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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정책 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정책 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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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장에서는 그린벨트나 이런 것을 한 평도 줄일 수는 없다. 더 이상은. 더 늘려야 되지... 지금 공원 면적이 가장 적은 도시 중 하나가 서울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10월 25일 시민들과의 '주말 데이트'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녹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박 시장은 이듬해 7월 국토부가 KTX 수서역 일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그린벨트를 일시에 해제하려고 할 때도 제동을 거는 입장이었다. 정권이 바뀐 후에도 수서역 일대 개발은 국토부와 서울시 사이에 완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주택시장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풀려는 중앙정부에 협조를 하느냐, 마느냐?

수서역 개발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박 시장에겐 이 문제가 여전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사태는 지난해 11월 2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혼부부를 위한 희망타운의 수도권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 장관은 대상지역에 서울이 포함되는 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울시와의 물밑 협의 과정에서 "서울의 주택 사정이 심각하다.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는 풀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꾸준히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장관 "보존가치 떨어지는 그린벨트 풀어서 주택 공급해야"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국토부의 압박 강도는 한층 거세졌다.

3일에는 김 장관이 방송 인터뷰(KBS)에 나와서 "서울 역세권이나 유휴부지,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2만 5000호의 희망타운을 포함해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서울 시내와 외곽에서 땅을 찾아보고, 필요하면 (묶여 있는 땅을) 풀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는 당정이 부동산 과열 방지책 중 하나로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주택 및 민간주택을 분양할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려는 신호로 해석됐다. 구체적인 후보지로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은평구 불광동, 강서구 일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는 박 시장의 철학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15년 12월 9일에는 30만㎡ 이내의 소규모 그린벨트의 해제권을 광역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개발구역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권 운영의 책임을 함께 져야하는 '여당' 시장의 입장에서 당정과 함께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 시장과 이 대표의 비공개 회동(6일)도 예사롭게 보지 않는 기류가 강했지만, 회담에 배석한 사람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시장 측 오성규 비서실장은 "만찬을 한 것은 아니고, 20~30분 정도 차를 마셨다. 그린벨트 해제 같은 현안이 나올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고, 이 대표 측 김성환 비서실장도 "당대표 된 후 상견례를 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일단 서울시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들어본 박 시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논란이 불보듯 뻔한 그린벨트를 건드리지 말고 박 시장이 추진하는 도시재생과 맞닿는 '구도심 개발'에서 해법을 찾아야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념을 떠나서 박정희 대통령 최고의 업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것이 1971년의 그린벨트 지정이다. 박 대통령이 항공 감시로 그린벨트 안의 무허가건물을 다 때려 부셨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수도권의 녹지가 확보된 것이다. 일본 도쿄는 녹지 확보에 실패한 바람에 도시 확장을 막지 못했다. 안 그래도 녹지 공간이 부족한 서울에서 최후의 보루로서 그린벨트는 보전돼야 한다는 박 시장의 원칙은 흔들림이 없다."

서울시 일각의 우려 "여의도 파문에 이어 그린벨트까지 풀어주면..."

박 시장의 핵심 참모도 "박 시장의 기본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이 대표도 멀리 내다보는 분이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을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여의도 개발 파문에 이어 그린벨트까지 순순히 풀어주면 박 시장은 '개발시장'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국토부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하는데, 뭔가를 추진할 수 없을 때 공무원들이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3차 남북 정상회담(18~20일) 일정이 확정되면서 서울시와 당정이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시간을 다소나마 번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추석 연휴(22~26일) 직전에 정상회담이 성사된 마당에 정부가 민심을 잡는 데 다소 부담스러운 '부동산' 대책을 급히 발표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얘기다.  

한편, 사태를 관망하는 환경단체 측은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응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한데, 2000년대 초반부터 곶감 빼먹듯이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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