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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A초등학교를 방문한 한 학부모가 6학년 교실의 창틀을 닦아내자 까만 먼지가 묻어나고 있다.
 26일 A초등학교를 방문한 한 학부모가 6학년 교실의 창틀을 닦아내자 까만 먼지가 묻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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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지키지 않고 석면철거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었던 대전 A초등학교가 개학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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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학 예정이었던 A초등학교는 전날인 26일 학부모들에게 '석면철거공사 후 청소실태점검' 및 '상황설명'을 위해 학부모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학부모 50여 명이 학교를 방문했고, 용역을 동원해 청소를 하고 있는 교실 등을 돌며 청소 실태를 점검했다.

앞서 A초등학교는 지난 8월 초 석면철거공사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언론보도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으로부터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이미 석면철거작업이 끝난 후였고, 천정 텍스를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환경부 등이 A초등학교의 공기질검사와 잔류물검사 등을 벌인 결과, 공기질에는 문제가 없으나 석면잔류물이 발견되어 정밀 재청소를 지시한 뒤 공사를 재개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 24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다시 한 번 A초등학교의 부실한 공사실태가 영상으로 폭로됐다. 불안해 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고, 학교는 교사들과 용역업체 등을 동원해 25일과 26일 다시 한 번 청소를 진행했다.

그러나 26일 학부모들은 학교 청소 상태를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석면철거공사 후 청소, 환경부 지시에 따른 재청소, 그리고 학부모들의 점검을 받기 위한 재청소 등 모두 3번의 청소를 한 교실과 복도 등 상태가 매우 불량했기 때문이다.

창틀, 벽면, 에어컨... 까만 먼지 그대로 

이날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에 따르면, 석면철거공사를 진행한 본동 1∼3층 교실의 창틀, 벽면, 에어컨 등에서 까만 먼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또한 복도의 문턱이나 창문틈, 방충망 등에서도 최근 청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먼지가 묻어났다. 또 석면철거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같은 건물의 4∼5층과 복도로 이어진 후동 건물 교실 등은 전혀 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A초등학교 학부모가 복도와 교실 등에서 닦아낸 먼지 묻은 물티슈. 이 학교는 석면철거공사 후 3회에 걸쳐 청소를 했지만,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26일 A초등학교 학부모가 복도와 교실 등에서 닦아낸 먼지 묻은 물티슈. 이 학교는 석면철거공사 후 3회에 걸쳐 청소를 했지만,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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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이 학교 교장과 교육청 직원 등에게 "청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부실하게 청소를 하고서 어떻게 아이들을 등교 시키라고 할 수 있느냐", "왜 같은 건물, 위층이나 후동 건물은 청소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철거작업을 하기 전에 비닐로 보양작업을 하고, 다른 층이나 다른 통로로 석면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했다", "이미 환경부 등의 지적에 따라서 정밀 재청소를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학부모들은 "보양작업을 한 비닐이 다 찢겨져 있었다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있느냐", "정밀 재청소를 실시했다고 하는데, 먼지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지금 묻어나는 먼지에 석면가루가 없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학부모들은 또 "전문업체를 통해서 청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1교실을 1명이 하루 종일 청소를 해도 못할 텐데, 7명이 어떻게 전체를 청소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청 직원과 학교장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청소를 더 철저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남은 하루 만에 완벽한 청소가 불가능하니, 개학을 연기하고 정밀 청소를 요구했다. 또 청소 후 공기질검사와 잔류물 검사를 다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청소인력도 늘리고, 석면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모든 교실까지 청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에어컨 필터 교체와 공기 청정기 설치 등도 아울러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학부모님들의 요구에 대해 운영위를 긴급 소집해 모두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학부모 간담회가 끝난 후 A초등학교는 긴급운영위원회를 열어 '개학 1주일 연기'를 결정, 모든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또한 정밀한 재청소 후 학부모들의 점검을 다시 한 번 실시하기로 했다.

전교조 대전지부 "지난 해에는 서구 K초등학교... 달라진 게 없다"

 A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개학연기 공지문.
 A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개학연기 공지문.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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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대전지부는 A초등학교의 석면 논란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관계 법령과 안전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공사업체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허술한 법령을 방치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은 교육부·고용노동부·환경부 등 정부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에 석면 철거 공사를 강행했으면서도 제대로 지도·감독을 하지 않은 대전시교육청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지난해 서구 K초등학교도 공사가 끝난 이후 방치된 마감재 조각에서 석면이 검출돼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고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럼에도 올해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공사업체 "다른 목적으로 조작 연출된 영상" 주장 

그러면서 "방학 중에 일감이 몰려 '원청-하청-재하청-청소용역업체' 이렇게 먹이사슬처럼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면서 "한 마디로, 입찰을 따낸 석면 철거업체의 엉터리 공사를 청소업체가 떠맡고 있는 셈"이라며 지적했다. 덧붙여 "석면 교체 공사 입찰부터 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공사업체 측은 작업자가 촬영해 공개한 영상에 대해 "공익제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조작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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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