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끝낸다'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황희찬이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 '내가 끝낸다'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황희찬이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만난 외나무다리에서 이번에는 한국 선수들이 활짝 웃었다. 지난 1월 23일 중국 쿤샨스포츠센터에서 당한 연장전 패배의 아픔을 거짓말처럼 그대로 갚아주었기 때문에 더 극적인 순간이었다. 믿음직스러운 골잡이 황의조가 후반전에 해트트릭을 완성시키는 동점골을 터뜨린 것도 모자라 연장 후반에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비로소 경기를 끝냈다. 몇 시간 뒤에 축하받을 자신의 생일 선물을 오히려 우리 축구팬들에게 전해준 셈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7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브카시주 패트리엇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전 접전 끝에 4-3으로 이겨 준결승전에 올라 베트남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MF 장윤호, 또 쓰러지다

4강으로 가는 골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황희찬이 결승골인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 4강으로 가는 골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황희찬이 결승골인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출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시작 후 5분 만에 날카로운 역습 전개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린 것이다. 센터백 김민재가 손흥민을 겨냥하여 역습 패스를 찔러주었고 오른쪽 측면에서 돌아들어가고 있던 황의조가 손흥민의 정확한 연결을 받아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지난 1월 23일 중국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팀인 우즈베키스탄이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우리 팀은 와일드 카드를 포함하여 당시 멤버들이 비교적 많이 바뀐 반면에 우즈베키스탄은 핵심 선수들이 그대로 뛰고 있어서 조직력이 장점이었다.

17분, 우즈베키스탄의 미드필더 마샤리포프는 오른쪽 측면에서 캄다모프가 밀어준 공을 오른발로 차 넣었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뜬 공을 향해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걸어주지 못한 실수가 실점의 원인이었다.

그 이전에 우리 팀은 중요한 역할을 맡은 가운데 미드필더를 잃었다. 12분에 장윤호가 상대 미드필더 함로베코프의 거친 반칙으로 오른쪽 발목을 다친 것. 장윤호는 응급 치료를 끝내고 다시 경기에 임했지만 22분에 또 쓰러지며 이진현을 대신 들여보내야 했다.

장윤호는 누구보다 이 경기를 끝까지 뛰며 이기고 싶었을 주인공이었다.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U-23 준결승전에서 74분에 퇴장당하는 바람에 연장전에서 3골을 내주고 1-4로 완패한 아픈 기억을 누구보다 지우고 싶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에서 K리그 경험도 많이 쌓은 장윤호가 살림꾼 역할을 해내야 하기에 한국으로서는 중원의 구멍이 생긴 셈이다.

이 때문에 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가 부담을 떠안다보니 후반전에 결정적인 실수를 연거푸 저지르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35분에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빠른 타이밍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려 2-1로 앞서나갔지만 후반전 초반에 이승모의 실수로 빼앗긴 공이 역전골로 이어지며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미드필더 알리바에프는 53분에 마샤리포프가 왼쪽 측면에서 길게 넘겨준 공을 잡아 각도가 넉넉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한국 골키퍼 송범근의 옆구리 쪽을 노려 정확하게 차 넣어 2-2를 만든 뒤 3분 뒤 역습 기회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이 명승부를 3-2로 뒤집어버린 것이다. 한국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가 공을 빼앗긴 것이 변명의 여지 없는 실책이었다.

이승모는 역전골을 내주고 2분 뒤에도 또 비슷한 위치에서 공을 빼앗기는 아찔한 플레이를 펼쳐 김학범 감독은 61분에 그를 빼고 이승우를 들여보내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황의조, 나라를 구하다

손흥민-황의조 기쁨 만끽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첫 골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손흥민-황의조 기쁨 만끽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첫 골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7개월 4일 전 악몽을 되풀이하는 흐름이었다. 일찌감치 교체 카드 3장을 다 쓴 우리 선수들은 점점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조직력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우즈베키스탄의 뒷심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주인공은 역시 황의조였다. 75분에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아슈르마토프의 헛발질 덕분에 비교적 높은 지역에서 손흥민에게 소유권이 넘어왔고 이 순간을 황의조에게 곧바로 연결한 것이다. 황의조는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몸을 날리는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에르가셰프를 피해 오른발 찍어차기를 정확하게 성공시키며 점수판을 3-3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전반전 41분에 찾아온 첫 번째 해트트릭 기회를 우즈베키스탄 간판 수비수 투르수노프의 슬라이딩 세이브 때문에 놓쳤지만 손흥민이 만들어준 기회까지 날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81분에는 손흥민이 직접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으로 대역전 결승골을 노렸지만 우즈베키스탄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터뜨린 만회골 장면과 흡사했기에 그의 표정은 더욱 아쉬워 보였다.

연장전을 시작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침착했다. 우리도 그들 못지않은 조직력과 결정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장전 11분만에 우즈베키스탄은 스스로 무너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옆줄 바로 앞에서 이승우에게 불필요한 반칙을 저지른 알리바에프가 84분에 이어 알 호이시(사우디 아라비아)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노란 딱지를 받으며 쫓겨난 것이다.

그 덕분에 공간을 확보하는 여유가 더 생긴 우리 선수들은 더 확실한 결승골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갔다. 연장전 26분에 하늘이 준 기회가 우리 선수들에게 찾아왔다. 후반전에 헛발질로 동점골을 헌납했던 아슈르마토프가 자기 페널티지역 안에서 황의조를 막다가 잡기 반칙을 노골적으로 저지른 것이다.

알 호이시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그동안 부진한 경기력으로 설움을 겪었던 황희찬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이로써 김학범호는 4강에 올라 베트남과 29일(수) 오후 6시에 만나게 됐다. 같은 시각 열린 또 하나의 8강전에서 일본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2-1로 물리치고 4강에 올라 아랍에미리트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결과
- 27일 오후 6시, 패트리엇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자카르타)

★ 한국 4-3 우즈베키스탄 [득점 : 황의조(5분,도움-손흥민), 황의조(35분,도움-황인범), 황의조(75분,도움-손흥민), 횡희찬(연장28분,PK) / 마샤리포프(17분,도움-캄다모프), 알리바에프(53분,도움-마샤리포프), 알리바에프(56분)]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나상호(46분↔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DMF : 이승모(61분↔이승우), 장윤호(22분↔이진현)
DF : 김진야(연장24분↔김정민), 황현수, 김민재, 김문환
GK : 송범근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슛 : 한국 14개, 우즈베키스탄 18개
유효 슛 : 한국 5개, 우즈베키스탄 6개
점유율 : 한국 47%, 우즈베키스탄 53%
코너킥 : 한국 4개, 우즈베키스탄 4개
프리킥 : 한국 24개, 우즈베키스탄 18개
오프사이드 : 한국 0개, 우즈베키스탄 2개
경고 : 한국 4개, 우즈베키스탄 5개
퇴장 : 한국 0개, 우즈베키스탄 1개(연장 11분, 알리바에프)

◇ 4강 일정

☆ 한국 vs (베트남-시리아 승리 팀) 8월 29일 오후 6시
☆ 일본 vs (북한-아랍에미리트 승리 팀) 8월 29일 오후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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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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