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비야 스페인광장에서 우연히 목격한 플라멩코 거리공연에 넋을 잃었습니다. 기타 연주와 노랫가락에 맞춰 거침없이 이어지는 춤사위는 뜨거운 태양의 나라 스페인을 닮아 열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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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비야 스페인광장에서의 플라멩코 거리공연. 나는 처음 대하는 플라멩코에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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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감상한 플라멩코 어땠어요?"
"매력과 열정 그 자제였어요! 너무 멋져요!"
"세비야에서는 플라멩코 거리공연이 많아요! 플라멩코의 진수는 타블라오에서 공연을 봐야 해요!"
우리는 맛난 저녁을 먹고,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플라멩코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집시들의 한이 서린 플라멩코
안달루시아 주도(州都)인 세비야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어우러진 곳입니다. 스페인의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이고 자유로움은 많은 집시들이 모여들었고, 집시들의 애환이 담겼다는 스페인의 플라멩코는 세비야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찾은 공연장은 아담한 규모였습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20여분 앞서 입장하였습니다. 무대 출연자를 비교적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공연 시작이 다가오자 앞에서부터 관람객들이 채워지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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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찾아간 세비야의 플라멩코 타불라오. 극장식 카페와 비슷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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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극장식 카페와 비슷합니다. 무대 위에 플라멩코를 상징하는 휘장이 보이고, 천장의 장식도 화려합니다.
"타블라오라는 뜻이 뭐죠?"
"스페인어로 '판자를 깐다'는 뜻이죠. 판자를 깔아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이죠."
무대는 그리 넓지 않으나 탄탄하고 돋보였습니다. 공연에 앞서 음료가 한 잔씩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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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가 열리면 모든 출연자들이 애절한 노래에 박수를 치며 공연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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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가 열립니다. 화려한 의상의 무희들은 앉아서 손님을 맞이합니다. 기타 선율에 뭔가 모를 슬픔에 잠긴 듯한 목소리의 가수가 박수에 박자를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이어지는 공연은 점점 열기를 띠어갑니다. 거침없는 춤 동작에 벌써 실내는 압도되고, 환호를 불러일으킵니다. 기타 선율과 애절한 노랫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거친 호흡이 들려옵니다. 발은 힘차게 구르고, 손목을 현란하게 돌리는 몸짓은 역동적입니다. 어느새 관객들은 무대에 저절로 빨려 들어갑니다.
플라멩코는 15세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한 집시들의 한이 담겨있는 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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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무용수는 요정이 춤을 추는 듯한 현란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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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이 춤을 추는 여인의 춤에서 집시의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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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하면 우리는 '유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집시는 주로 로마니(Romani)족을 일컫습니다. 그들은 유랑민족으로서 인도 북서부가 발상지이며, 동유럽을 거쳐 유럽 각지에 흘러들어왔습니다. 너무 오랜 기간 떠돌면서 박해를 받아 살아오는 동안 자신들만의 슬프고 서러운 정서를 춤과 노래에 담아낸 게 플라멩코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플라멩코는 집시들의 춤만이 아닌 태양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상징하는 공연예술로 발전하여, 2010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정열적이고 역동적인 플라멩코
플라멩코는 단순히 역동적인 춤사위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춤과 노래, 그리고 기타 연주의 3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입니다. 즉흥적이고 독특한 리듬은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연출되어 그 매력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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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반주에 부르는 애절 어린 노랫가락은 집시들의 진한 삶이 녹아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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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기타 연주, 리듬을 보조하는 박수까지, 플라멩코는 그렇게 온몸으로 진한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심장이 뛰는 플라멩코 공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뜨거운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정열적이고 힘이 느껴지는 남성 무용수들의 몸동작에는 숨이 가빠오고, 온몸을 사르는 격정적인 춤을 추는 여성 무용수의 요정 같은 몸동작에서는 전율이 느껴옵니다. 혼신을 다하여 춤을 출 때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심오한 애절함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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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 무용수의 힘이 넘치는 몸동작은 한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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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스터네츠를 이용한 현란한 손동작과 온몸으로 춤을 추는 무희 표정에서 희로애락을 읽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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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의 매력은 에너지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슴에 담긴 한을 춤이라는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멩코는 단순히 즐기는 예술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혼을 함께 나눕니다. 자유로운 감정과 즉흥적인 표현의 춤사위에 녹아드는 것입니다.
플라멩코는 '불꽃'이라는 스페인어 '플라마(Flama)'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무용수들의 춤은 불꽃처럼 온몸을 불사르는 양, 화려하고 뜨겁게 느껴집니다.
관객들도 노래와 춤사위에 박수를 치며 함께 즐깁니다. 어느 순간 무대와 관중석을 하나로 묶어냅니다. 간간히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집니다.
"올레! 올레!"
아내가 내게 묻습니다.
"올레라는 뜻은 뭘까?"
"우리나라 판소리 추임새와 같은 거 아닐까?"
우리도 박수를 치며 '올레!'를 외쳐봅니다. 올레(Ole)는 스페인어로 '힘내라!', '잘한다!', '좋아!'라는 의미의 감탄사! 그러니까 우리 국악에서 출연자의 흥을 돋우는 추임새와 같은 것입니다. '올레'를 외치며 함께 공연에 빠져들자 플라멩코가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집시들의 진한 한이 담겨 있다는 플라멩코는 별로 기댈 것 없는 그들의 삶을 열정적인 희열로 승화시켰다고 합니다.
'열정'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어떤 것에 아낌없이 쏟아 붓는 것을 열정이라 합니다.
애절한 가락과 빠른 기타 선율, 현란한 춤의 플라멩코! 여기에는 진한 열정이 녹아 있습니다. 나는 플라멩코 공연에서 열정이란 게 무엇인가를 다시금 느끼며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