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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칠월 칠석. 모슬포 경찰서 관내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예비검속이라는 이름 아래 섯알오름에서 희생당한 날.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몰아치는 이 날 새벽, 제주다크투어는 당시 사람들이 끌려갔던 그 길을 그 시간에 다시 한 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올해 음력 칠월 칠석은 양력 8월 17일이지요.

1950년 음력 칠월 칠일 새벽, 트럭 두 대가 시동을 걸던 시간. 순례단은 새벽 2시 한림 어업창고터 앞에서 만났습니다. 편의점 옆 건물, 이제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그곳에서 최상돈 선생님의 설명을 듣습니다. 동광에 있는 임문숙 헛묘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임문숙씨가 바로 이 어업창고에 구금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업창고에는 5-60명의 사람들이 짧게는 하루에서부터 길게는 두 달 동안 갇혀 지냈어요. 남녀 구분도 없었어요. 식사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가져다준 걸 먹거나, 보리쌀만 가져다주었을 경우에는 직접 지어먹었죠. 수감 기간 취조를 받거나 고문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면회는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죠. 입구에 경찰이 지키고 있어서 창고문을 통해 먼발치로 가족들의 얼굴만 확인할 뿐이었어요. 그러나 일부 유족들은 면회를 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루는 식사를 빨리 하라고 해요. 빨리 식사를 마치라고. 경비 서던 순경이. 그래서… 식사하는 도중인데 경찰관이 와요. 이제 우리는 다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었죠. 호명을 하고 나자 이름 불린 사람은 다 나오라고 해요. 난… 운이 좋았는지… 다른 몇 사람과 함께 살아남았어요. - 임문숙씨 증언
 한림 어업창고 터 앞
 한림 어업창고 터 앞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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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 어업창고에서 54명을 태운 트럭은 무릉지서로 이동합니다. 무릉지서에 구금되어 있던 사람 중 9명으 더 태운 트럭은 모슬포 짐가동산을 지나 신영물, 걸매물을 거쳐 신사동산을 넘어 섯알오름까지 이동했다고 합니다. 순례단은 그 시간, 그 길을 오롯이 따라가 봅니다.

 옛 무릉지서 앞.
 옛 무릉지서 앞.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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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옛 절간 고구마 창고를 찾아봅니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 모슬포 경찰서 관내 주민 347명이 구금되어 있던 곳, 지금은 대정 정마트 자리입니다. 정마트 왼쪽으로 돌아가면 아주 조금, 지하실 쪽 구멍이 보입니다. 그 구멍으로 70여년 전 사람들도 갇혀있는 가족들에게 먹을 것을, 옷가지를 건네주었겠지요.

 대정 정마트. 옛날 절간 고구마 창고 자리다.
 대정 정마트. 옛날 절간 고구마 창고 자리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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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한림어업창고에서, 무릉지서에서, 그리고 이곳, 절간 고구마 창고에서 끌려온 주민들은 신사동산을 지났을 때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신사가 있었던 곳,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도 머리를 숙이고, 해방 후에는 드나드는 미군정 차량에, 군경에게, 권력자에게 머리를 숙여야만 했던 곳이 바로 이 신사동산 입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이날 신사동산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바로 이곳에서부터 트럭에 실려가던 사람들은 고무신을 벗어 군인들 몰래 뒤에 버렸다고 합니다. 그 흔적을 보고라도 가족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겠죠.

대정 시내에 있던 가족들은 그 새벽, 총소리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혼비백산해서 총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일제가 만들었던 군용도로 길입니다. 몰아치는 비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한참을 걸어갑니다. 앞이 보이지도 않는 캄캄한 어둠, 몰아치는 비바람을 가르며 총소리가 들려왔을 그 장소를 향해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며 걸어가 봅니다. 한참을 걸어가니 저 머리 푸르스름한 빛 아래 섯알오름 학살터가 보입니다.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제를 지냈다.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제를 지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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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 아래 정성스레 준비해 온 음식과 술을 올립니다. 최상돈 선생님의 "섯알오름의 한" 노래와 김경훈 시인님의 "섯알오름 길" 시낭송도 이어집니다. 그날의 두려움을, 아픔을, 서러움을 오롯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백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는 섯알오름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섯알오름의 한 - 최상돈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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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새벽 찍은 영상이라 화질은 좋지 않지만, 그 날의 분위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하늘엔 반달 칠월칠석 날
트럭에 실려 우리 어디로 가나
나라도 반쪽 갈라졌는데
스산한 새벽길
신사동산 넘을 때 그제 알았네
송악산 넘어 절벽
흰 국화 대신 검은 고무신
즈려밟고 오소서
- 섯알오름의 한

덧붙이는 글 | * 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

'제주다크투어'는 제주4·3 평화기행, 유적지 기록, 아시아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의 국제연대 사업 등 제주 4·3 알리기에 주력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블로그 주소] blog.naver.com/jejudark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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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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