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공 점유율 68%로 완승을 거두는 축구를 즐겼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을 새롭게 이끌게 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실수 없는 '탈압박' 자신감이었다. 거기서 시작된 역습은 빠르고 유능한 공격수들의 기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완승으로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이끌어내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에이스 손흥민의 멋쩍은 미소와 집중력 강조

험난한 자카르타 여행에서 돌아온 금메달리스트 손흥민은 신임 벤투 감독에게도 깊은 신뢰를 주며 주장 완장을 차고 뛰었다. 경기 시작 후 28분 만에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스타디움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손흥민은 그로부터 7분 뒤 멋쩍은 미소를 지어야 했다. 유능한 플레이 메이커 기성용이 단번에 길게 넘겨준 공을 남태희가 코스타리카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라인을 깨며 들어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코스타리카 수비수 크리스티안 감보아가 남태희의 팔을 잡아 넘어뜨린 것.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손흥민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이재성이 그 공을 왼발로 차 넣으며 손흥민의 표정도 활짝 필 수 있었던 것이다. 

벤투 감독은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논스톱 패스를 기본으로 한 빠른 연계 플레이를 주문했다. 첫 골을 넣고 6분 뒤에도 '손흥민-이재성-남태희'로 이어지는 빠른 연계 플레이가 돋보였다. 남태희의 왼발 슛이 코스타리카 골키퍼 에스테반 알바라도의 선방에 막혔지만 빈 곳을 찾아 빠져들어가는 동료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는 매우 위협적인 수준이었다. 

에이스 손흥민은 82분에 김영권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주면서 벤치로 물러났는데 2-0으로 앞선 경기 흐름을 절대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 그라운드 안에 있는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잃지 말라는 특별 주문을 남겼다. 그리고는 양 손가락을 모두 펼쳐 보이며 10분 이상 남아있는 시간을 잘 관리하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아무리 평가전이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완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에이스의 품격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수비 지역 '탈압박 자신감' 돋보여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핵심 미드필더 엘리아스 아길라르까지 선발 멤버로 내세운 코스타리카 국가대표팀은 후반전에 예상했던 대로 높은 위치부터 빠르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서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벤투 감독의 첫 시험대이기도 했다. 1-0으로 앞서고 있는 경기 양상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이 공격-수비-골키퍼 코치 등 각 부문의 파트너들을 데리고 왔으니 예상할 수 있는 취약 지점을 얼마나 훈련시켜 내보냈는가 하는 점이 드러나는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이 숙제를 해결했다.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센터백 김민재가 70분에 빌드 업 시작하는 순간 패스 미스를 저질러 아찔했지만 파트너 센터백 김영권의 헌신적인 슬라이딩 태클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무난하게 상대의 강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 조직력을 갖추고 나온 것이다.

수비 지역에서 '탈압박 자신감'이 드러난 상징적인 장면은 78분에 남태희의 멋진 추가골이 만들어질 때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오른쪽 구석 수비 지역에서 이용의 스로인으로 빌드 업을 시작한 우리 선수들은 '김민재-장현수-정우영-홍철-손흥민'으로 이어지는 빠르고 적절한 탈압박 패스를 성공시키며 왼쪽 측면 역습을 전개했다.

동점골을 뽑아내겠다고 매우 높은 위치부터 압박하는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저항이 거세게 밀려왔지만 우리 선수들은 덤비지 않고 훈련을 통해 완성시킨 탈압박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여기서 손흥민의 전진 패스를 받은 남태희는 놀라운 속도로 공을 몰고들어가 코스타리카가 자랑하는 노련한 수비수 두아르테와 오비에도 사이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슛을 꽂아넣었다. 골키퍼 에스테반 알바라도는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들어간 공을 향해 손만 뻗는 동작을 취할 뿐 몸을 날릴 수조차 없었던 멋진 골이었다. 

스로인 1회에 이은 탈압박 패스 5회, 그리고 빠른 개인 드리블에 이어진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으로 벤투호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멋진 추가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쩌면 축구 팀이 당연하게 갖추어야 할 탈압박 요령과 패스 조직력, 마무리 능력을 이 추가골 장면에 모두 담아낸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축구를 '실수의 스포츠'라고 말하기도 하기에 벤투 감독은 상대보다 실수를 줄이고 빠르고 정확한 역습을 완성시키는 방법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11일(화)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로 들어가 코파 아메리카 챔피언에 빛나는 칠레 국가대표팀과의 두 번째 평가전을 펼치게 된다. 상대적으로 더 강팀으로 꼽히는 칠레를 상대로 수비 지역에서 공을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돌리는 탈압박 자신감을 계속 드러낼 수 있는가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
-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

★ 한국 2-0 코스타리카 [득점 : 이재성(35분), 남태희(78분,도움-손흥민)]

◎ 한국 선수들
FW : 지동원(67분↔황의조)
AMF : 이재성(67분↔문선민), 남태희(80분↔황인범), 손흥민(82분↔이승우)
DMF : 정우영, 기성용(46분↔김민재)
DF : 홍철, 김영권, 장현수, 이용(86분↔김문환)
GK : 김승규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68%, 코스타리카 32%
슛 : 한국 13개, 코스타리카 6개
유효 슛 : 한국 6개, 코스타리카 0개
코너킥 : 한국 8개, 코스타리카 3개
반칙 : 한국 5개, 코스타리카 16개
오프사이드 : 한국 4개, 코스타리카 2개
GK 세이브 : 한국 0개, 코스타리카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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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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