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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중인 닭을 실은 운송차량
 주행중인 닭을 실은 운송차량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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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두어 번 도로에서 닭을 운송 중인 차량을 목도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컨테이너 차량으로 보였지만 신호대기 중에 무심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것이 닭 운반차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의 생애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길이라는 생각이 제 시선이 개별 닭들에 닿기 전에 뇌리에 먼저 스쳤습니다. 그 탓에 제 시선이 닭에 닿을 때는 다소 감상적으로 바뀌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닭 한 마리, 한 마리가 제 눈에 들어왔을 때는 감상적인 시선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닭은 대부분 깃털이 반 이상 빠져 있었고 마치 다리나 목이 골절된 듯 기진한 모습들이었습니다. 닭이 그리된 것은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기온 탓만이 아닌 듯했습니다.
 기진한 상태로 탑재된 닭
 기진한 상태로 탑재된 닭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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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빠져 피부가 드러난 닭의 상태는 심각한 질병상태이거나 좁은 케이지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것을 증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트레스와 분노로 가득할 그 닭들은 도축되어 치킨이 되거나 닭볶음탕이 되는 수순을 밟을 것입니다.

한번 눈에 익은 닭 운반 차량은 상하행차선 어디에 있든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행선에서도, 하행선에서도 운반 차량 케이지속 닭의 상태는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길에서 목도한 닭들의 충격적인 모습이 몇 주간 제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목도하고도 침묵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일까, 이것이 제 뇌리를 맴도는 가장 큰 주제였습니다.

먼저 생각난 것은 2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한 둘째 딸의 글이었습니다. 카프카처럼 물고기 앞에서 '더는 너를 먹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한 딸의 결심을 뒤따를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지요. 무더위가 극성일 때마다 털 빠진 닭이 생각났고 그 장면이 생각날 때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자료들을 찾았습니다.
 털이 빠져 피부가 드러난 닭
 털이 빠져 피부가 드러난 닭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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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한 해 약 4억 2,000만여 마리이며 하루에 120만여 마리씩 소비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기준 1인당 1년에 8, 9마리를 먹는다.
- 현대식 케이지 시설에 옴짝달싹 못하게 갇혀 생장조건을 박탈당한 채 부리를 절단당하고 항생제로 사육된다.
- 닭의 수명은 20~30년이지만 치킨용 닭은 30일간 사육되며 그 닭들은 한 시간당 7,200마리를 도축할 수 있는 도계라인에 오른다.
- 1kg의 고기 생산을 위해 소는 8~10kg의 곡물을, 돼지는 3~4kg의 곡물을 소비하지만 닭은 2kg 이하의 곡물을 소비하므로 닭이 미래 식량원이다.
_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달걀이 프라이드치킨이 되기까지, 양계장이 공장이 되기까지, 김재민 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으로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었습니다. 육식동물과 채식동물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살아가듯이 잡식으로 태어난 내 특성을 갑자기 바꾸는 것으로 응답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물복지에 관심을 높이는 것으로 몇 주간 무거웠던 머리를 비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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