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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위의 김상희 부위원장이 한 초등교사의 반대 토론을 듣고 있다.
 저출산위의 김상희 부위원장이 한 초등교사의 반대 토론을 듣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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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4학년 15시 하교 의무제'를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아래 저출산위)가 시행 근거로 엉뚱한 외국 사례와 한국의 교육청 사례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8일 오후 저출산위는 국회에서 포럼을 열고 '더 놀이학교' 방안을 내놨다. 이창준 저출산위 기획조정관은 발제문에서 "초등 저학년 하교시간이 오후 3시가 되도록 학교 운영시간을 1~2시간 연장을 제안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학교시간 확보 모델'을 제안했다. '선택제'가 아닌 '의무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 같은 모델을 앞세운 것이다.

긴 휴식 보장 모델
▶독일: 의무형 전일제학교(30분 내외 긴 휴식)


'해외 주요 국가 초등학교 운영사례' 항목에서는 "독일은 반일제 전통을 버리고 전일제 학교로 전환(2003~)"이라고 적었다. 프랑스의 초등 하교시간표에서는 '오후 4시 30분'이라고 명시했다.

저출산위가 하루 전인 27일 낸 보도자료에서도 "정재훈 교수(서울여대)는 '독일 전일제학교' 사례를 언급한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오후 3시 이후에 동시 하교'하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을 보면, 독일과 프랑스 초등학교 대부분이 '오후 3시 하교 의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출산위가 '15시 하교 의무제' 근거로 내세운 독일 '의무형' 전일제학교는 2015년 기준, 3.6%뿐이다. 전일제학교가 시행되고 있는 초등학교 비율도 전체 초등학교 가운데 55.6%다. 이 같은 사실은 저출산위 스스로 올해 1월 정재훈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맡긴 '교육·가족·사회적 관점에서의 독일 전일제학교 실태 분석(2018년 4월 26일)'에서 확인됐다. 28일 정책연구검색사이트인 프리즘에서 해당 보고서를 직접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저출산위가 직접 위탁 맡긴 연구보고서 살펴봤더니  
 독일 초등학교의 전일제 학교 수와 비율.
 독일 초등학교의 전일제 학교 수와 비율.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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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초등 전일제학교의 유형별 비율.
 독일 초등 전일제학교의 유형별 비율.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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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에 본격 시작한 독일 전일제학교가 시행되고 있는 초등학교 비율은 13년이 흐른 2015년 현재 55.6%였다. 또 전일제학교 가운데 '의무형'인 곳은 3.6%일 뿐이다. 우리나라 방과후학교처럼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개방형은 84.3%, 둘을 섞은 혼합형은 12.1%였다.

저출산위는 이 연구 평가서에 "동 연구가 독일 전일제학교 정책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근거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평가했다. 그랬으면서도 다른 내용은 포럼 자료집에 공개했음에도 '의무형' 전일제 학교가 3.6%라는 사실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같은 날 공동 발제에 나선 정 교수 또한 포럼 자료집에 이 같은 내용을 넣지 않았다.

저출산위가 예로 든 프랑스의 경우도 초등학생 하교 시간은 오후 3시∼4시 30분 정도지만 상당수의 학교가 주4일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육개발원 등이 만든 교육정책네트워크정보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31.8%가 수요일엔 등교하지 않는 주4일제로 돌아선 것(프랑스 교육부 조사)이다.

저출산위 자료집에는 프랑스 학생들의 하교 시간만 이야기했지 주4일제란 사실은 넣지 않았다. 이 자료집에는 주5일제를 실시하는 나머지 프랑스 초등학교도 수요일의 경우 점심이 없기 때문에 오전 11시 30분에 하교하며, 이날은 방과후 활동이 없다는 내용도 빠져 있다.

저출산위가 '전북' 사례 싣자, 전북교육감 "치졸한 모습 안타깝다"
 28일 오후 포럼에서 저출산위가 만들어 제시한 발제문.
 28일 오후 포럼에서 저출산위가 만들어 제시한 발제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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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출산위 포럼자료집을 보면 '학교 시간 확보모델'(예시안) 항목에서 '(한국) 전북(놀이밥+60), 충북(정규 놀이시간 40~60분) 등'을 모범 사례처럼 제시해 논란이다. 두 교육청이 "저 출산위가 전화 한 통 없이 전혀 엉뚱한 곳에 우리 교육청 사업 이름을 적어 놨다"면서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충북교육청 놀이 담당자는 "놀이밥은 놀이를 통한 학생들의 행복 추구가 목적"이라면서 "15시 하교 의무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우리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해당 내용을 넣은 저출산위에 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페이스북에 적은 글에서 "전북 초등학교의 <놀이밥 60 플러스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하루에 최소 60분 놀이 시간을 줄 것을 '권고'하는 것"이라면서 "결코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왜 이렇게 정치가 치졸한 모습을 띠기 시작하는지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저출산위는 당초 발제문 초안에 강원도 '놀이밥' 사례를 모델 1순위로 넣었다가 포럼 개최 직전 전면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강원도교육청 놀이밥 관계자는 "저출산위에 전화해서 '오후 3시 하교의무제'와 '우리교육청 놀이밥은 안 맞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과 논란에 대해 저출산위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이창준 저출산위 기획조정관 등 3명의 담당자와 통화를 요청했지만 '담당자가 워크숍 중이다, 휴가 중이다' 등의 대답을 들어야 했다. 기자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3명의 전화를 부탁했지만 29일 오후 9시 현재까지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다만 저출산위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 방안이 단순히 하교 시간(연장)만을 위하거나 워킹맘이나 맞벌이 부부들만을 위해 접근한 것은 아니다"면서 "아이들이 많이 놀지 못하는 게 사실이니까 놀게 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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