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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어느 명문대학 주변에 자리잡은 카페의 모습 1층에는 카페가 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원룸이다.
▲ 서울의 어느 명문대학 주변에 자리잡은 카페의 모습 1층에는 카페가 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원룸이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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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역사는 제국주의 시절의 영국과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귀족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방은 식당과 응접실(프랑스에서는 살롱(salon), 영국에서는 팔러(parlor))이었다. 정기적인 손님초대와 그에 따른 의례적 답방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 기능을 수행할 식당과 응접실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곳이자 가장 정성들여 꾸미는 방이기도 했다.

그런데 18세기 식민지 개척으로 국부가 증가하면서 그 틈에 돈을 모은 신흥중산층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이 귀족주택을 모방해 지은 중산층 주택에는 식당과 응접실이 있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외부의 레스토랑과 카페도 자주 이용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영국 식민지인 인도에서 생산된 홍차와 프랑스 식민지인 베트남에서 재배된 커피의 새로운 소비시장이기도 했다.

그 후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노동자라는 새로운 사회계층이 등장한다. 시골의 빈농 출신인 이들은 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무작정 도시로 상경했기 때문에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대여섯 명의 아이가 딸린 대가족이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것은 예사였고, 이에 영국정부가 급히 노동자주택을 지어 보급했지만 부엌 겸 거실 하나에 두 개의 침실로 이루어진 작은 주택이 고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식당과 응접실은 고사하고 개인 침실을 갖기도 어려웠다. 이때 가장이 아내와 아이들을 피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서 펍(Pub)과 카페가 유행하게 된다. 그곳은 몇 푼의 돈으로 값싼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퇴근 후의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그리하여 일차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20세기 초반이 되면 파리에는 약 50만 개의 카페가 생겨난다. 인구 100명당 하나에 해당하는 수치로서 이는 카페가 더 이상 중산층 문화가 아닌 서민문화이자 노동자문화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카페는 파리와 런던보다 인근의 공업도시에서 더 성행하였다.

도시의 문화시설이 전혀 없는 신흥 공업도시인 경우에는 인구 50명당 카페 하나가 있을 정도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의 카페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빚어낸 노동자문화이며, 이제 노동자는 근로자 혹은 사무직 종사자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카페에서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여태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파리 시내에 즐비한 카페를 들여다보면 낭만보다는 고단한 노동자의 일상이 엿보인다. 주로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은데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을 곁들여 점심을 때우거나 거리를 향해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파리의 세련된 모습에 가려져 미처 보이지 않는 카페의 실상이다. 그리고 이 모습은 어느새 우리의 대도시에서도 익숙한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대학가의 이면도로는 물론이고 주택가의 골목길에도 조그만 카페가 들어서 있다. 주로 혼자 앉아 책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고 제법 공부에 열중인 학생도 있다. 때로 서너 명의 주부가 모여 앉은 곳에서는 동네 마실 온 것 같은 수다가 한창이다. 예전 같으면 집에서 해도 될 일을 굳이 집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하는 이유는 점점 열악하고 협소해지는 주택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4~5인 가구가 일반적이었지만 현재 1~2인 가구가 과반을 차지하면서 주택면적도 차츰 작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이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은데 주거환경도 이들이 가장 열악할 것이다. 원룸은 그나마 다행이고 때로 책상과 침대가 전부를 차지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좁고 답답한 집에서 혼자 사는 이들이라면 하루에 얼마 동안이라도 햇빛이 잘 드는 넓고 쾌적한 곳에서, 비록 혼자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일일망정 모르는 타인하고라도 어울려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학가 이면도로에 또한 주택가 골목길에 카페가 있는 이유이다. 어쩌면 유럽의 노동자문화라 할 수 있는 카페는 지금 한국에 상륙하여 슬픈 현실을 애써 가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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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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