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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가는데 버스정류장 앞 상가가 소란스러웠다. 빵집을 철거하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빵을 팔고 있었는데. 그 집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그야말로 동네 빵집이었다. 저렴한 데다 맛도 좋은. 한때는 아파트 단지에서 유일했던 빵집이었다.
 
철거중인 동네 빵집 개업 4년 만에 문 닫은 동네 빵집
▲ 철거중인 동네 빵집 개업 4년 만에 문 닫은 동네 빵집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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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가 문을 연 게 2014년 이맘때니 딱 4년, 재계약 한 번 했나 보다.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그 상가엔 어느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었지만 얼마 후 다른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바뀌었다. 아침 식사로 빵을 즐겨 먹는 나는 다른 동네 빵집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들어선 이 빵집. 개업 초반에는 '빵 터지는 빵집'이라는 상호처럼 '빵' 터졌다. 소보루나 단팥빵 등 '추억의 빵'은 5개에 이천 원이었는데 내용도 충실하고 맛도 좋았다. 그러니 항상 사람이 많았다. 나중엔 천 원 올랐지만. 그래도 늦은 밤에는 여러 빵을 한데 묶어 떨이로 팔았기에 퇴근길에 자주 들르게 되는 가게였다.

주인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전형적인 동네 빵집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할 때는 남자 주인이 빵을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퇴근할 때는 여자 주인이 매장에서 남을 빵을 넉넉히 담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언제나 활기차 보였고 웃는 모습이었다. 동네에 유일했던 빵집이니 행복한 주인이겠다 싶었다.

2016년부터 식빵만 구워 파는 가게들이 도시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관련 뉴스에 '식빵 전문점' 창업이 뜨는 분야로 소개되기도 했고. 빠른 교육과 적은 비용을 강조한. 우리 동네도 그런 식빵 전문점이 생겼다.

2016년 늦봄 동네 빵집 건너편 상가에 들어섰다. 건물 뒤편이라 정류장에서 보이진 않지만, 버스에서 내리면 코로 확 들어오는 갓 구워진 식빵 냄새가 간판을 대신했다. 그 냄새를 쫓아 건물 뒤편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식빵은 그 집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른 빵은 동네 빵집에서 샀기 때문에 주인 부부에게는 덜 미안했다. 다만 식빵 봉지를 들고 길을 건너다 가게 밖을 바라보던 주인 부부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2017년 봄에 우리 집에서 가까운 상가에 또 다른 식빵 전문점이 열었을 때 조금은 안도했다. 식빵 봉지를 들고 있는 걸 더는 들키지 않게 되어서다. 다른 가게서 빵을 샀다는 걸 보여주는 건 잔인하다고 생각했달까.

구매자 관점에서 상도의를 생각하게 했다. 보완 관계도 아닌 경쟁 업종이 가까운 거리에 들어서는 건 소비자로서도 불편했다. 동네 빵집을 반경으로 50미터 안에 식빵 가게 두 개가 있다. 상품 구색이 똑같은. 100미터쯤 떨어진 다른 상가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고 그 옆에는 유명 햄버거 가게가 있다.

아무튼, 식빵 전문점이 생기며 동네 빵집 매상에도 영향이 갔을 거다. 나처럼 식빵은 그 가게에서 사지 않는 사람이 많았을 테니. 처음 2년은 유일한 빵집의 지위를 누렸을 테지만 다음 2년은 손님이 다른 가게로 가는 걸 느꼈을 거다.
 
식빵 전문점   동네 빵집 근처에 들어 선 식빵 전문점. 예전엔 떡집이 있던 자리다. 옆집엔 피자 가게.
▲ 식빵 전문점  동네 빵집 근처에 들어 선 식빵 전문점. 예전엔 떡집이 있던 자리다. 옆집엔 피자 가게.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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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며칠 전 건널목에서 마주친 부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굳어있다기보다는 표정이 없는. 인사를 하려고 눈 마주치려 했는데 그 눈이 향하는 곳을 알 수가 없어 그냥 지나쳤다. 가게에서 볼 땐 항상 웃는 얼굴이라 좀 피곤한가 보다 했다.

그런데 오늘 가게가 철거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주인 부부는 보이지 않았다. 자영업의 현실을 본 건가? 이른 아침엔 남자가 빵을 굽고 오후엔 여자가 빵을 팔고. 다른 고용인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주인 부부가 있었다면 묻고 싶었다. 무슨 일이냐고.

얼마 전에 읽은 장강명의 소설 <현수동 빵집 삼국지>가 생각났다. 목 좋은 어느 지하철역 근처에 차례로 들어선 빵집들의 무한경쟁을 다뤘다. 상대를 죽이려다 정작 본인이 죽어가는 걸 느끼지 못한다는. 소설 같지 않은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느꼈는데 현실에서도 보게 되었다. 소설 같은 현실을.

누군가는 폐업률을 얘기하고 누군가는 생존율을 얘기한다. 그 숫자를 뽑는 표본과 공식을 어떻게 정하는가가 중요한 사람들은 연일 펜을 굴리고 있다. 비 오는 날 최저임금을 원망하며 광장으로 나오기도 하고 다른 광장에서는 불공정한 경쟁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도시 한편에서는 또 하나의 가게가 철거되었고. 그 가게에 목맨 가족은 몇 명이었을까? 두 식빵 전문점은 한숨 돌리겠지만 그 편한 마음이 언제까지 갈까? 철거 현장에 옆 상가 편의점 사장이 와서 근심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설마?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오피니언뉴스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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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영화, 에니메이션 등 콘텐츠 회사와 투자회사에서 프로젝트 기획과 프로젝트 펀딩을 담당했다. 오피니언 뉴스에 북에세이와 문화 컬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전문 문예지에도 글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