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빨간 불' 걸린 버스전용차로의 전용 신호 부산광역시는 내달 10일 부산 BRT의 사업 진행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BRT 사업의 미래가 달린 선택인 셈이다.
▲ "빨간 불" 걸린 버스전용차로의 전용 신호 부산광역시는 내달 10일 부산 BRT의 사업 진행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BRT 사업의 미래가 달린 선택인 셈이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BRT(Bus Rapid System)라고 불리워지는 시스템이 곳곳에 지어지고 있다. 세종시와 고양시 등에서 BRT를 개설하기 시작한 이후, 전국 각지에 BRT라 이름 붙여진 버스용 도로가 성대한 개통식을 열고 유력 정치인 등이 시승하는 행사도 열었다. 하지만 BRT라 불리는 시스템이 개통한 이후 더욱 불편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BRT, 한국어로 간선버스급행체계라 부르는 이 시스템은 도시철도에 비해 낮다고 알려진 버스의 정시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설치된다. 그래서 별명이 '땅 위의 지하철'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만 완벽하고 시스템이 없는 '속 빈 강정' BRT 체계가 국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BRT 시스템인 TransJakarta(트란스자카르타). 전용도로를 사용하여 시원스레 뚫린 길을 신호 없이 오간다. (Wikimedia Commons, CC-BY-SA 4.0)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BRT 시스템인 TransJakarta(트란스자카르타). 전용도로를 사용하여 시원스레 뚫린 길을 신호 없이 오간다. (Wikimedia Commons, CC-BY-SA 4.0)
ⓒ Gunawan Kartapranata

관련사진보기


BRT는 도시철도 시스템의 대체를 목표로 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트란스자카르타와 캐나다 토론토의 비바(VIVA) 등이 그러하다. 버스만을 위해 마련된 전용 도로를 이용하는가 하면 개찰 시스템이 있어 지하철을 타듯 카드나 승차권을 승강장에서 미리 개찰하고 지하철을 타듯 이용할 수도 있다.

일본 도호쿠 등에서는 BRT를 철도가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해 폐선된 케센누마선, 수익성 악화로 폐선된 히타치 전철선의 경우 기존 철도 노선에 아스팔트를 깔고 BRT 노선을 운영한다. 대만과 미국 LA는 '첩운'과 '메트로' 시스템에 BRT 노선을 포함하여 소개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BRT는 철도와 밀접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BRT는 도로 정 중앙에 파란 선과 빨간 칠, 그리고 승강장 설치, 다시 말해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로 끝나는 모양새다. 고도화된 신호체계와 관련법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최근 설치된 부산 BRT는 불편하고 버스 속도 증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도로에 선 긋는다고 BRT?
 
 내달 10일 추가 진행이냐, 아니냐의 운명이 결정 나는 부산BRT의 안락동 구간의 모습.
 내달 10일 추가 진행이냐, 아니냐의 운명이 결정 나는 부산BRT의 안락동 구간의 모습.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도시철도 시스템은 철로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철도라는 시스템이 구성되려면 승강장이 구성되고, 노선망이 구성되며 동시에 짧은 시격에 대비할 수 있는 고강도의 신호체계와 대량운송을 대비한 요금 사전지불 시스템 등이 구성된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의 준비가 상당수 필요한 셈이다.

BRT의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와 분리된 BRT를 위한 전용도로 체계이다. 이로 인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설치는 BRT의 기본 요소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기본에 충실한 나머지 BRT에 필요한 나머지 요소를 예산, 노하우 부족 등의 이유로 전부 놓치고 있다. 

