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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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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2심 선고 공판에서 25년에 벌금 200억이 선고되었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에 대해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영재센터 후원금도 재판부는 뇌물로 인정했다. 이 결과를 분석해 보고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인 김준우 변호사를 지난 28일 서울 교대역 근처 민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박근혜 항소심, 삼성의 묵시적 청탁 인정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시로 했던 국정농단사태와 관하여 정치적 심판은 탄핵으로 어느 정도 일단락된 셈이지만, 사법적 심판의 영역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상황입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법리로 관련자들이 심판을 받느냐가 갖는 의미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에 총평을 하기에는 조심스럽고, 어쨌든 1심보다는 조금 더 다듬어진 판결문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항소심에서 국정원 특활비는 포함 안 된 거죠?
"네 국정원 특활비는 별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사법농단 사태 가운데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수사나 기소가 이뤄질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사건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부분 그러니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한 것을 뇌물로 판단한 게 핵심인 거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부분 중에 가장 핵심적으로 달라진 것이 그 부분이죠. 핵심적인 쟁점은 결국 한국 동계영재스포츠센터라는 것이 별도법인이기 때문에 현재 법리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게 된 점입니다. 제3자 뇌물죄는 단순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1심에서는 삼성의 경영 승계 현안에 관한 묵시적 청탁을 부정했던 반면에, 2심에서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찌보면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 그러나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네 맞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대목입니다. 사실 204억이라는 재단출연금도 상당한 거액일 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황을 살피자면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서도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되는 것이 이치에 부합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했습니다. 이건 다소 정무적인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사실 당시 거의 모든 주요 대기업 재벌그룹들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냈기 때문에, 만약 이 부분이 유죄가 나오면 거의 모든 대기업이 다시 수사 용의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어요.

더 중요한 것은 만약에 1심 및 2심과 같이 재단출연금에 대한 부분을 무죄로 한다면, 그 효과가 상당히 염려됩니다. 예컨대 특별한 현안이 없는 상태에서 최고고위공직자가 재단을 하나 만들 테니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업에 돈을 내라고 제안하고, 기업에서 돈을 내면 정경유착이 합법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누가 굳이 직접 돈을 받겠습니까? 그럼 과거 일해재단과 같은 케이스가 모두 합법이 되는 것입니다."

- 항소심에 박 전 대통령은 아예 출석을 안 했잖아요. 이것도 판결에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할까요?
"워낙 이번 사건의 경우 특이성이 있어서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동일한 궤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그렇게 안 나왔다면 반성의 정이 거의 없다고 보아서 조금 더 쎈 형량을 내릴 수도 있었겠죠. 물론 다른 한편으로 보면 본인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한 부분이라서 무조건 더 가혹한 징역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보다 유감스러운 건 사실 어쨌든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분이었고, 국정농단사태로 말미암아 탄핵심판을 당했다면 최소한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죄해야 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사단계부터 출석조차 거부해왔습니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태도인지에 대해서 상당히 의문입니다."

- 상고할 텐데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세요?
"사실 안종범 수첩과 관련한 증거능력 인정이라든지, 한국 동계영재스포츠센터와 관련한 뇌물죄 등에 관련에 부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과 2심 그리고 박 전 대통령 1심 2심이 조금씩 법리가 다릅니다. 물론 이번 박근혜 2심 판결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제1심판결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많습니다. 어쨌든 4번의 판결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내용이 한 번 정리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법원에서 상당히 깊이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박근혜 2심 판결이 이전에 나온 다른 하급심 판결에 비해 꼼꼼하게 논증하려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항소심 판결 법리가 대법원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 선고를 받은 이는 박 전 대통령이지만 발등의 불은 삼성전자에 떨어진 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법원판결이 남아 있잖아요. 이번 판결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까요?
"이번 판결을 반영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부분이 유죄로 바뀌는 취지의 파기 환송이 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대로 항소심 결과가 인정된다면 결과적으로 형량에 있어서도 조금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이날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 항소심 판결도 나왔어요. 징역은 똑같지만, 벌금은 늘고 추징금은 늘었는데.
"영재센터와 관련된 후원금이 새롭게 뇌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벌금과 추징금은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징역은 그대로인데, 이건 최순실씨가 별건으로 이미 징역형을 사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적인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검찰과 특검의 기소 부분이 나눠졌기 때문에, 애초에 병합하여 진행했었다면 받았을 형량과 비교해 더 가혹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징역을 늘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추징금과 벌금의 차이는 뭔가요?
"쉽게 말하자면 추징금은 부당이익에 대한 반환의 성격이 큽니다. 민사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죠. 벌금은 형사벌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에 따라서는 추징금과 벌금이 함께 나올 수가 있는 셈입니다."

"양승태 사법 농단, 더욱 철저한 수사 필요"

- 양승태 사법 농단이 수면으로 올라온지 3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었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 조금 더 뚜렷한 증거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죠. 그동안 법원을 비호하는쪽에서는 단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대통령과 그 당시 청와대에서 좋아할 만한 판결 결과들을 모아서 자신들 업적인 양 홍보한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재판 결과를 뒤바꾸는 것에 개입한 적은 없어서 '재판거래'는 부당한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었죠.

그러나 최근 수사 내용들을 보면 전교조 사건이나 강제 징용 판결 등에 관하여 부당한 재판거래 및 관여가 있었다는 점이 추가로 제출됐었고, 심지어 법원 판결에서 유리할 수 있는 몇 가지 논리들을 대신 써줬다는 의혹까지 드러났죠.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에 파견한 판사로부터 박근혜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을 별도로 보고 받은 것도 드러났고요. 이 부분은 더욱더 철저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에요.

또 전반적으로 사법 농단 사태와 관련된 특별재판부의 구성,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사법 농단 사태에 관여된 판사들에 대한 법관 탄핵 등이 국회에서 고민될 필요가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이 미적거린다는 주장도 있는데.
"마치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처럼 전반적인 일들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사실 지금까지 수사결과로 밝혀진 점만 보더라도, 이제는 사법부가 국민들 앞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과 다른 방식과 태도로 수사에 협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지난달 31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입증해줄 당시 대법원의 410개 문서파일 중 미공개 파일 228개가 공개되었잖아요. 거기엔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치권과 언론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담겨 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법원의 자신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입법과 관련된 활동은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죠. 그러나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 기고 글을 기획하고, 심지어 대필한 의혹까지 드러난 것은 황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입법부에 대한 로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마치 정보기구처럼 국회의원들 개개인에 대한 신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했던 것은 명백한 사법 행정의 남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하려고 역량 있는 판사들을 법원 행정처에 배치한 것이 아니죠.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개개인들의 경우도 법관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나 공직자의 기본적 자세가 결여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대단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어요.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행정 기구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과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사법 개혁이 가능할까요?
"대법원에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사법개혁 운동의 성패가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민변 입장에서 권력 감시를 통해서 법원 개혁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위시한 사법 농단 사태는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와 행정부와 사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면적인 개혁작업과 많은 과제가 남겨지게 됐고요. 물론 그 시작은 진상을 더욱더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할 테죠. 민변도 법률가단체로서 소임에 맞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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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