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추적 60분>은 대한축구협회와 관련된 의혹을 다뤘다. 방송은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라는 제목으로 대한축구협회와 현대의 유착 의혹, 이권 남용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축구협회가 감독 경질로 상황을 모면한다며 '밀실 경질' 논란이 일었던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광래 감독 경질 사유가 '파벌' 문제? <추적 60분>이 제기한 의혹

지난 2017년 축구대표팀이 카타르전에서 패하고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그리고 곧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출신인 신태용 감독이 선임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사건이 터졌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은퇴를 앞두고 한국 축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 나온 축구협회 노재호 사무국장은 '러시아에서 소식을 전해듣고 황급히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히딩크 전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 그리고 축구 협회 사이에서 진실 게임이 벌어졌다. 결국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고, 대표팀 감독은 히딩크가 아닌 신태용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이후 월드컵에서는 선수 선발 논란과 '트릭 발언'(선수 선발과 전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태용 감독은 '트릭이었다'고 답했다), 전술 부재 논란이 이어졌다. 

사실 축구 협회에서 감독 경질과 새 감독 선임으로 인한 논란은 새로운 사건도 아니다. 히딩크 감독 이후 10명의 감독이 축구대표팀을 거쳐갔다. 평균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감독직을 맡은 것이다. 흔히 축구대표팀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감독을 자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협회가 자신들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감독들의 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다. 방송에 따르면, 1994년 당시 미국 월드컵을 이끌었던 김호 감독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서 김독의 자율성이 침해되었으며, 응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건 '경질'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축구협회의 감독 권한 침범을 주장한 것이다.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 KBS


지난 2011년 레바논전에서 패한 후 조광래 감독은 곧 감독직을 잃었다. <추적 60분>에서는 당시의 조광래 감독의 경질 사유가 경기의 패배보다는 당시 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파벌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광래 감독이 협회 내 야권에 해당하는 인사와 가깝다는 게 경질 이유였다는 것이다.

"기술위원회에서 결정한 거냐, 이거(감독 경질)? 부회장들하고 다 (결정)했다는 거지. 그래, 알았다. 너는 회장 심부름 온 것밖에 더 되냐." (조광래 전 감독의 음성파일)

이날 <추적 60분>은 직접 입수했다는 조광래 전 감독의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신문선 해설위원은 "(음성파일 속 내용을) 직접 들었다"면서 "조광래 전 감독이 축구협회 내 파벌 때문에 경질됐다"라고 주장했다.

"조광래 감독은 (축구협회 내) 대표적인 야당 인사였고 그 당시에 (축구협회)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유력한 후보였던 허OO씨와 가깝다는, 이런 역학관계가 결국 레바논에게 패하자마자 조광래 감독을 경질시켰던 거거든요. 상식과 원칙과 절차가 없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경질이 됐죠." (신문선 해설위원)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 KBS


방송에서는 히딩크 논란 이후 대표팀 감독이 된 신태용 감독의 사례도 거론됐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기간 내내 논란이 되었던 선수 기용, 전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태용 감독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중국 리그 출신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이에 관해 <추적 60분>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감독들의 무덤이라 불린다'고 말한다. 이처럼 지난 5일 방송된 내용은 파벌을 둘러싼 감독 선임과 경질, 이른바 모 대학 동문 중심의 선수 기용 등에 관해 제기된 의혹들이었다.

대한축구협회와 현대가 '유착 의혹', 방송 다음날 '반박문' 발표돼

이어 <추적 60분>은 대한축구협회와 현대가의 유착 의혹에 관해서도 방송했다. 한해 천억 원의 예산을 가진 축구협회의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는 주장이 방송에서 제기됐다. 또한 협회 예산이 들어간 회관 리모델링 사업을 현대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맡아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나 마케팅 업체 입찰 과정에서도 특정 회사를 선정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가 벌어졌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 KBS


<추적 60분> 방송에서는 역대 축구협회 임원 191명 중 현대 출신이 53명에 달한다고도 지적했다. 임원 중 법인카드를 통해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며 협회 임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 조사 이후에도 임원이 여전히 협회에 재직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추적 60분>이 대한축구협회와 관련해 제기한 주장은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 사업 진행시 입찰 과정에서 유착 의혹 등이다. 이를 통해 '현대가' 측이 장기 집권을 통한 대한축구협회 운영 과정에서 투자 금액보다 큰 이득을 챙긴다는 주장인 셈이다. 유소년 지원에 관심 없어 문제인 데 반해 대표팀 성적에만 매달리고 대표팀 감독을 희생양 삼아 경질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랐다.  

한편, 9월 5일 방송된 <추적 60분>에서 현대가에 대한축구협회 운영에 관한 내용이 방영되자 다음날인 6일 협회 측에서는 해명하는 내용의 반박문을 발표했다. 반박문에는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으며 선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라고 나와 있다.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편 중 한 장면 ⓒ KBS


반박문에서는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를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2013년 시행한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는 입찰을 통해 정상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특정 마케팅 대행사 유착 의혹에 관해서도 "통합 마케팅 대행사 선정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능력과 실적을 겸비한 회사를 선정한 것이므로 유착이라 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박문에서는 '현대가'가 막대한 이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장기집권한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18개팀의 운영비로 투입된 금액만 총 3900억 원입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시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에도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선거에는 1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참여하기 때문에 압력을 넣거나 불법 로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추적60분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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