BRT의 모범사례인 세종특별자치시 BRT는 도시철도에 가까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지정된 버스노선만이 통행할 수 있는 전용 지하차도와 고가도로가 구축되어 있고, 전용 지하 승강장이 설치되는 등 가장 고도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 결과 세종 BRT는 시간표제로 운행되는 등 정시성, 신속성이 실현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의 BRT 사업이 공사비 절감 등을 이유로 신호체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중앙버스전용차로만을 시공한다. BRT에서는 적절한 소프트웨어 없이 버스전용차로만으로 개통되니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가
 
 대한민국 내 BRT 건설의 가장 모범적인 예시로 꼽히는 세종특별자치시 BRT 시스템. 고가도로와 신호체계, 노선망 등에서 가장 모범적인 예시로 꼽힌다.
 대한민국 내 BRT 건설의 가장 모범적인 예시로 꼽히는 세종특별자치시 BRT 시스템. 고가도로와 신호체계, 노선망 등에서 가장 모범적인 예시로 꼽힌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세종시, 청라와 같은 계획도시가 아닌 이상 BRT가 일반 도로와 공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망권 침해, 교통 정체 등을 무릅쓰고 버스 전용의 지하차도와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기존 도시에서 건설되는 BRT가 정시성을 갖고, BRT 도로에서의 교통정체 역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신호체계 개선이다. BRT 차로가 있는 도로에서의 좌회전을 막아 P턴 등으로 유도하고, 버스가 멈추지 않도록 신호 방식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버스의 정시성을 높이고, 신호의 시간을 늘려 BRT가 오가는 도로 전체의 교통체증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요금 사전지불 시스템 역시 쓸 만한 방법이다. BRT 승강장 입구에 미리 개찰기를 설치하거나 승차권 판매기를 두고, 부정승차의 적발 시에는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뉴욕의 BRT인 '셀렉트 버스 시스템'의 경우 검표원이 무작위로 탑승해 부정승차가 적발되면 115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또한 세종시처럼 지정된 노선버스 이외에는 BRT 차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거나, 청라국제도시 GRT처럼 BRT를 위해 특수고안된 차량을 도입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BRT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도시철도에 준하거나, 또는 도시철도와 동일한 수준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필요한 셈이다.

'버스정류장 대체' 아닌 '도시철도 대체' 공감대 필요할 때
 
전대역을 떠나는 용인경전철 BRT는 도시철도나 경전철 등 도시철도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으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 전대역을 떠나는 용인경전철 BRT는 도시철도나 경전철 등 도시철도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으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현재까지의 BRT 사업은 중앙버스전용차로제와 혼동되는, 이른바 용어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차로를 좁히고 BRT를 개설하면서도 신호체계 등을 개선하지 않아 도로가 더욱 막히게 하거나, '간선급행체계'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오히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기존의 버스정류장을 보기 좋게 대체하겠다는 기조에서 BRT가 나오면 예산 탓, 운전자 탓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BRT의 경쟁 상대는 기존의 경전철 사업과 도시철도 사업이다. 건설비가 적고 차량이 저렴하며 접근성 역시 매우 뛰어난 BRT 사업은 도시철도 사업과 비교하면 큰 경쟁력을 지닌다.

BRT의 부작용이 가시화되며 사업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부산광역시가 그렇다. 내달 10일 부산광역시는 용어 정리도 정확히 되지 않은 채 BRT 사업의 존폐를 결정한다. 이들이 설치한 것은 BRT의 소프트웨어가 없는 단순한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불과하다. 13년 전 신호체계를 손 보아 개통했던 고양 BRT보다도 나은 점이 없다.

신호에 연거푸 걸리는 지하철은 어떤 누구도 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땅 위의 지하철'이라는 BRT의 지금 상황이 그렇다. 어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지, BRT의 경쟁 수단이 무엇인지조차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남악신도시에서, 의정부 민락지구에서 BRT가 설치되고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큰 비판을 받았다.

지자체가 설치하려는 '작품'이 도시철도를 대체할 수 있는 BRT인지, 아니라면 단순히 '도로 중앙에 버스 정류소가 있는 것이 보기 좋아서'인지 깊은 고심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다면 제 2의 부산 BRT, 민락 BRT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대딩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