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 혁신중간보고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 혁신중간보고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KBS


양승동 KBS 사장 체제 5개월, KBS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양승동 KBS 사장은 취임 전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를 통해 "공영방송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양승동 사장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혁신 중간 보고' 개념의 기자 간담회를 열고 "KBS가 그동안 얼마나 바뀌었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널리즘 신뢰도 회복하고 있나

양 사장의 제1번 공약은 KBS의 신뢰도를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양승동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기자협회 언론사 신뢰도(영향력) 조사를 바탕으로 2016년 신뢰도 6위였던 KBS가 JTBC 다음으로 2위로 올라섰다면서 "신뢰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신호로 보인다. 특히 2049 세대의 선호도가 유의미하게 오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KBS가 최근 <저널리즘 토크쇼 J>나 <사사건건> <오태훈의 시사본부> <김기자의 눈> 같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을 예로 들면서 "가짜 뉴스의 시대에 정확한 팩트로 뉴스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남북정상회담과 월드컵 같은 국가적인 행사나 재난 방송에서 국가 기간 방송으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아직 높아진 눈높이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KBS 뉴스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승동 사장은 또 "과거에 잘못을 한 사람을 다시 믿으려면 그 사람의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불공정 방송 사례들과 직원들을 탄압한 사례들을 다양하게 조사할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정식 출범했고 조만간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진상을 정확한 기록으로 남겨서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4개월 전 비판했던 시청자 찾아간 KBS

"뉴스는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다만 뉴스 보도가 아닌 작가들의 처우 개선이나 성평등센터 건립 등은 어떻게 진행돼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지은 평론가)

"몇 년 전에 비하면 KBS 뉴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느낌이 강하다. 헤드라인만 읽어도 알 수 있는 뉴스를 화면에 얹은 것 같다." (시민 이탁연씨)


지난 4월 10일 KBS 내부 비판 방송 <끝까지 깐다>에 나와서 KBS 방송을 가감없이 비판했던 패널들(관련 기사: 시청자들한테 혼난 KBS 기자들... 고개를 들지 못했다 http://omn.kr/qxoy)은 현재 KBS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KBS 구성원들이 이들을 다시 찾아가 KBS가 정말 변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두 시민의 인터뷰 영상이 이날 기자간담회에 등장했다.

영상을 본 이후 양승동 사장은 "KBS의 변화에 대해 시민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여주고 있구나 싶으면서 '아직 갈 길이 멀구나'하는 생각하게 된다. KBS 내부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역시 궁금해하실 것"이라며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차별 철폐를 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양 사장은 최근 신분상 여러 차별을 받았던 계약직 직원 250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올해 연말까지는 세부 계약을 포함해 이들의 일반직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일반직 전환 대상자 중 한 명인 엄은영 KBS 음악감독이 나왔다. KBS에서 17년째 음악 감독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규직이 아닌 이른바 '중규직'이었던 엄은영 음악감독은 얼마 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엄 감독은 "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까지 수많은 스태프들이 같이 일을 하지만 그 스태프들의 위치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라면서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인 선배들과 계약직인 후배들 사이에 갈등과 긴장감이 있었다"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는 "수십년 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돌아왔고 매번 문턱에서 좌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 감독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아 좋아하기도 조심스럽지만 누군가 '축하한다'고 말하면 그때서야 조금씩 반응하게 된다"며 감격을 표했다. 그는 "앞으로 개별 협상 절차가 남아 있고 또 여기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 등 수많은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 문제에 공영방송이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기대를 털어놓았다.

양승동 사장은 엄은영 음악 감독의 말에 대해 "프리랜서의 경우 표준 계약서를 만들어 최저임금 보장을 하고 800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해 연말까지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양 사장은 "독립제작사가 최저임금을 지킬 수 있도록 기본 제작비를 3.5% 늘리고 수익금, 협찬금, 저작권 배분 비율도 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BS는 직장 내 성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성평등센터를 이르면 9월 말 출범할 계획이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 혁신중간보고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 혁신중간보고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KBS


KBS, 올해와 내후년 신입사원 200명 채용 계획

양 사장은 또한 "5년 사이에 약 1300명의 직원들이 점차적으로 자연 퇴직을 해 올해와 내후년 신입사원들을 200명 정도 채용하고 내후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며 "KBS의 평균 연령이 계속 낮아지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양 사장은 "신입 사원 중 1/3명을 지역국에 배치해 지역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또 "3년 안에 50명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양승동 사장은 "KBS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재생산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기능과 역할인데 10년 간 뉴스만이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에도 공백이 있었다"면서 "올해 현장의 제작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의 KBS 프로그램의 미래를 자신했다.

한편, KBS는 20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를 맞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방송 추진단'을 만들어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초석을 놓을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다.

양승동 사장 KBS 채용 공영방송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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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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