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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에 있는 해인사를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법보종찰이라고 합니다. 해인사를 법보종찰이라고 하는 것은 그곳에 팔만대장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경이 팔만사천이나 된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팔만사천이나 된다는 증물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팔만사천이나 되는 것은 부처님께서는 눈높이 가르침을 하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같은 내용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받아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 쉬 이해하거나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다 보니 가르침 수가 팔만사천이나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살이가 제 아무리 다양하고, 사람 사는 게 제각각 천양지차라 해도 가르침으로 남긴 말씀이 무려 팔만사천이나 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내용에 대한 물음에 족족 답한다 해도 결코 쉽지 않을 수이며 가르침입니다.

그러함에도 부처님께서도 답하지 않으신 질문들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제법(諸法)의 무상(無常)을 말씀하시면서도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침묵하셨습니다. 업보(業報)를 말씀하시면서도 '업(業)을 지어 받는 괴로움이 자작(自作)인지 타작(他作)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불교를 단순히 종교로만 봐야 하는지 아니면 철학으로까지 봐야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진즉부터 있었습니다.

<붓다의 철학>
 
 <붓다의 철학> / 지은이 이중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8월 27일 / 값 27,000원
 <붓다의 철학> / 지은이 이중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8월 27일 / 값 27,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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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철학>(지은이 이중표,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작성, 제출하였던 내용으로 27년 전인 1991년에 펴냈던 <아함의 중도체계>를 보충하고 다듬어 더 충실한 내용으로 펴낸 책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눈높이 가르침을 하셨고, 눈높이로 말씀하신 경들을 교리로 하고 있는 게 불교라 해도 불교는 어렵습니다. 불교가 어려운 것은 사용하는 용어 자체가 생경하고, 표현에 함축돼 있는 의미가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을 추구하고, 윤회고를 벗어나기 위해 해탈 하고자하는 바람은 기복을 배경으로 하는 종교 같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해탈을 하려면 어떻게 수행하거나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내용은 다름 아닌 철학입니다.

식혜를 만들 때 엿기름을 넣는 이유는 그래야만 식혜가 되고, 단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식혜를 만들 때, 엿기름 넣는 이유를 단순히 '그래야만 식혜가 되고, 단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 단맛이 나는지에 대한 답이 없으니 미덥지 않습니다.

하지만 '엿기름이 고두밥에 들어있는 다당류(탄수화물)를 단당류로 만들어주고, 엿기름을 넣어 줌으로 다당이 단당으로 됨으로 단맛이 나는 거'라고 설명한다면 엿기름을 넣는 이유는 물론 식혜가 단맛이 나는 이유까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책에서는 붓다가 깨닫고 증명한 진리 안에서 철학이 추구하는 제 문제, 인식론, 존재론, 가치론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붓다가 깨닫고 증명한 진리에 대한 해답을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입증해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붓다에게 세계는 곧 우리의 마음이며 여기에는 자타(自他), 주객(主客), 물심(物心), 내외(內外), 유무(有無), 생멸(生滅) 등의 모순과 분별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중생들이 무명과 욕탐에 의해 이와 같은 분별을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세계가 마음에서 연기한다는 진리를 알고, 무명의 상태에서 벗어나 욕탐으로 취착하고 계탁(計度)한 허망한 대상세계를 분별하고 애락(愛樂)하여 염착(染着)하지 않으면, 모든 모순과 분별이 사라진 열반(涅槃)을 얻을 수 있다.  - <붓다의 철학>, 215쪽
 
붓다도 인간이었습니다. 붓다에게도 추구하고자 하는 진리가 있었고, 세계관이 있었고, 가치가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중도, 12연기, 4성제 등에 깃들어 있는 붓다의 진리관, 세계관, 가치론 등을 살피며 불교가 왜 철학적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색과 철학으로 읽는 불교 

흔히들 '고집멸도(苦集滅道)'로 표기하는 4성제를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되고, 고통을 멸하는 방법은 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라는 정도로만 이해합니다. 이정도까지만 새기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4성제의 구조와 의의, 멸성제와 도성제의 관계, 4성제의 징검다리 같은 8정도의 구조까지를 이해하고 나면 막연히 종교적 이미지로만 이해되었던 불교가 사실은 사색 깊은 철학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막연할지라도 가슴에 부처님 말씀 하나 새기고, 말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어떤 가르침만을 좇는 것도 좋을 겁니다.

종교적으로만 생각하는 불교는 신앙의 대상으로만 읽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불교는 붓다가 침묵으로 설한 철학까지 들으며, 무아의 세계에서 자아를 소요자재하게 하는 사색의 산책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붓다의 철학> / 지은이 이중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8월 27일 / 값 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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