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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 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전국민 수강신청'이라 불리는 명절 철도 예매사이트의 화면.
 '전국민 수강신청'이라 불리는 명절 철도 예매사이트의 화면.
ⓒ 한국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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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을 일찍 일어나게 하는 주범이자, '전 국민 수강신청'이라고 불리는 명절 기차표 예매가 시작되었다. 한국철도공사는 8월 28일(경부·대구·동해선 등)과 29일(호남·영동·경춘선 등)에, SRT는 9월 4일(경부선)과 5일(호남선)에 예매를 시작한다. 지난 설까지만 해도 PC 앞에서만 앉아 있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모바일에서도 가능하고, KTX를 놓쳤다면 일주일 뒤 SRT의 표를 살 수 있는 '한 번 더' 찬스도 주어진다는 것이 큰 위안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는 점이 있다. 컴퓨터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추석 기차표를 샀을까? 명절 기차표가 매진되는 것은 한국에서만 겪는 일인가? 역 등을 찾아 명절 기차표를 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더욱 쉽게 구할 수 있을까? 그래서 명절 기차표와 명절열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했다.

1950년대 운행 시작... 사연도 많고, 탈도 많고
 1987년 추석 전날 풍경. 귀성객으로 붐비는 서울역 광장.
 1987년 추석 전날 풍경. 귀성객으로 붐비는 서울역 광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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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산업화로 늘어난 도시민들이 설날과 추석을 전후해 고향을 찾게 된 것이 명절 수송의 시작이다. 1954년에는 명절 수송을 위해 기존 열차에 객차를 더 달았고, 이듬해부터는 명절에만 운행하는 특별열차 등의 운행이 시작됐다. 평소보다 승객이 늘어 기존의 완행열차로는 수요를 받지 못하자 특급열차 입석표를 팔고, 그마저도 열차 출발 전에는 표를 구하기 어려운 일이 많았다고 한다.

비극도 있었다. 1960년 설날 이틀 전인 1월 26일, 서울역에서 출발해 목포로 가는 완행열차의 개찰 직후 계단에서 31명이 뒤엉켜 압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울역에서 한 량당 80명을 실을 수 있는 열차인데 200개씩 표를 팔았고, 개찰이 늦어지면서 승객들이 개찰구에서 무질서하게 뛰어나갔던 게 원인이었다.

1985년에는 설날 당일이, 1989년부터는 설·추석 명절을 포함한 3일이 모두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명절에 귀향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명절 열차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당시 철도청은 명절 전용 창구를 예매 가능하도록 지정한 역 광장에 마련했는데 엄청난 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한 열차 표는 암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수요가 많은 열차의 경우 당일 암표상들이 두세 배에 이르는 웃돈을 주고 파는 것이 적발되어 즉결심판을 받는가 하면, 철도청 직원이 암표를 무려 500여 표나 직접 공급한 것이 드러나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1979년 추석에는 철도청 직원을 협박해 암표를 공급받은 한 조직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14년째 명절마다 돌아오는 '대국민 수강신청'
2006년 설날의 '바로타' 명절 승차권 안내문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서버는 늘 '뻗었고', 철도공사에서는 이러한 호소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 2006년 설날의 '바로타' 명절 승차권 안내문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서버는 늘 '뻗었고', 철도공사에서는 이러한 호소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 한국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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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설날 열차표부터는 철도회원만 전화, ARS 등으로 예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당시 전화통을 붙잡고 예매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전화가 먹통되는 등 시스템의 미숙한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4년 들어 KTX 개통과 함께 철도표를 인터넷으로 구하는 홈티켓이 정착된다. 한국철도공사는 그해 추석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인 '바로타'(현재의 렛츠코레일)에서 전체 승차권의 60%를 판매하며 첫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다. 이날 인터넷 예매분으로 준비됐던 열차표 17만 4천여 장은 두 시간 만에 거의 동이 났다.

이후 집에서 편리하게 예매할 수 있는 인터넷 철도예매가 대세가 되었고, 긴 줄로 상징되었던 추석 열차표 예매는 점점 '대국민 수강신청'으로 변했다. 이제는 시민들이 아침잠을 줄여가며 열차표를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가 연 새로운 예매의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추석부터는 스마트폰으로 열차표 예매가 가능해져 시민들의 접근성이 더욱 나아질 전망이다.

한중일 '명절열차 전쟁' 삼국지  
베이징 역의 모습 베이징 역에는 명절 때마다 수십 만 명이 몰려 예약을 위한 긴 줄을 만든다.(CC-BY-2.0, Wikimedia Commons)
▲ 베이징 역의 모습 베이징 역에는 명절 때마다 수십 만 명이 몰려 예약을 위한 긴 줄을 만든다.(CC-BY-2.0, Wikimedia Commons)
ⓒ Mike Sten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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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기차표 예매 전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8월 중순 '오봉' 연휴를 맞은 일본 역시 많은 사람의 귀향이 이어졌다. JR 도카이에 따르면 8월 13~15일 오봉 기간 동안 오사카-나고야-도쿄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이 7월에 이미 예매율 102%를 기록했고, 실제 탑승률은 그보다 더욱 높았다고 한다. 다른 철도노선들의 탑승률 역시 100%를 넘기는 등 많은 시민이 철도를 이용해 귀향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추석과 겹치는 중추절 기간이면 중국 인구의 절반이 '대이동'한다. 2017년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추절 연휴 때 1억 3천만 명이 철도를 이용하여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하였다. 베이징역에는 예매 첫날 수십만 명이 몰렸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고향 방문을 향한 열정은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새마을호, 교차 판매' 알아두세요
이번 추석 열차 예매, 이 사진을 기억하자 SRT와 KTX 간 교차 예매가 가능하다. SRT 열차표를 코레일 기차역에서 구매할 수 있고, KTX 열차표를 모든 SRT 기차역에서 예매 가능하다(좌),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정규 영업에서 물러난 새마을호가 추석에 운행한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 한 번 이용해봄도 좋다.(우)
▲ 이번 추석 열차 예매, 이 사진을 기억하자 SRT와 KTX 간 교차 예매가 가능하다. SRT 열차표를 코레일 기차역에서 구매할 수 있고, KTX 열차표를 모든 SRT 기차역에서 예매 가능하다(좌),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정규 영업에서 물러난 새마을호가 추석에 운행한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 한 번 이용해봄도 좋다.(우)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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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전쟁은 SRT 예매가 진행되는 9월 4일과 5일까지 이어진다. SRT 관계자는 "9월 4일과 5일 승차권 예매가 진행되는데 현장 예매의 경우 SRT 정차역뿐만 아니라 서울·용산·수원·광명역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SNS 홍보영상이나 카드뉴스 등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추석 연휴에는 지난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정규 영업 운행에서 자취를 감춘 새마을호가 임시 편성된다. 서울과 부산, 용산과 목포를 잇는 열차가 하루 한 번씩 운행될 예정이다. 새마을호에 각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 열차를 이용하여 귀성, 귀경길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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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대딩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