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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 "엄마들, 아내들 눈치를 많이 보게 되요. 싫어하거든요. 애들 같다고 하고… 그래도 술자리보단 훨씬 낫잖아요. 게임보다 괜찮죠. 술자리는 숙취만 남고, 게임은 레벨밖에 남는 게 없지만, 이건 '작품'이 남는 거잖아요!"

김대영 : "어릴 적엔 그림도 그리고, 바이올린도 켜고, 모두 예술가였죠. 그러다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다 그게 다 닫혀버리죠. 아예 잊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데 퇴근후에 혹은 주말에 아예 처박혀서 작업을 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점차로 자신의 꿈을 다시 깨우는 이들을 봅니다. 여긴 그곳으로 가는 문이에요."

올해로 다섯 번째 열리는 전국생활문화축제의 주제는 '생활문화 여餘. 기技. 예藝'다. 여가(쉼)와 기술(솜씨)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곳, 삶의 현장 지금, 우리, 여기에 있는 문화예술을 확산하자는 취지다. 이에 걸맞게 예술을 업으로 하지는 않으나, 업보다 훨씬 더 열정을 쏟는 일상의 생활문화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 장르는 정말 다양해 음악과 무용, 공예와 연극, 영상과 사진과 미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콜라보까지 있다.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는 '생활문화 뉴웨이브' 참가자들도 있다. 올해는 김대영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 대표와 양승준 '재미나 공작소' 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9일 오후 축제 준비가 한창인 지역문화진흥원에서 만났다.

자르고 사포질하고... 건담은 예술입니다
 건담의 전시를 위한 사전준비 모임에 참석했다. 전시를 위해서는 조명, 전시대 높이와 관람자 동선, 작품보호 및 설명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 왼쪽 양승준 재미나 공작소 제작소장, 김대영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 대표. 건담의 전시를 위한 사전준비 모임에 참석했다. 전시를 위해서는 조명, 전시대 높이와 관람자 동선, 작품보호 및 설명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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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뉴웨이브'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 문화예술과 취미의 접점에 있는 피규어, 특히 건담수집자라고 들었다. 오늘 어떤 내용으로 회의를 진행했나?
김대영(아래 김) : "피규어의 전시방법에 대한 논의였다. 아무래도 우리가 제일 잘 작품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피규어를 앞뒤옆위, 모든 방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동시에 작품 보호도 해야하고, 이쪽 환경도 잘 이해한 뒤라야 미적가치를 최대한 살리면서 전시가 가능한 것이니까. 협의는 잘 끝났다."

- '뉴웨이브'란 부제가 붙은 것부터가, 피규어가 아직 생활문화나 예술의 장르 안에 들어가기는 생소하다는 의미 같다.
김 :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상업적으로 생산된 것(기자 주 - 건담은 일본 완구업체 반다이사에서 생산),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게 문화나 예술이야?' 하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충분히 문화예술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 점을 조금 설명해 달라. 어떤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양승준(아래 양) : "'작품' 생산까지는 일련의 숙달된 기술이 필요하다(웃음). 건담 상자를 뜯으면 부품들이 런너(틀)안에 있다. 각 부품인 파츠가 런너와 게이트로 연결돼 있다. 그것부터 제대로 잘라내지 않으면 작품에 파임이 생긴다.

우리는 자르고 사포질하고 프라이머를 칠해서 다시 색을 입히기도 한다. 패널라인을 따라 음각에 먹선을 넣기도 하고. 데칼이라고 표면 장식도 새로 입힌다. 어깨를 넓히고, 키를 키우는 데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부품 제조가 필요하기도 하다. LED 설치를 하기도 하고. 이 모든 과정 안에서 미적 감각과 자기 표현의 욕구가 실현된다."

