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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석면 해체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는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학교 석면 해체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는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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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학교 석면 해체 공사를 제보한 A씨(46)가 자신을 향한 공사업체의 각종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추가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편법으로 돈을 벌었으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모든 책임을 작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마이뉴스>는 제보자 A씨가 제공한 동영상과 인터뷰를 통해 부실한 학교 석면 해체공사를 지적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나는 학교 석면 공사 연출 모델...정부와 업체는 한패").

보도 후 해당 초등학교는 8월 26일 학부모 회의를 열고 석면철거 공사 후 청소 실태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학교 석면 해체 공사를 맡은 B건설도 참여했다. 이날 B건설은 학부모들에게 제보자 A씨가 '동영상을 조작하고 금품을 요구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C씨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사업체가 말하길 보도된 동영상은 조작됐고, 제보자가 금품을 요구했다더라"라며 "누군가 갑자기 녹음된 통화내용을 틀었다가 부실한 석면 (해체) 공사와는 상관없는 내용이라 제지당했다"라고 말했다.

"금품 요구, 공익 제보 아냐" - "회유 시도... 분통 터져"

B건설은 <오마이뉴스>에도 이메일로 연락을 해왔다. 보도된 동영상이 "공익제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조작 증거로 녹음된 전화통화 일부를 첨부해 보내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B건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없었다. 두 남자의 전화통화는 한 사람이 형사 고발에 불만을 표시하고, 다른 남성이 이를 듣고 대답하는 거였다.

B건설 측은 또 8월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제보한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석면 해체 작업이 끝난 뒤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며 '부실한 학교 석면 공사'라는 지적을 부인했다. 또 제보자의 목적이 "공익이 아니라 금품을 바라고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보자 A씨가 회사에 금품을 요구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그런 적은 없다"라고 했다.

반대로 제보자 A씨는 학교 석면 해체 작업을 맡은 공사가 자신을 회유하고자 금품을 약속했다며, 통화 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B건설 관계자가 제보자에게 "제가 챙겨줄 수 있는 부분이 단가라는 게 있잖아요. 일한 거 만큼 그걸 해드리려고", "어쨌든 돈 문제잖아요. 일한 거에 비해서 단가가 많이 적었다는 거잖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A씨는 "난 관심 없어. 지금 일하는 사람들 좀 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원리원칙대로 했으면 문제가 없었잖아"라고 대답한다.

A씨는 "보도가 나간 뒤, (B건설이) 직원을 시켜서 '일당을 13만 원에서 나중에 18만 원으로 정산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런데도 (제가) 금품을 요구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동영상 촬영 시점을 둘러싼 양쪽 주장도 다르다. B건설은 "그날그날 작업이 끝나면 청소를 하고, 규정대로 공사했다"며 "보양 작업(석면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교실 내부 벽면에 비닐을 덧씌우는 일)을 보수하고, 석면이 떨어져 있으면 주워야 하는 사람이 작업은 안 하고 동영상만 찍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일을 하면서 문제가 있어 촬영한 것"이라며 "(제보한) 동영상에 사실이 담겨 있다. 학부모들에게 사과하고 부실하게 공사한 걸 반성해야 하는 사람이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증언도 있다. 문제의 학교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했다는 한 노동자는 "보도된 동영상을 봤는데 조작된 게 아니다. 매뉴얼대로 작업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라며 "이유는 모르겠는데, 일이 끝나면 손이 퉁퉁 붓고는 했다"라고 말했다.

추가동영상에서도 '매뉴얼 위반' 드러나
 
▲ 규정 무시한 초등학교 교실 석면 제거 작업 현장 초등학교 교실 석면 제거 현장에서 일한 작업자가 규정을 무시하고 진행된 작업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보했다. (제보 영상 / 편집 : 박소영)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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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A씨가 추가 제보한 영상에서도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석면 해체 작업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매뉴얼대로라면, 석면 해체 작업을 완료 후 청소를 하고, 보양 작업한 비닐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영상에는 바닥에 석면 가루 등이 쌓여 있는데, 보양 작업을 한 비닐이 찢겨 있다. 칠판을 손가락으로 문대니 하얀 덩어리가 나오기도 한다. 석면 해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또 바닥에 조각난 석면 텍스가 떨어져 있기도 하고, 누군가가 벗어놓은 헬멧 옆에 석면 텍스가 쌓여 있다. 규정대로라면 제거한 석면은 바로 폐기물봉투에 넣어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작업자들이 보호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석면 제거 현장을 누비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태그:#학교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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