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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무더위를 견디고 나니 곧이어 들린 태풍 소식에 전국이 술렁였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한숨 돌리나 했는데 이번엔 폭우가 쏟아져 전국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 유례없는 더위와 극단적으로 뒤바뀌는 날씨의 원인을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궁금해 하고 있다. 언론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고백하자면, 10여 년 전 나는 사람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지구 전체 표면적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1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 전체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논리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와 더워진 날씨에 힘들어 하는 북극곰을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못마땅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해 핵발전소를 더 짓는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실제로 2011년 유엔 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한국은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각종 광고와 캠페인에 '지구'와 '빙하'가 마구 등장한 시기와 일치한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29년까지 핵발전소 13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2017년,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방침을 내세워 원전 추가 설립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현재 24기인 원전을 2030년까지 18개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과학계에서도 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지 명확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태양계를 포함한 자연계는 원래 복잡다단하며 지구의 온도는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아주 오랫동안 오르고 내리길 반복해왔으니, 20세기 중반 이후 우리가 겪는 온난화도 자연스런 현상일 거라 추측했다. 물론 화석연료 사용과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지구온난화현상이 또 다른 재앙을 만드는 데 이용되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올해 여름을 보내면서, 오래된 나의 생각과 판단을 재검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온난화가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책과 이에 반대되는 내용이 실린 책을 나란히 놓고 읽어보았다.

'(사람의 활동에 의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도를 높인다'는 주장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근거 자료를 제시한 쪽은 '높인다'는 의견을 담은 <기후카지노>였다. 반면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에는 반대편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기후카지노>는 상대편 주장의 핵심인 '1500년 주기설'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이 책 두 권으로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치 GMO 논쟁과도 비슷해 보였다. 과학적으로 GMO가 인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찬반 논쟁이 격렬할 뿐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도 확인된 것은 없다.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 우리는 앞으로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만이 명백한 사실이다.

기후변화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더라도 화석연료는 이미 미세먼지라는 재앙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으니까.

기후카지노
 
 기후카지노
 기후카지노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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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카지노>는 예일대학교 경제학 석좌교수인 윌리엄 노드하우스가 쓴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기후라는 주사위를 굴리는, 이른바 '기후 카지노'에 이제 막 들어섰다고 비유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로 짚는다.
 
"기후변화의 핵심 개념 역시 기가 막힐 정도로 단순하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45쪽)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00년대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두 배가 되면 평균기온은 약 3℃ 상승할 거라 내다본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난화가 어느 정도의 속도와 양으로 진행될지 불확실하다. 또한 2~3℃의 변화가 우리에게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그래프로 이를 예측해낸다.

저자는 가장 심각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네 가지 위협으로 해수면상승, 해양산성화, 허리케인의 격화, 생태계 손실을 꼽는다. 이에 비해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과 농업 생산에 직접 영향을 줄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

우선 해수면상승의 요인은 열팽창과 육지빙하의 해빙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물의 부피가 커지는 열팽창이 일어나 해수면이 올라간다. 해수면상승이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인구와 생산량의 4%는 해발고도 10미터 이하의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다."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몰디브, 바레인, 쿠웨이트, 통가 등이 가장 취약하다.

해양산성화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녹아들어가 해양의 성질을 산성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해양산성화는 굴, 산호초, 조개류 등이 영향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변화는 허리케인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허리케인은 따뜻한 바다에서 생기는데 따뜻한 바다 면적이 늘어나면 허리케인 발생 면적이 증가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생태계손실은 야생동식물과 종의 감소로 발생한다. 지난 5억 년 간 지구상에는 다섯 번의 대규모 멸종이 일어났다. 원인은 소행성충돌, 대규모 화산분출, 기후변화였다. 보존학자들은 앞으로 여섯 번째 대규모 멸종이 일어나리라 경고하는데, 원인은 바로 인간의 활동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기후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이다. 지구온난화를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지구공학적 방법으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법"과 "햇빛을 반사시켜 열을 우주로 돌려보내는 태양복사관리 기법"을 소개한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석탄이나 석유 등 "연소 시 인산화탄소를 포집해 이것이 대기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수백 년간 어떤 장소에 따로 떼어 저장하는 것"(239쪽)이다. 비용과 저장 장소, 그리고 누출 위험 문제가 따른다. 햇빛 반사 기법은 지구 표면을 흰색으로 만들어(예를 들어 건물 지붕을 하얗게 함)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볕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해양산성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비용 기준으로,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료는 석탄으로 천연가스의 여섯 배, 석유의 열두 배나 된다. 따라서 지구상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것은 필수이며 핵심이다.

인간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는 논리는 증명된 사실이 아닌, 과학적 합의이다. 과학적 합의란 "특정 분야에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가진 과학자 공동체가 내린 집단적 판단"(421쪽)이다. 저자는 "합의는 만장일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몇 년간 세상이 온난해지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구온난화이론이 100% 맞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리는 95%밖에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100%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경험과학에서 절대적인 확실성은 결코 손에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완전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경우, 이미 지구온난화를 늦추기에는 너무 늦어버릴지 모른다." (433쪽) 

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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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반어법이 아닐까 의심했다면 생각을 거두는 것이 좋겠다.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는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자연스런 현상이라 주장한다.

1984년 덴마크의 두 학자는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조각(빙하코어)에서 나온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주 뚜렷한 주기로 지구의 기후가 변화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주기는 이후 다른 실험에 의해 1500년으로 추정되었다. 이 주기에 따르면 "현재 지구는 현대온난기에 진입한 지 대략 150년 정도 되었고, 이 온난화는 앞으로 수세기 동안 지속될 것이며, 결국에는 중세 기후 최적기의 온화한 기후를 회복할 것"(15쪽)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지구 기후변화의 요인은 태양에너지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시간에 따른 지구 온도 변화와 태양에너지 강도의 변화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25쪽)이 밝혀졌다. 또 태양 활동의 강약 주기는 87년, 210년인데 이 두 숫자를 조합하면 1470년 주기를 만들 수 있고, 이는 기후변화 주기와 맞아 떨어진다.

이들은 또 온실효과에 의한 온도상승은 대부분 수증기로 인한 것이라 말한다.
 
"수증기는 온실효과를 만드는 데 약 60%를 기여하고, 이산화탄소는 약 20%를 기여한다. 오존과 아산화질소, 메탄 등 다른 온실기체들이 그 나머지 20%의 온실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73쪽)
 
오늘날의 기후변동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은 "과거 지구의 온도 변화는 매우 빠르게 일어났고 그 정도가 더 빠른 경우에는 불과 몇 십 년 안에 일어나기도 했다"(119쪽)라며 반박한다.

멸종에 대한 우려도, 동식물은 환경에 적응해 변화하기 마련이어서 생태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 멸종의 원인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산호초가 죽거나 야생종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며 "대중들이 조롱당하고 있다"(144쪽)고 역설한다.

과거 역사에서 온난기에 농작물 수확량이 증가해 인류가 번성했고, 20세기 들어 지구온난화가 진행된 기간 동안 폭풍의 강도와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다만 기온 상승으로 바닷물의 증발량이 많아져 폭우의 가능성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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