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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1일 오전 9시 15분]

"스코필드 박사님을 아시나요? 스코필드 박사님은 작은 고모님(노순경 지사)이 서대문형무소에 있을 때 면회한 분이십니다. 작은 고모님은 이화학당의 유관순을 스코필드 박사님에게 소개했지요. 유관순의 가슴에는 1933이라는 죄수번호가 붙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작은 고모님이 수감되어 있던 감방은 '여자감방 8호실'이라는 표지가 붙어있었으며 스코필드 박사님은 형무소 간수들에게 8호실 사람들을 특히 잘 봐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고 이 자료에 쓰여 있습니다."

이는 여성독립운동가인 노순경 지사의 조카인 노영덕(75)씨의 증언이다. 노영덕씨를 만난 것은 뜻밖의 장소로 로스앤젤레스 가든스윗호텔에서였다.

 LA가든스윗호텔로 여성독립운동가 노순경 지사 조카 노영덕씨가 독립운동자료를 가지고 와서 기자에게 설명하는 모습.
 LA가든스윗호텔로 여성독립운동가 노순경 지사 조카 노영덕씨가 독립운동자료를 가지고 와서 기자에게 설명하는 모습.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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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백린 장군의 손녀이자 노순경 지사의 조카인 노영덕씨가 기자에게 건네준 자료들.
 노백린 장군의 손녀이자 노순경 지사의 조카인 노영덕씨가 기자에게 건네준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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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현지시각) 저녁 6시, 기자는 가든스윗호텔에서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배국희) 주최로 '우리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가?'라는 강연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이날 강연장에 일찌감치 나간 기자는 강연을 위한 자료를 검토 중에 자신을 노순경(1901~1979) 지사의 조카라고 소개하는 중년 여성을 만났다. 노영덕씨와 통성명을 하고 보니 75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였는데 그는 행사장 테이블 위에 가족의 독립운동자료를 꺼내놓고 말을 이어갔다.

"작은 고모님은 노백린(1875~1926) 장군의 2남 2녀 가운데 작은 따님이십니다. 제가 30대 후반 무렵 고모님은 돌아가셨지요. 이 자료들은 노순경 작은 고모님과 할아버지인 노백린 장군, 큰고모 노숙경, 나의 아버지 노선경, 작은 삼촌 노태준 애국지사에 관한 자료들입니다."


노영덕씨가 건네 준 자료에는 상해 임시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인 최초로 비행학교를 창설한 노백린 장군 가족의 독립운동사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작은 고모 등... 온 집안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노백린 장군 뒷줄 왼쪽부터 3번째가 노백린 장군, 중간줄 왼쪽부터 김마리아 지사, 김미령, 노숙경 지사. 이 사진은 노백린 장군의 한국무관학교 교관시절 사진이다.
▲ 노백린 장군 뒷줄 왼쪽부터 3번째가 노백린 장군, 중간줄 왼쪽부터 김마리아 지사, 김미령, 노숙경 지사. 이 사진은 노백린 장군의 한국무관학교 교관시절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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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경 노숙경 지사 공적
▲ 노숙경 노숙경 지사 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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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노백린 장군, 노백린 장군의 큰아들이자 노영덕씨의 아버지인 노선경(1990, 애족장), 광복군 제2지대장을 맡아 활약했던 작은 아버지 노태준(1968, 독립장), 작은 고모인 노순경(1995, 대통령표창)을 비롯하여 큰고모 노숙경(2015년부터 애국지사 신청 중이나 현재 미서훈) 등 온 집안의 독립운동사를 짧은 시간 안에 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은 고모 노순경 지사는 1919년 12월 2일 세브란스 간호원으로 근무하던 중 서울 훈정동 대묘 앞에서 20여 명의 동지들과 태극기를 만들어 일제 총독부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독립만세 시위를 하다가 일경에 잡혀가 징역 6월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노순경 지사가 유관순 열사 등과 서대문형무소에 잡혀가 감옥생활을 하던 중 스코필드(1889~1970, 한국 이름은 석호필) 박사가 방문하여 큰 용기와 위로를 준 이야기는 <민족대표 34인 석호필>(2007. 이장락 지음)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한국에 와서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 세균학교수로 재직 중에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교수직을 포기하고 조선의 독립에 적극 협력하면서 일제의 만행을 촬영하여 외국 각지에 알렸다. 따라서 스코필드 박사를 가리켜 '파란 눈의 34번째 독립운동가'로 부른다.

