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기적은 결국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8위까지 떨어진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난 이후 지난주 6연전에서 1승 5패를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스타트부터 좋지 않았다. 다른 팀들보다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이 점이 긍정적으로 롯데에게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기대가 될 만한 요소를 딱히 찾기 어렵다.

4~5일 원정 2연전에서 한화 이글스에게 내리 두 경기를 내줬고, 6~7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1승을 거두는 데에 만족해야만 했다. 특히 8~9일 NC 다이노스와의 마산 원정 시리즈를 모두 패배한 것이 뼈아팠다. 적어도 1승 이상 가져가야 하는 시리즈에서 실질적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 사이 5위 LG 트윈스와 4.5경기 차까지 벌어졌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와일드카드 진출마저 점차 희망이 사라지는 중이다.

투-타 모두 꼬인 롯데, 첫 6연전에서 1승에 그친 것이 치명적

휴식기 이후 첫 경기 선발은 예상대로 레일리였다. 레일리에게 한 주간 두 번의 등판 기회를 부여해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고 싶었던 게 조원우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 감독이 원하는대로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4일 한화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선 레일리는 5이닝 8피안타(22피홈런) 4사사구 8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고, 6안타에 머무른 타선은 선발 투수 샘슨을 포함해 한화 투수들에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꽁꽁 묶였다.
 
역투하는 듀브론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선발투수 듀브론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듀브론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선발투수 듀브론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튿날에는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가 선발로 출격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을 남겼다. 3.1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1탈삼진 6실점 4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뒤이어 등판한 불펜 투수들도 5실점을 기록하며 한화에게 2연전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전준우와 번즈가 홈런포를 가동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12개의 안타, 8개의 사사구에도 5득점에 그친 타선의 집중력 부재가 아쉬웠다.

그나마 울산 경기에서는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했다. 6일 경기에서 선발 투수 노경은이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흠 잡을 곳 없는 무결점 피칭을 선보였다. 손아섭, 한동희를 제외한 7명의 선발 타자가 안타를 기록했고, 톱타자 전준우는 3안타 경기를 펼쳤다. 10-0으로 대승을 기록한 롯데는 이튿날 경기에서도 선발 투수 김원중의 호투 속에 조심스럽게 2연승을 바라봤다. 그러나 전날 화끈하게 터진 타선의 화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 상대 선발 박종훈에 끌려다녔다. 김원중은 7.1이닝 동안 2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고도 패전을 떠안았다. 결과는 0-3, 롯데의 영봉패였다.

이 흐름은 주말 NC전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틀간 4득점에 그쳤고, 모두 홈런으로 뽑아낸 점수였다. 5선발 임무를 부여받은 송승준은 8일 경기에서 4.1이닝 6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3실점, 4일 동안 쉬고 마운드에 오른 레일리는 9일 3.1이닝 8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두 명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불펜 투수들이 대거 투입됐으나 NC 쪽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뒤집을 순 없었다.

타선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 손아섭은 지난주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0(25타수 5안타)로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이후 방망이가 잠잠한 상황이다. 외국인 타자 번즈 또한 휴식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수에서 불안한 모습을 연이어 드러내면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병규, 이대호, 민병헌 등 제 몫을 다하는 타자들이 없진 않지만 해 줘야 하는 선수들이 하루빨리 부진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번주도 쉽지 않은 일정... 승수 쌓지 못하면 이젠 어려워질 수 있다

롯데는 두산과의 홈 2연전을 시작으로 새로운 6연전 일정에 돌입한다. 노경은과 듀브론트가 두산 타선을 상대하고, 유희관과 후랭코프가 롯데전에 선발 투수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이후의 일정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13일과 14일에는 7위 KIA 타이거즈, 15일과 16일 주말 2연전에는 4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2연전을 치러야 한다. 반등을 위해서는 롯데가 반드시 넘어야 할 팀들이다.

9일 NC전까지 116경기를 치른 롯데는 KIA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은 경기를 소화한 팀 중 하나다. 잔여 경기가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넥센보다 무려 8경기를 덜 소화한 상태다. 롯데가 노리고 있는 5위 자리의 주인인 LG 트윈스(122경기)와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눈에 띄게 보인다. 롯데의 막판 스퍼트 여부에 따라서 막판 순위 경쟁에 큰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쉽지 않은 일정을 잘 넘긴다면 지난해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주 내내 꼬였던 투-타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과제다. 하필 이번주 첫 상대가 두산이라는 점이 롯데로선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상대전적에서 3승 10패로 압도적인 열세를 보인 롯데가 만만치 않은 상대를 넘고 대반격을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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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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