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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해보다 길고도 지루했으며 무더웠던 2018년 여름이 이제야 꼬리를 보이며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견디기 힘겨웠던 폭염과 동남아시아의 스콜처럼 예고 없이 쏟아 붓던 무시무시한 폭우. 그것들도 이제 곧 불어올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게 시간이고 세월이다.

휴가를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왔다. 많은 이들이 휴가를 떠나는 피크 시즌을 피해 '나 혼자 또는, 우리 식구만의 조용한 휴가'를 기다려온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최근 여행 패턴을 고려해 9월에 떠나도 좋을 멋진 휴가지 3곳을 소개한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선 1천 년 전 축조된 웅장한 사원들을 만날 수 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선 1천 년 전 축조된 웅장한 사원들을 만날 수 있다.
ⓒ 구창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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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년 전 만들어진 사원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와트


10세기를 전후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크메르왕조. "나는 신을 대신해 인간을 통치하는 지배자"로 스스로를 칭했던 왕들이 남긴 캄보디아 씨엠립의 사원들은 21세를 사는 우리들을 압도한다.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을 비롯해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를 매혹한 '타 프롬'까지 사방 몇 km 산재한 1천 년 전의 힌두교-불교 유적은 '인간과 세계는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하는 것인지…'라는 본원적인 물음을 여행자에게 던져준다.

그런 거창한 '철학적 기대'가 아니라도 좋다.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인들이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아시아의 대표적 유적지를 많은 비용 들이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는 건 한국 여행자들의 특권이라면 특권일 수도 있다.

만약 캄보디아 씨엠립을 휴가지로 정했다면, 미학적 완성도에서 세계 최고라 불러도 좋은 사원들과 함께, 아시아에서 2번째로 큰 호수인 톤레삽의 붉은 석양을 꼭 만나보라고 권한다.

4시간 남짓 짧은 시간에 전세기로 날아갈 수 있는 캄보디아는 요즘 한국인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라오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수도는 프놈펜. 인구의 90%가 크메르족이다. 그들은 외국인을 환한 웃음과 친절로 대한다.

겉으로는 '왕정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정부 수반인 총리가 행사한다. 그의 이름은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지도자 훈센(Hun Sen).
 
 캄보디아 사람들은 미소와 친절함으로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미소와 친절함으로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 구창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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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단위는 리엘(Riel)인데, 여행지에선 달러가 자국 화폐처럼 사용된다. 가벼운 식사 한 끼는 1~2달러 이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1975년부터 1979년 사이에 프랑스에서 유학한 사회주의자 청년 폴 포트 등이 주도한 대학살 '킬링필드(Killing Fields)'는 영화와 소설 등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다. 그 역사적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건 이 나라를 여행하는 또 다른 '목적'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앙코르와트와 톤레삽 호수가 자리한 씨엠립엔 '캄보디아의 미래'라 불러도 좋은 청년들이 흔하다. 그들을 만난다면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려 노력해보자.
 
 일본 오키나와에선 관광객을 반기는 흥겨운 축제가 자주 열린다.
 일본 오키나와에선 관광객을 반기는 흥겨운 축제가 자주 열린다.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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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함께라면 '더위' 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을까
- '열대의 섬' 오키나와가 주는 즐거움


고전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栗島國)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일본 본토보다 타이완에서 더 가까운 오키나와를 "홍길동이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가서 세운 나라"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과 중국 건축양식이 묘하게 결합된 궁성과 미국과 일본 문화가 뒤섞인 요리가 매력적인 휴양지다.

조그만 해수욕장들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고, 식당과 카페에선 전형적인 '일본식 친절'을 만나게 된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의 1970~1980년대 풍경과 유사한 바다와 산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중심가라 할 국제거리의 휘황한 네온사인과 흥청거림은 한국의 홍대거리와 비슷하다.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만, 아기자기한 선물을 쇼핑하고 예쁜 찻집에서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싶은 여자 친구끼리의 여행에도 최적지.
 
 일본과 중국의 건축양식이 결합된 오키나와의 궁성.
 일본과 중국의 건축양식이 결합된 오키나와의 궁성.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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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일로를 달려 만만치 않은 경제력을 갖추며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 일본이 자랑하는 휴양지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도 많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2개의 축으로 운행되는 나라지만, 오키나와에선 인간적인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일본 풍속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토속적인 매력이 방문자들을 매혹한다.

통상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선회와 초밥도 맛있지만, 오래 전부터 주둔한 미국 군대의 영향 때문인지 오키나와의 스테이크도 일품이다. 일본의 쇠고기가 가진 풍미를 맛보고 싶다면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레스토랑 웨이터에게 "여기 잘 익힌 스테이크 하나 주세요"라고 청해보길 권한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마케도니아의 호숫가 마을 오흐리드.
 조용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마케도니아의 호숫가 마을 오흐리드.
ⓒ 류태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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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낯선 공간에서 맛보는 적요함
- 마케도니아 호숫가 작은 마을 오흐리드의 매력


조금 긴 기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비교적 넉넉한 예산이 준비됐다면 알렉산더 대왕(Alexandros the Great)이 태어난 나라 마케도니아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구 200만 명 정도의 조그만 나라지만, 멋진 호수가 여행자를 반기는 도시 오흐리드는 유럽의 어떤 관광지보다 매력이 가득한 공간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지점에 위치했기에 다양하고 이색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건 '맛집 순례'를 좋아하는 요즘 세대들의 취향에도 맞는다.

해질 무렵, 호숫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건 두말 할 것 없이 낭만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여기에 비극적 역사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은 발칸반도 사람들과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건 늦은 휴가가 주는 덤이다.

쓸쓸하고 고적한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마케도니아는 유럽 동남부 발칸반도 내륙 중앙에 위치한 나라다. 북쪽으론 코소보, 동쪽으로는 불가리아, 남쪽으론 그리스와 국경이 닿아 있다.

마케도니아정교를 믿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이슬람교도도 적지 않다. 소수의 가톨릭교도도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인도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바친 테레사 수녀. 그녀는 알바니아계 마케도니아인이다.
 
 오흐리드에선 고양이도 평화로운 낮잠을 즐긴다.
 오흐리드에선 고양이도 평화로운 낮잠을 즐긴다.
ⓒ 류태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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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400만 년 전에 생겨난 맑고 투명한 물빛의 오흐리드 호수는 마케도니아 전통문화와 이슬람문화가 어우러진 스코페의 '올드 타운'과 함께 이 나라의 대표적인 여행지.

한국에서 마케도니아로 가는 배낭여행자들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입국해, 거기서 마케도니아 국경을 넘는 국제버스를 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오스트리아 비엔나 혹은, 프랑스 파리에서 오흐리드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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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