"스코필드는 세브란스 간호사로 있던 노순경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있음을 알아낸 뒤로는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노순경은 바로 노백린 장군의 딸이며 평소에 스코필드를 무척 따른 사람이었다. 면회실로 나온 노순경은 심한 고문을 당했음인지 전보다 매우 수척해 보였다. 제한된 면회시간이 다 되어 노순경이 감방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각에 규칙상 안 됨에도 스코필드는 노순경이 수감된 감방까지 가 보겠다고 간수를 설득하여 허락을 받았다. (중간 줄임) 감방에는 들어갈 수 없어 좁은 감시창으로 안을 살펴보았더니 넓기는 하나 어둡고 불결했다. 스코필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러분 수고하십니다'라고 감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 <민족대표 34인 석호필>, 83쪽

여성독립운동가 강연 LA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우리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가 '라는 주제의 강연 모습. (8월 16일, 현지시각)
▲ 여성독립운동가 강연 LA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우리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가 '라는 주제의 강연 모습. (8월 16일, 현지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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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노순경 지사의 조카 노영덕씨가 건네준 자료 속의 인물 가운데 특히 큰고모인 노숙경(1890~1982) 지사에 대한 자료가 눈에 띄었다. 이 자료에는 "2015년부터 애국지사 신청 중" 이라고 되어있으나 귀국해서 확인한 결과 2018년 8월 15일 현재도 '미서훈자'였다.

큰고모 노숙경 지사는 "1909년 정신여학교 졸업 후, 목포 정명여학교에서 교사로 봉직(3년), 1913년 세브란스 의사 이원재와 결혼하여 1917년 중국 하얼빈에 고려병원을 운영하면서 부부가 독립군 치료 및 지역주민 무료 의료사업을 도왔다. 이들 부부는 중국 동삼성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의 재정 지원을 위한 군자금 모금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1928년 근우회 강릉지회 집행위원, 대한애국부인회, 3.1여성동지회 등에서 활약했다"는 공적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노숙경 지사는 아직까지도(2018.8.15 현재) 미서훈자로 남아있다.

노백린 장군의 손녀이자 노순경 지사의 조카인 노영덕씨는 기자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늘 선생님을 특별히 뵈러 온 것은 선생님(기자를 가리킴)께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강연을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큰고모와 작은고모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부디 고국에 돌아가서도 이분들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도록 알려주십시오."

노영덕씨로부터 뜻하지 않은 노백린장군 집안의 독립운동사를 듣고 있자니 예정된 강연시각이 임박하여 대화는 그만 중단되고 말았다. 수십 성상을 이역만리 중국과 미국에서 활약한 노백린 장군 집안의 독립투쟁 이야기를 어찌 삼십여 분 만에 다 마칠 수 있으랴! 기자는 후일을 기약하고 예정된 강연을 마쳤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챙기는 100돌' 되었으면...

이날 강연회에는 노백린 장군의 손녀이자 여성독립운동가 노순경 지사의 조카인 노영덕(75)씨를 비롯하여 로스앤젤레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배국희)회원들과 미주3.1여성동지회(회장 이연주), 광복회미서부남부지회(회장 박영남) 회원을 비롯한 70여 명의 동포들이 모여 기자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에 대한 강연을 경청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저녁 식사로 마련된 한국식 뷔페를 들며 강연장에서 못 다한 미주지역과 고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의 배국희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오늘 강연을 통해 미주지역과 고국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올해 광복절을 기해 325분의 여성들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서훈자가 많이 계십니다. 주체적으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고, 아울러 더욱 이들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라고 했다.

대한인국민회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앞줄 왼쪽에서 7번째가 기자이고, 바로 옆이 대한인국민회 배국희 이사장
▲ 대한인국민회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앞줄 왼쪽에서 7번째가 기자이고, 바로 옆이 대한인국민회 배국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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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의 학술위원장이자 한인박물관 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민병용 관장은 "미주지역에서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27분입니다. 오늘 강연을 계기로 이곳 동포들도 국난의 시기에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민병용 관장은 지난 40여 년간 미주지역의 이민사와 독립운동가들을 발로 뛰어 다니며 인터뷰하고 기록하여 16권의 책을 집필한 분으로 특히 그가 집필한 미주 독립유공자 전집인 <애국지사의 꿈>(2015)과 올해 광복절을 기해 출간한 영문판 <Korean American Patriot's Dream>(2018) 책은 미주지역 독립운동가 연구에 귀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기자는 미주지역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8월 7일부터 18일까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여 독립운동의 1번지인 대한인국민회와 이혜련(도산 안창호 선생 부인) 지사가 활약한 리버사이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묻혀있는 LA외곽 로즈데일무덤, 동포들의 광복절 기념식 참석, 헌팅비치에 사는 차인재(임인재) 지사의 후손 등을 취재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특히 마지막 날 가든스윗호텔에서 가진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에 보인 동포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의에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왔다.

특히 노순경 지사의 조카처럼 자신의 선조들이 일군 독립운동 사연을 알리고자 고령의 나이에도 강연장을 찾아 기자에게 자료를 보이는 열성을 보면서, 3.1만세 운동 100돌을 1년 앞둔 이 시점에서 그 후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을 어떻게든지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그것은 차인재(임인재) 지사의 외손녀인 윤패트리셔씨의 대담에서도 절실히 느꼈다. 정부를 비롯하여 각 민간단체에서 지금 열심히 내년의 '3.1만세운동 100돌'을 기리는 행사를 추진 중인줄 아는데 바라건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챙기는 100돌'이 되었으면 하는 제안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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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시집《사쿠라 불나방》,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8권,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