오덕들의 '피규어 마을'에서 재미나게 살고 싶다
왼편 위 양승준 아티스트 작, 오른편 위 우준희 아티스트 작. 아래 건담프로제트에 참여했던 이들의 자축평.
▲ 상업제품을 사용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개성과 표현이 담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왼편 위 양승준 아티스트 작, 오른편 위 우준희 아티스트 작. 아래 건담프로제트에 참여했던 이들의 자축평.
ⓒ 재미나공작소,건담이지키는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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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다른 제품이 아니라 하필 건담 피규어일까? 문외한들을 위해 '건담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양 : "서양에 스타워즈가 있다면, 동양엔 건담이 있다고나 할까? 1979년 일본서 처음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이 태어났다. 벌써 40여년 전인데, 건담은 지금도 계속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 일본에선 하나의 문화다.

오타쿠지만 건담 1인자들은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분위기다. 메인은 흰 퍼스트 건담이지만, 외눈박이 자쿠의 비중도 그에 못지 않다. 스타워즈나 다른 작품들엔 선악이 분명하지만, 여기 건담엔 그런 것도 모호하다. 지구연방과 자치를 원하는 예를 들면 지온공화국 중 어디를 택하겠는가? 그런 흥미로운 세계도 있다. 참, 건담은 본드가 전혀 필요없고, 단계도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레벨로 접근이 가능하다. 그런 점도 대중화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의 김대영 대표는 이쪽 세계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져있다. 생활반경도 전국이다. 2016년에는 현대백화점의 200여평짜리 공간을 건담으로 채우는 전시회 기획에 참여했다. 밀리터리 피규어로 시작한 건담 '오덕'의 역사는 어느덧 7년여.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김 : "현재 작업실은 모두 후배에게 맡기려고 하고 있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길을 뚫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디자인인데(실제 그는 사진가이고, 디자이너이고, 출판인이기도 하다), 그런 장점을 살려 일하는 걸 하고 싶다. 전시를 위해선 다양한 기획도 필요하고, 출판을 통한 개념화 등도 필요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여는 건담 전시회도 있다. GBWC 건담 베이스 월드 챔피언 십. 일본엔 프라모델 챔피언십도 있고."

내게 건담을 요철 새김한 명함을 건냈던 <재미나 작업소>의 양승준 공작소장의 꿈은 조금 더 소박하지만 분명했다.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의 멤버였던 그는 어느날 자신이 사는 성미산마을 사람들에게 "우리 (남자) 어른들도 재미나게 살자."고 제안했다. 연극도 하고, 요리협동조합도 만들고, 유치원을 만들어 공동육아를 하고, 초중고 대안학교까지 만들던 이 사람들의 '창조욕'이 어느덧 개개인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양 : "저는 마포 성미산 마을에 있어요. 아이 유아기를 공동육아로 키웠고 지금은 마을 속에서 이웃들과 여러 참여활동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피규어로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지금의 작업은 그 목표를 위한 준비과정이랄까? 나무, 아이들, 집, 길…, 그런 동네를 모두 담아 추억을 동네를 재현해 내는 거예요. 그 안에서 우린 추억과 정서를 다시 환기할 겁니다."

건담의 넓고 다양한 세계, 자신을 표현하는 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했던 여행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눈은 반짝이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삶의 기쁨을 얻는 일, 삶을 지탱할 힘이 (그곳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거기에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건 생활안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예술을 즐기는 다른 모든 이들과도 전혀 다르지 않을 일이었다. 이들의 전시회는 <코카콜라의 아름다운 세상>과 더불어 전국생활문화축제 뉴웨이브전에서 볼 수 있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
올해는 대학로 이음센터 5층에서 전시를 갖는다. 전국생활문화축제 뉴웨이브전에서 건담의 세계와 건담을 사랑이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 2017년의 전국생활문화축제 피규어 전시회. 올해는 대학로 이음센터 5층에서 전시를 갖는다. 전국생활문화축제 뉴웨이브전에서 건담의 세계와 건담을 사랑이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 건담이지키는작업실,재미나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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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원동업 기자는 2018년 전국생활문화대회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2018전국생활문화축제, #남동훈, #지역생활문화진흥원, #김대영, #양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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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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