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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상 합계출산율(이하 '출산율')은 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예로 베커의 출산력모형에 따르면, 인간 삶의 질 수준 향상으로 개인의 시간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양육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이유로 인간 모두가 출산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상대소득가설(relative income hypothesis)① 이론에서는 부부가 기대한 만큼 소득과 자원을 갖지 못하면 출산율은 0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변천이론②에서 지적하듯이, 출산은 사망과 달리 선천적인 것보다는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조정이 가능하므로 출산율이 0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현상의 특수성은 가치 변화와 사회구조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현상의 특수성은 가치 변화와 사회구조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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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산율은 2018년에 처음으로 0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론상 언급되었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이 0명대로 낮아지는 인구학적 원인은 결혼이 더욱 늦어지고 있으며 평생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을 해도 출산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0~1자녀 가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출산율 회복보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대응에 중점을 두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현재와 같이 인구대체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산율이 지속되는 한,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고령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출산율 0명대가 지속된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출산율 회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저출산현상을 경험하고 있고, 향후 출산율 회복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에서 출산율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저출산 영향에 대응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저출산현상이 완화될수록 저출산 영향에 대한 대응은 그만큼 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특수성

저출산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출산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해부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저출산 원인으로 낮은 성평등 수준, 일-생활 균형 곤란, 사교육비 부담, 자녀양육비 부담, 주거 마련 곤란 등이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들은 대부분 저출산 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런 원인만으로는 한국의 출산율 0명대를 설명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현상의 특수성은 가치 변화와 사회구조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질은 경제사회 발전과 연동하여 빠르게 변화해 왔다. 그러나 문화와 사회구조가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다. 예로, 다중상태평형이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성평등주의 확산과 출산율 간 'U'자 관계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어쩌면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우리는 성평등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성평등 수준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였다. 그러나 현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교육수준 상승,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으로 성평등은 중요해진 반면, 노동시장, 가족생활 등에서의 성평등 수준은 더디게 변화함에 따라 개인들은 가치변화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여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성평등주의가 확산되면 초기에는 일정기간 출산율이 하락하다가 지속적으로 성평등주의가 확산될수록 출산율은 최저점을 찍은 후 ‘U’자를 그리며 반등한다는 가설
 성평등주의가 확산되면 초기에는 일정기간 출산율이 하락하다가 지속적으로 성평등주의가 확산될수록 출산율은 최저점을 찍은 후 ‘U’자를 그리며 반등한다는 가설
ⓒ 출처 Esping-Andersen and 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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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엘리트 주도의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사회에는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공고화되어 왔다. 그 영향으로 교육시스템과 노동시장, 심지어 결혼시장에서도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대학, 그것도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고용기회는 물론 임금, 지위, 승진, 고용안정성 등에서 차별을 받고 결혼도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국민 모두는 사교육 열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하나,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한 관계로 마찰적 실업 등 청년고용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불안정은 결혼 포기로 이어지며, 사교육비로 대표되는 양육비 부담은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가 길어지고 있으나 선진국과 달리 사회보장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출산과 노후 준비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지금 우리나라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문화나 사회구조가 개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에 따라 변화하지 못해 개인들은 결혼과 출산 행태의 변경을 통해 적응하려하고 있다. 따라서 낮은 출산율을 인구학적인 양적 지표로서만 간주하여 방치한다는 것은 국민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을 도외시하는 것과 같다. 역으로 저출산현상 완화는 결혼과 출산의 장애요인들이 제거 혹은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로서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저출산 현상이 우리 삶에 미치는 것들

저출산현상은 원인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결과론적 측면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연구들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병력자원 부족,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사회보장 부담 증가 등을 야기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인구는 국가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어떠한 형태의 인구관리 방법도 국가주의적 목적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저출산 문제는 국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양적이든 구조적이든 인구 변화는 수많은 사회경제현상에 투영되어 복합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과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예로, 노동력이 부족해진다면 개인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제약을 받을 것이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 시, 개인 차원에서는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수입이 감소하여 생활수준이 악화될 것이다. 고령화로 사회보장부담이 증가하는 경우, 개인은 보다 많은 보험료와 세금을 납부하여야 하나 본인이 받은 혜택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현상이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일지라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동서고금을 통해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낮다. 그런데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저출산현상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출생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나, 우려하는 만큼 저출산 완화를 위한 의지나 실천 노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저출산 추이를 변경시킬 수 있는 효과 있는 대책들을 찾기가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단기간에 저출산 완화를 기대하기 곤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초저출산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또 매번 낮은 수준으로 기록이 갱신됨에 따라 우리 사회가 저출산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또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강한 내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특히, 저출산현상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문제로 관심조차 줄어들고 있지 않나 우려되기도 한다.

저출산현상의 완화는 본질적으로 현재 우리의 삶의 질은 물론 미래 세대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출산현상이 실질적으로 완화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질 내지 방식과 문화 및 사회구조 간의 간극을 없애야하며, 이와 관련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과감한 개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각주>

① 미국 경제학자 듀젠베리가 주장한 것으로 소비지출은 절대소득 수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이론

② 산업혁명 이후 서구의 인구변동을 모형으로 하여 사망률·출생률의 변화를 산업화 또는 근대화 과정과 관련시켜 인구변동 과정을 일반화한 이론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삼식님은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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