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효율적인 점유율 축구를 하고 있어요"

경기 중간에 SBS 장지현 해설위원이 한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아마 축구를 보는 시청자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피파랭킹 32위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대한민국 57위) 경기를 굉장히 쉽게 지배했고 내용 자체도 박진감 넘쳤다. 벤투호는 효율적이었고, 빨랐다.

2선 공격수들의 빠른 중앙 연계 플레이... 풀백들의 오버래핑

 
 2-0 승리를 가져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2-0 승리를 가져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지난 7일 오후 8시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 친선경기를 2-0으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상대는 꾸준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코스타리카였다. 절대 쉬운 첫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약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는 완전히 대한민국의 페이스로 흘렀다. 러시아 월드컵 멤버들이 주축이 된 이번 대표팀은 확실히 월드컵을 같이 뛰면서 호흡을 맞춘 만큼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중은 장현수가 선발로 나오자 걱정했지만, 확실히 김영권과 오랜 호흡을 맞춘 만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최근 대중이 가장 믿고 있는 수비수 김민재는 후반전에 들어와 잦은 실수를 하면서 벤투 감독 전술의 핵심인 후방 빌드업이 흔들리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점유율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축구는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되었다. 정우영과 기성용이 번갈아 내려와 중앙수비수들과 3백을 형성하며 빌드업(패스를 하면서 공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시작하는 모습은 확실히 안정적으로 공을 점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음은 측면이었다. 풀백인 이용과 홍철이 좌우 측면 넓게 벌리고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자 중앙 공간이 열렸고, 2선 공격수인 남태희, 이재성, 손흥민은 중앙에서 공을 받아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공격을 전개해나갔다.

이렇게 2선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응집해 공을 받는 전술의 핵심이 바로 최근 유럽 축구 트랜드의 핵심인 '측면 공간 확보'다.

현대 축구의 트랜드를 아는 벤투호

벤투 감독이 보여준 후방 빌드업 과정과 공격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최근 유럽 강팀의 모습과 굉장히 유사했다. 특히 첼시를 이끄는 사리 감독과 맨체스터 시티를 이끄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

두 감독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알아주는 전술가들로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벤투 감독이 보여준 포메이션과 같은 4-3-3 포메이션을 애용하고 있다.

후방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려와 공격을 전개한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수비적인 미드필더 두 명이 수비수를 보호하고 공격적인 미드필더 한 명이 2선까지 올라가서 함께 공격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벤투 감독이 현대 축구의 흐름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2선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침투하면 자연스럽게 상대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수를 따라가게 되고 그 순간 비는 측면 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은 볼을 점유할 뿐 지루한 축구로 대중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안정적인 볼 점유 후 빠른 측면 전개가 이루어졌다. 상대가 수비를 잘해서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무의미한 패스가 아닌 기성용의 롱볼을 중심으로 한 반대로의 빠른 전환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공간 확보는 '목적이 있는 점유 축구'를 보여주었다.

벤투 감독은 공간을 만들어낼 줄 알았고, 대한민국 선수들은 전술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확실한 방향성, 앞으로가 기대된다

 
 훈련 중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중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김판곤 위원장은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는 과정의 기자회견에서 4년 후 월드컵까지 장기적인 플랜으로 팀을 이끌어줄 수 있는 감독을 데려오겠다고 했다.

한 경기만 보고 완전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전에서 보여준 전술은 색깔이 확실하며 매력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박지성 선수가 러시아 월드컵 때 해설 도중 "대한민국 축구가 한국 축구만의 DNA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을 했던 장면이 생각났다. 

단지 결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벤투 감독이 보여준 전술적 능력은 대한민국 축구에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충분히 주었다. 이례적인 관중석 전석 매진이 보여주듯이,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한 번 멋지게 비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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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신준호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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