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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류소는 국민은행 장위동지점입니다."

지난 8월 17일, 을지로에서 172번 버스를 타고 장위동에 갔다. 고층 유리 건물들이 왕복 8차선 대로에 즐비해 있는 도심에 비해 장위동은 나지막한 주택들이 골목을 이루는 조용한 동네였다. 내가 장위동에 방문한 이유는 장위동 재개발지구에서 투쟁하고 있는 조한정씨를 만나기 위해서인데, 생각보다 조용하고 부서진 주택들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골목을 둘러보려는 참에 전화가 왔다. 조한정씨였다.

"네,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저 지금 국민은행 앞에 있습니다."
"아, 저기 보이네요."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조한정씨를 만났다. 주변에 인터뷰를 하기 마땅한 카페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는 나를 조금 더 먼 곳으로 안내했다.

"아, 제가 머무는 곳으로 가시죠."

5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아까 보았던 나지막하고 조용한 동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는 이미 재개발로 헐려서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에요."

내가 예상했던 동네는 이미 사라졌던 것이다. 그 자리에는 크레인 수 십대가 올라가 번지르르한 아파트가 들어서는 중이었다.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에 당황스러워 할 때 쯤 그는 그늘막 쳐진 텐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곳이 제가 머무는 곳입니다."

집이 아니라 천막이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여기 계신 건가요?"
"5월 18일부터 여기 있었죠."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근처 교회 화장실에서 씻고요. 밥은 거를 때도 있고, 그렇죠."


법원의 갑작스런 강제집행으로 손 쓸 것 없이 쫓겨난 이후, 그는 이곳에서 텐트에서 폭염을 오롯이 버텼던 것이다.

"카페로 갈까요?"

바로 옆에 차도가 있는데다가 공사현장 앞이었기에 조금 더 조용한 카페로 이동했고, 그 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디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민이에요. 태어난 곳은 충남 부여인데, 중학교 2학년 때 장위동에 이사를 오게 됐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살게 되었으니 실질적으로 제 고향이나 다름없죠."

- 장위동은 언제부터 재개발 움직임이 시작되었나요?
"2003년 정도로 기억하는데요. 장위동 곳곳에 재개발 추진위원회 현수막이 걸렸어요. 그 때는 동조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2005년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장위동 일대를 뉴타운 3차 시범지구로 지정을 해요. 3차 지구라니, 이해가 안 갔죠. 시범지구를 1, 2차를 넘어서 3차까지 지정하는 것도 이상한데다가, 당시에 1차 지구가 왕십리, 길음 지역이었는데 그곳은 철거도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반응이 대단했어요. '강남보다 잘 사는 강북'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어지고, 장위동을 파리, 맨해튼 같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홍보하니 주민들은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어서 들떴죠."

- 과거 이 동네는 어떤 곳이었나요?
"장위동은 편안한 곳이에요. 오패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조용하기도 하고요. 옛날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쳐들어왔다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1960-70년대에는 지금의 북서울꿈의숲 자리에 염소들을 키웠는데,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이 염소젖을 한 잔씩 사 먹기도 했어요. 평화로운 곳이었죠."

- 투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제가 장위동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데, 한 집에서 30년 정도 살면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되더라고요. 양도소득세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만든 법이잖아요. 그런데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산 원주민에게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있으니 너무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죠. (더구나) 저는 시장 쪽에 상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재개발 문제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사람이 전통재래시장에 상가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재개발조합은 실거래가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보상'하려고 하거든요."

- 왜 그런 것이죠?
"토지감정을 할 때 시장 상가로서 평가하지 않고 그저 주택으로만 평가했던 것이죠. 그렇게 되면 공시지가 보다 조금 높은 정도로 보상을 받게 돼요.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도로변의 지가를 평가할 때는 시세의 80% 정도로 보상액을 맞춰요. 그런데, 번화한 곳은 상권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곳보다 높게 보상받을지는 몰라도, 실거래가 대비했을 때는 60%정도 밖에 보상을 못 받아요. 이게 재개발할 때 조합 측이 보상액을 측정하는 방식이에요.

처음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은 이렇게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집을 뺏겼으니 저희에게 머물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저의 피해에 대해 재개발 조합에 증명서를 보내고, 구청에 민원도 넣었어요. 법원 재판 과정에서 내용증명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갑자기 법원 강제집행이 이루어졌어요.

서울시청 같은 관공서에 가면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써 붙여 놓잖아요. 그런데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볼 수 있는 주거권을 박탈하면서 무슨 인권이에요? 재개발이 없었으면 내 집에서 노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공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빼앗아갔으니 내가 갈 곳을 마련해달라는 게 제 요구예요. 그런데 재개발을 진행하려는 쪽에서는 이미 줄 것 다 줬으니 떼쓰지 말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으니 제가 투쟁을 하는 것이죠. 솔직히 정말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거리에서 텐트 쳐 놓고 투쟁을 하는 것이고요."

- 보상금은 받으셨나요?
"보상금을 받아도 실거래가의 절반도 못 받았으니, 양도소득세, 대출금 내고 나면 남은 게 없어요."
 
 인터뷰 중인 조한정 씨
 인터뷰 중인 조한정 씨
ⓒ 김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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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하다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제가 갈 곳이 없어서 거리에 나 앉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마치 저를 보상금 더 받으려고 시위하는 것처럼 비춰질 때 많이 답답하죠. 이 동네에서 같이 살던 사람들도 '그런다고 뭐 더 받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저는 정말 갈 곳이 없어서 여기 있는 것이거든요."
 
 장위동 철거 장면
 장위동 철거 장면
ⓒ 윤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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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장위동 주택 가운데 교회 첨탑이 있는 건물이 조한정 씨의 집이었다.
 무너지는 장위동 주택 가운데 교회 첨탑이 있는 건물이 조한정 씨의 집이었다.
ⓒ 윤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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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건설사와 정치계, 법조계가 유착이 되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저희가 법정에서 비상식적인 논리로 패소한다는 말이에요. 합당한 판결은 전혀 없어요. 그들은 법대로 하라고 주장하지만, 법이 잘못되어 있고, 그 법을 국회에서 고치지 않는데 당연히 저희는 질 수밖에 없죠. 아무리 법에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법정만 가면 판결이 이상하게 나와요.

(또 하나는) 감정평가도 불합리해요. 시세의 60~80% 정도 밖에 안 되는 보상액을 미리 설정해 놓고 마치 100%인 것처럼 말하면서 주민들에게 본전 찾아주는 것처럼 속이는 게 어디 있어요. 주변 동네의 시세의 평균으로 보상하면 되는데, 시공사에 유리한 쪽으로 평가하려고 하는 것이죠. 엉터리죠."

- 본인에게 주거는 무엇인가요?
"주거는 인권이죠. 사람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3가지 중에 하나인 만큼 재산권보다 주거권이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밥을 굶는 사람을 대하듯이 집이 없는 사람에게 신경써주는 사회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재개발 때문에 나가야 되는 상황이면, 적어도 원래 살던 곳과 비슷한 조건의 집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렴한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번쩍거리는 건물을 세울 게 아니라, 서민들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들을 많이 공급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임대주택은 보증금이 비싸기도 하고, 입주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요. 부모나 자식이 돈을 좀 벌면 공공임대주택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 게 말이 되나요? 이렇게 주변 관계를 고려하기보다 본인 소득, 환경을 고려해서 입주를 시켜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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