고', 다큐는 단맛의 병폐에 관해 액상 과당과 인공 감미료를 다루며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물론 거기에 앞서 먼저 인지해야 할 것은 그럼에도 여전히 과잉 섭취가 쉽게 이뤄지도록 '단맛 중독의 유혹'이 여기저기 흔하게 깔려있다는 점 아닐까.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편 중 한 장면 ⓒ MBC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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