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너무 좋아'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손흥민 '너무 좋아'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에 패할 때만 해도 '최악'이라 불리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이 2연속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가져왔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에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28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처럼,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특히 원정에서는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공동우승 이후 무려 40년 만에 맛보는 감격이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축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김학범 감독의 화끈한 공격축구 덕분이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7경기에서 19골을 퍼붓는 화력을 과시했다. 조별리그에서도 바레인전 6-0 승리가 있었지만 한국은 토너먼트 4경기에서도 11골을 폭발시키며 역대급 공격력을 뽐냈다.

9골을 넣은 대회 득점왕 황의조를 비롯해 황희찬, 이승우 등 이번 대표팀에는 뛰어난 공격수들이 대거 포진돼 있었지만, 최고의 스타는 역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의 주전 공격수 손흥민이었다. 물론 한국이 이번 대회 기록한 19골 중에서 손흥민의 골은 단 한 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손흥민이 한 골에 그쳤다고 해서 이번 대회 손흥민이 부진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런던올림픽-인천AG 불참 후 리우 올림픽에서 흘린 눈물

안타까워하는 손흥민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안타까워하는 손흥민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2008년 동북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찌감치 함부르크SV의 유소년팀에 입단, 어린 나이에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까지 74경기 20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에서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로 떠오른 손흥민은 201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다시 두 시즌 동안 29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2014-2015 시즌에는 리그에서 11골,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다.

2009년 U-17 월드컵에서 3골을 넣으며 대표팀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손흥민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물론 당시에도 손흥민의 선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약관의 유망주였던 손흥민에게 병역 문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손흥민의 선발 여부가 다시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엔 소속팀 레버쿠젠이 차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을 거치며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성장했고 병역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손흥민의 경우 국내 클럽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유럽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규정상 상주 상무나 아산 무궁화 같은 K리그 군경팀에서 활약할 수 없다. 자칫 전성기를 보내야 할 나이에 2년 가까이 커리어가 끊어질 위기에 놓인 것.

이에 토트넘 구단에서는 손흥민의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피지전과 독일전에서 연속골을 기록하며 와일드카드로 제 역할을 했지만, 한국은 8강에서 온두라스에게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특히 손흥민은 8강에서 지나치게 골욕심을 부리다가 자신에게 찾아온 많은 기회를 날려 버리면서 많은 질책을 받았다.

사실 손흥민이 리우 올림픽에서 보여준 '골 욕심'은, 대표팀 내에서 손흥민이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위치와 큰 관련이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47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A대표팀에서도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어 본인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손흥민은 한국이 기록한 세 골 중 두 골을 책임졌다.

골 대신 희생과 헌신으로 대표팀에 크게 기여한 대한민국 '캡틴'

일본 꺾고 아시안게임 우승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손흥민과 선수들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일본 꺽고 아시안게임 우승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손흥민과 선수들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소속팀 토트넘과 2023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더불어 손흥민이 병역을 연기할 수 있는 기간도 2년이 채 남지 않게 됐다. 토트넘과 장기계약을 체결한 만큼 이제 손흥민의 병역 문제는 손흥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토트넘은 초반 결장을 감수하면서 손흥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허락했다.

황희찬, 이승우 등 월드컵 멤버들이 포함됐다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와일드카드 손흥민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김학범 감독도 손흥민에게 주장을 맡기며 단순한 공격수 이상의 역할을 기대했다.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회 첫 골을 신고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앞으로 한국의 득점이 손흥민을 중심으로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은 16강부터 결승까지 토너먼트 4경기에서 단 하나의 골도 추가하지 못했다. 골은커녕 슈팅시도 자체가 4경기에서 단 7개에 불과했다. 손흥민의 포지션이 포워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활약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손흥민이 골을 넣지 못한 토너먼트 4경기에서 11골을 폭발시키며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얻어냈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내는 힘겨운 여정에서 '캡틴' 손흥민의 헌신은 단연 돋보였다. 손흥민은 득점에만 치중하지 않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일단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자신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했고 손흥민은 이번 대회 5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특급 도우미'로 맹활약했다. 특히 동갑내기 스트라이커 황의조와의 콤비 플레이는 단연 일품이었다.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나상호와 교체되며 한국 응원단의 기립박수를 받은 손흥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누구보다 빨리 뛰어나가 동료들을 끌어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했다며 사과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잔소리는 한국의 금메달에 큰 원동력이 됐고 한국 축구의 '캡틴'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 위엄과 존재감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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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김학범호 손흥민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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