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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도 사람입니다. 사람이라면 맛난 것 먹고 싶어 하고, 좋은 곳에서 푹 자고 싶어 하고,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이성을 그리워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스님들은 그렇지 않은 삶을 삽니다.

먹는 것, 잠자는 것을 가리는 것은 물론 몽정을 하고 몸부림은 칠지 모르지만 금욕의 삶을 삽니다. 머리도 삭발을 하고, 옷도 염의만 입을 뿐입니다. 대개의 출가수행자들은 그렇게 살 겁니다. 출가를 해 하루하루를 그렇게 산다면 그렇게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부 스님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출가 초심이야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승을 꿈꾸고, 세속인이라 해도 손가락질을 당할 만큼 거짓된 삶을 사는 스님들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출가수행자들이 추구하는 바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일 것입니다. 하지만 머리를 깎은 일부 사람 중 일부는 위로는 주지나 총무원장 같은 권력을 구하고, 아래로는 탐한 시줏돈으로 방탕하고 거짓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 소식이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무는 동글동글한 나이테로 여름장마와 가뭄을 버텨낸 이력, 북풍한설 부는 추위를 견딘 세월을 기록하고, 사람들은 구전과 기록으로 역사를 일궈갑니다.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 지은이 이이화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9월 3일 / 값 18,000원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 지은이 이이화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9월 3일 / 값 18,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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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지은이 이이화,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불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372년, 고구려소수림왕 이래 오늘까지, 한국불교의 1600여년 역사를 이야기 읽듯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고, 한 나라의 국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우여곡절 파란만장입니다. 어느새 기득권 세력이 된 불교, 타락한 승려들이 보인 파행적 행보는 지탄받아 마땅한 일탈이며 파계입니다.

우리나라 국·보물의 대부분이 불교와 관련한 유물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역사와 불교역사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역사와 함께 만들어지는 문화 또한 그러하니 우리나라 문화는 불교문화이기도합니다.

숭유억불은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고려시대에도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겁니다.

그 시대에 불교를 거부하거나 억압하려 했던 건 엄청난 종교적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효를 인간의 도리이자 근본으로 여기는 유학자들 입장에서라면 불교를 거부하거나 억압하는 게 어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불교는 아버지와 임금을 섬기는 도리가 없습니다. ……이른바 스승을 받드는 것은 그 도를 모범으로 삼는 것입니다. 부처는 신하와 자식으로서 임금과 아버지를 배반하고 도망쳐 산속으로 들어가 적멸로 즐거움을 삼았습니다."  -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312쪽
 
1391년 김초(金貂)가 올린 상소문 중 일부입니다. 고려 말에는 왕사로 지정된 승려가 궁 앞까지 왔다가 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임금 또한 왕사를 마음대로 들이지 못하는 일도 있었으니 불교가 억압을 받은 건 조선시대만의 일은 아닙니다.

나라의 종교였던 불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불교가 이렇듯 문전박대를 당하는 신세로까지 곤두박질 한 것은 지나치게 융성한 불교가 낳은 폐단이며 일부 타락한 승려들로부터 비롯된 자승자박이라 생각됩니다.
 
"네가 늘 부녀자를 가까이함은 기운을 기르려는 것이지 감히 사통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 들으니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이것이 맹세한 글에 있는 것이냐? 또 성안에 좋은 집을 일곱 채나 갖고 있다는데 이 역시 맹세한 글에 있는 것이냐?"(<고려사> 열전 신돈) -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300쪽-
 
"1910년대의 한국불교를 흔히 "주지 전단 시대"라 부른다. 본사 주지들이 총독에게만 굽신거리면 다른 관료들에게 별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재산 처분도 '로비'를 잘 벌이고 충성도가 높으면 주지가 마음먹은 대로 주무를 수가 있었다. 그러니 주지들은 많은 재산을 가지고 호화롭게 살면서 속화(俗化)의 길을 걸었다. "-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506쪽
 
작금 우리나라 종교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러 폐단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사안들 또한 없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에 대해 그들 스스로 자정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종교탄압이니 뭐니 하며 반발할지 모르지만 불교사에 남을 기록은 종교 탄압이 아니라 인과(因果), 타락한 불교가 남긴 부끄러운 역사일 뿐일 겁니다.

1600년 불교 역사서, 초심 추스르게 하는 경책서

이 책은 읽는 입장에 따라 두 가지로 읽힐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은 우리나라 불교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장구하기만 한 우리나라 역사, 그 역사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불교 역사를 일목요연하지만 재미있고 쉽게 간추려 읽을 수 있는 역사서로 읽힐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구도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새 출가 초심이 흐릿해져 있거나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몇몇 출가자들에게는 초심을 곧추게 하는 경책의 책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고 권력자에게 수억 원의 돈을 가져다 바친 뇌물 승, 출가자 집단에서 청산되어야 할 적폐로 지탄하고 있는 권승, '은처승'이나 '쌍둥이 아빠'로 회자되고 있는 파계승에게는 그들이 자행하고 있는 온갖 작태가 불교역사에 어떻게 기록되고, 어떤 내용으로 되새김 될지를 미리 가늠해 보게 하는 예지서가 될 거라 생각됩니다.

책 한권 읽어 스스로를 경책하며 깨우칠 사람들이라면 아예 그런 무리가 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당신들이 쌓아가고 있는 폐단을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하고 있고, 이렇게 역사로 남게 된다는 걸 꿈결에라도 자각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 불교사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1600년 한국 불교사를 재밌는 이야기로 꾸린 이야기보따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출가초심으로 새겼을 출가수행자들에게는 스스로의 초심을 추스러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가능하게 할 경책의 돈오의 독서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 지은이 이이화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9월 3일 / 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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