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 연출을 맡은 '초짜' 감독과 베테랑 배우들이 만났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에서 열린 영화 <협상>의 언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종석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배우 현빈, 손예진과 같이 작업을 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감독의 떨리는 목소리에 배우들과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종석 감독은 "첫 영화에 이런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15년 전에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귀국했고 첫 연출을 하게 됐다"라면서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협상' 손예진, 감독님은 개구쟁이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이종석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협상>은 최고의 협상가와 사상 최악의 인질범의 일생일대 협상을 통해 추악한 내면을 고발하는 범죄 오락 영화다. 19일 개봉.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이종석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 이정민

 

'협상' 현빈, 감독님은 개구쟁이 배우 현빈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이종석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협상>은 최고의 협상가와 사상 최악의 인질범의 일생일대 협상을 통해 추악한 내면을 고발하는 범죄 오락 영화다. 19일 개봉.

배우 현빈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이종석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 이정민



그는 현장에서 많은 연출을 손예진, 현빈과 같이 했다면서 "대단하신 분들이다. 배우들이 얼마나 고민하고 현장에 오는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손예진은 "한 번은 감독님이 '예진씨, 자연스럽게 (연기)하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감독님,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디렉팅(연출)이 자연스럽게 하라는 말'이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웃었다.

손예진은 이어 이종석 감독에 관해 "배우들이 내는 아이디어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많이 수용해주셨다. 처음 시나리오랑 마지막에 완성된 영화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에게 협상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건네주었다고 한다.

생소한 이원촬영 방식... 현빈 "1인극 같았다", 손예진 "손발 묶인 느낌"
 

 


이날 언론 시사 현장 분위기가 말해주는 것처럼 영화 <협상>은 손예진과 현빈의 연기력이 제 몫을 다한 것을 넘어 사실상 많은 부분을 끌어가는 영화다. 손예진과 현빈은 다소 생소한 '이원촬영' 방식을 동원해 멀리서 서로 영상으로 보면서 연기했다(관련 기사: 인질범 현빈-경찰 손예진, 촬영은 따로따로? 영화 '협상').

또 <협상>에는 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연기하기 때문에 상반신만 사용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다. 자칫 연기하기 어려울 수 있었던 상황인데, 각 장면들을 손예진과 현빈이라는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잘 표현해냈다.

두 배우 모두 이원 촬영 방식에 대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나중에는 영화를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현빈은 이원촬영 방식에 대해 "상대 배우가 나오는 작은 모니터만 보고 움직임과 시선 처리를 파악하고 인이어를 통해 목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낯설고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 연기의 호흡 등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은 모니터로 보면서 연기하니 '내가 마치 1인극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손예진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모니터로만 연기해야 한다는 건 손발이 묶인 느낌"이라면서 "대사로만 주고 받아야 하는 신에서는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종석 감독은 '협상'이라는 생소한 소재로 2시간 정도 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을 이끌어가기 위해 각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오래 찍었다고 했다. 이종석 감독은 "현빈씨한테는 죄송하지만 촬영할 때 한 테이크를 마치 연극처럼 길게 찍었다"며 "나름대로 잘 된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면서 웃었다.
 

'협상' 이종석 감독 이종석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얼굴을 가린채 웃고 있다.
<협상>은 최고의 협상가와 사상 최악의 인질범의 일생일대 협상을 통해 추악한 내면을 고발하는 범죄 오락 영화다. 19일 개봉.

이종석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얼굴을 가린채 웃고 있다. ⓒ 이정민


'협상' 자체에 집중한 영화가 많지 않아서 이종석 감독은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기협상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책도 보면서 많이 돌아다녔다. 내가 만난 협상가 역시 극 중 손예진과 비슷한 느낌이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협상가가 인질범과 같은 편에 서야 한다는 게 놀라웠다. 인질극을 벌일 때 협상가는 인질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여줘야 하는 사람이다. 진심으로 다가가야 인질범의 마음이 열리고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눈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들을 봐야 하는 직업이라 그만두시는 분들이 많다고 듣기도 했다." (이종석 감독)

인질범 현빈과 협상가 손예진 '언젠가 멜로영화로 만났으면...'
 


영화 <협상>에서 배우 현빈은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인질범 민태구로 손예진은 그 인질범에 맞서 싸우는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가 하채윤 역할을 맡았다.

손예진은 현빈이 벌이는 인질극을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내면으로는 흔들리더라도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은 듯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그는 "(협상가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했다면 인간적으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나약한 모습과 협상가로서 무사히 구출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촬영했다"고 했다. "답답한 순간이 많고 표현하지도 못하고 억누르는 촬영이 반복돼서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우 손예진과 현빈은 둘 다 입을 모아 "아쉬운 게 많았다"고 말했다. 서로 마주보고 연기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 현빈은 "예진씨랑 로맨스나 멜로에서 만나지 않은 게 아쉽지만 또 기회가 아직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작은 모니터로 서로 보고 연기한 영화였다.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밝은 장르로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손예진 역시 "서로 모니터만으로 보고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동료 배우로서 현빈씨의 도전이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나중에 더 재밌거나 재밌지 않은 장르더라도 꼭 한 번 다시 만나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협상' 현빈-손예진, 다음에는 다정하게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협상> 시사회에서 입장하고 있따.
<협상>은 최고의 협상가와 사상 최악의 인질범의 일생일대 협상을 통해 추악한 내면을 고발하는 범죄 오락 영화다. 19일 개봉.

▲ '협상' 현빈-손예진, 다음에는 다정하게 ⓒ 이정민


올해 추석 특수를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만 4편이 넘는다. 이종석 감독은 "추석에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최고 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영화 <협상>을 보러와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다른 영화들은 모두 사극이더라. (<협상>은) 유일한 현대극이고 또 유일한 여자주인공이 있는 영화다. 봐줘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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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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