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원했던 금메달 시나리오 

한 마디로 '고생을 사서 한다'라는 옛 속담에 어울리는 경기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세(U-23)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일본을 2-1로 꺾었다. 이로써 원정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이라는 새로운 역사와 함께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결론적으로 최강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은, 우승으로써 이를 증명했고, 시상대 맨 꼭대기 자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결승까지 오르는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조별 리그 2, 3차전 말레이시아(1-2)와 키르키스스탄(1-0)을 상대로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결과와 내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 16강전부터 경기력은 상승 곡선을 그렸고 이란을 상대로 공수에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실효성 있는 플레이로 2-0 완승을 거뒀다. 8강전에서는 120분까지 가는 치열한 연장 혈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4-3으로 잡고 준결승에 진출, 베트남과 맞붙어 3-1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일본. 한국은 와일드카드 없이 대학생과 프로(J리그) 초년생 U-21세 이하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과 맞대결을 펼쳤다. 일본팀이 선택한 3-4-3 포메이션의 구조적인 약점을 공략했고,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22.레드블 찰츠부르크)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황의범(22.아산 무궁화)이 활발한 공세로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전반 7분, 황인범이 밀어준 절호의 득점 찬스를 황의조가 간발의 차이로 살리지 못했고, 전반 8분 이진현(21.포항 스틸러스), 전반 14분 조유민, 전반 22분 황의조가 시도한 슈팅도 골키퍼 코지마 료스케(21.와세다대) 선방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일본의 득점 기회도 있었다. 전반 26분 미요시 고지에(21.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페널티에어리어 측면을 돌파당하는 아찔한 실점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조현우(27.대구 FC)의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넘겼다. 경기 분위기와 흐름은 분명 한국에게 있었지만, 전략적으로 경기를 잘 준비한 일본의 경기 내용도 한국이 긴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국 허점 찌른 일본 전략


일본은 경기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했다. 예상됐던 패스 위주의 플레이 대신 롱킥에 의한 양쪽 측면 공격에 초점을 맞춘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이와 같은 일본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후반 10분 손흥민과 18분 황의조가 시도한 슈팅에 만족하며 실효성이 결여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본은 전반부터 시종일관 쓰리백의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웠다. 특히 스기오카 다이키(20쇼난 벨마레)와 타츠타 유고(20.시미즈 에스펄스)는, 해결사 황의조에 대한 철저한 대인 마크를 늦추지 않았고, 에이스 손흥민을 2~3명이 밀착 마크해 득점포의 발이 묶이고 말았다.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고, 결국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연장전 승부는 한국에게는 전연 의도하지 않은 승부였고, 일본에게는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연장 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이 일본 실수로 생긴 득점 찬스를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문 살짝 빗나갔지만,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후 불과 3분이 지난 후반 11분, 교체 투입된 이승우(20. 헬라스 베로나)가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천금 같은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곧이어 손흥민의 프리킥을 황희찬이 추가골로 만들어냈다. 스코어는 2-0, 승부는 한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반성과 각성...발전을 위한 해법 찾기



한국의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축구 우승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그동안 한국 축구가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금메달 꿈을 위한 큰 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경기에서 드러난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 팀 전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분명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팀 '플랜 A' 포메이션 선택과 선수 로테이션 실패로 이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를 경험했다. 대회 도중 이 같은 변화 모색은 모험이고 위험 부담이 커 분명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서 미드필드 문제점도 있다. 한국은 결승전까지 총 7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공수를 조율할 수 있는 테크니션 미드필더 부재로 팀 전체 경기 운영과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황인범(22.아산 무궁화)이 고군분투하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의 공격 파괴력과 골 결정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플레이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우승 주역의 대부분은 '2020 도쿄 올림픽'에 연령 초과로 참가하지 못한다.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의 와일드카드를 염두에 둔다면 만 22세인 황희찬의 '2020 도쿄 올림픽' 승선도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한마디로 김학범 감독은 새판을 짜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U-23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의 숙원인 금메달을 획득하려면, 김학범 감독의 빠른 선수 선발과, 실효성 있는 합숙, 충분한 훈련 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KFA)의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프로축구(K리그1, 2) 각 구단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반성과 각성 없이 한국 축구는 발전하지 못한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쁨에 마냥 즐기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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