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2 콘티넨탈 아레나 전경

독일 분데스리가2 콘티넨탈 아레나 전경 ⓒ 백현철


"쉼 없이 마시는 맥주, 짙은 담배 연기, 우레와 같은 함성, 경기장을 울리는 북소리와 박수 소리" 제가 느낀 독일 분데스리가의 이미지입니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독일 축구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 의심을 했죠. 사실 궁금했습니다. 과연 독일 축구가 무너질 것인지. 그렇기에 독일 축구의 근간이 되는 분데스리가를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열광적인 독일 분데스리가 팬들의 응원.

열광적인 독일 분데스리가 팬들의 응원. ⓒ 백현철


지난 8월 26일 얀 레겐스브루크와 홀슈테인 킬의 분데스리가 2부 리그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장소는 뮌헨에서 약 2시간 거리인 레겐스부르크의 홈 경기장 '콘티넨탈 아레나'였습니다. 2015년 7월 준공된 콘티넨탈 아레나는 1만5000석 규모로 2부리그 팀 규모에 어울리는 경기장이었습니다. 좌석과 경기장의 거리도 이상적이었는데요. 선수들이 대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 관중들이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독일인의 가치관을 반영해 화려한 외관 대신 실속 있는 구성을 갖춘 경기장이었습니다.

실제, 경기장에 도착 후 처음 마주한 느낌은 "참 깔끔하고, 실용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장 중앙 입구에 배치된 구단 팬샵은 많은 팬들을 불러 모았고, 경기장 구역 내 이동 동선도 편리해 좌석을 찾는데 어렵지 않았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해 백팩 등 큰 가방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보안 시스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분데스리가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 서포터석을 구매했는데요. 가격은 12유로(약 1만5000원)로 K리그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이내 작은 실수란 것을 알게 됐죠.

 독일 분데스리가2 홀슈테인 킬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

독일 분데스리가2 홀슈테인 킬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 ⓒ 백현철


국내 K리그의 경우 아무리 서포터석이라도 엉덩이를 걸칠 작은 턱이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좌석이 따로 없는 스탠딩석이라 앉아 있으면 경기를 못 봅니다. 사실, 경기장 분위기가 너무 뜨거워서 앉아 있을 새도 없었습니다. 서포터 리더가 쉴 새 없이 마이크를 들고 응원가를 선창합니다. 서포터석의 관중뿐만 아니라, 일반석에 있는 관중들도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그들은 팀 응원 깃발을 흔들어 원정팀의 코너킥 상황을 방해하거나, 야유를 퍼부으면서 상대를 위축시켰습니다.

독일 사람에게 맥주를 빼놓을 수 없죠. 제 옆에 있던 한 독일 청년은 시작과 동시에 맥주 한 잔을 비우더니 경기 내내 5잔을 꿀꺽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자, 맥주 상점과 소시지를 파는 상점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날 경기 관람은 분데스리가를 체험하기 위함이었지만, 홀슈테인 킬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 선수를 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홈팀(레겐스부르크) 서포터석에 앉았지만, 애국심이 있는지라 이재성 선수의 활약을 볼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습니다. 이재성 선수는 이날 활발한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아쉽게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팀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하며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분데스리가2 경기 후 만난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재성.

분데스리가2 경기 후 만난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재성. ⓒ 백현철


경기를 마친 후 짧게 이재성 선수를 만날 시간이 있었습니다. 팀에 합류한지 1달 남짓이지만, 벌써 주축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더군요.

분데스리가의 팬 서비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수들은 샤워를 마치고 버스에 탑승하기 전에 팬들을 만나 일일이 사인을 해줬습니다. 이재성 선수도 한국 팬뿐만 아니라, 상대편 팬들에게도 친절하게 팬서비스를 했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한 번 더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레겐스브루크의 경기장은 시내에서 차량으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이재성 선수와 만남을 마치고 이동하려 하니 버스가 거의 없었습니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에 타는데, 버스 기사가 "레겐스부르크의 경기를 봤냐. 티켓을 보여주면 무료로 타도 된다"고 호탕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 축구 팬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 축구가 왜 강할까 항상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팬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매체 '키커'에 따르면 2017-2018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 평균 관중 수는 4만4193명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구장이 좌석 점유율 80%를 넘는 높은 점유율을 보였으며, 도르트문트, 바이에른헨은 100%에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나타냈습니다. 분데스리가의 몇몇 인기 구단은 구단 시즌권을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티켓을 구매하기 힘들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자랑합니다.

 경기 당일 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당일 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독일 분데스리가. ⓒ 백현철


제가 찾은 레겐스브루크 경기장 관중 수도 꽤 됐습니다. 원정 서포터 스탠드를 제외한 3면의 스탠드가 거의 가득 찼습니다. 어림잡아 약 1만 명은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보였죠. 레겐스부르크 인구가 14만 명인 걸 보면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K리그의 경우는 어떨까요? K리그는 올해부터 실제 돈을 주고 구매한 관중을 계산하기 위해 유료관중 집계를 시작했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2018년 K리그1 1~19라운드 평균 관중은 5385명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관중 수를 기록한 FC서울이 1만2489명, 다음으로 전북이 1만1692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인기' 구단은 1만 명 이상의 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몇몇 구단은 1000명~2000명 대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물론 분데스리가의 오랜 역사와 지역팀에 대한 애정 등을 외면한 채 K리그와 비교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봅니다. 또 분데스리가 단 1경기를 보고 K리그가 배울 점을 논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독일 축구가 다져놓은 탄탄한 기반을 우리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독일축구 K리그 분데스리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