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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박춘자(77·오른쪽)씨가 북측 언니 박봉렬(85)씨 볼을 어루만지며 밝게 웃고 있다. 두 자매는 박춘자씨가 16살 때 헤어졌다 이번 상봉에서 66년 만에 만났다. ⓒ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살 때까지 통일되면 다행이고, 죽으면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형제는 이승이든 저승이든 '만나자'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 가지 내기를 했다. 장구봉(82) 할아버지의 형은(장운봉·84) '5년 안에 통일이 된다'에 한 표를 할아버지는 '어려울 것'에 한 표를 던졌다. 할아버지는 통일이 안 돼도 왕래는 될 거라고, 그렇게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5일 오후 호텔 객실에서 만나 밥을 함께한 형제는 2시간여의 단체상봉을 마무리했다. 이산가족 2차 상봉의 둘째 날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것. 단체 상봉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오후 3시에 시작해 5시 15분께 마무리됐다.

웃음꽃피다 눈물

단체상봉에들어서는 가족들의 표정은 밝았다. 바로 두 시간 전 개별상봉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듯이 웃으며 면회소로 들어서는 이들이 많았다.

쉰 넘은조카는 큰아버지를 업고 웃었다. 김현수(77) 할아버지의 아들(김회완·55)은 자신의 아버지를 종종 업어줬다는 큰아버지를 업고 "조카 얼굴잊어버리지 마시라"라고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남측가족 강미자(54)씨가 동요 '나의살던 고향은'을 부르자 북측 강호례(89) 할머니가 주먹을 쥔 채 테이블 위로 박자를 맞췄다.얼굴이 똑 닮은 강호례 할머니의 세 자매는 "핏줄이 어디 가겠냐"라며 웃었다.

남북가족들은 적고 또 적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느냐며 족보를 정리하고 주소를 나눠 가졌다. 세자매가 만난 김정숙(81) 할머니의 아들은 '강원도속초시' 라며 주소를 적었다. 북측 가족들이 알려달라고 했던 것. 동생을 마주한 전행석(91) 할아버지의 아들 역시 "100번이라도 적어줘야한다"라며 테이블 위의 메모지에 남측 가족 주소를 적었다.

가족들은몇 번이고 서로의 '건강'을 당부했다. 권혁빈(81) 할아버지는 북측 형(권혁만·86)에게 "형님 가시면 담배 끊으슈"라고 몇 번을 말했다.북측 형은 "만나는 사람이 많으면 한 대 두 대 얻어 피우게 된다"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다음에 또 만나려면 (담배) 끊어야 한다"라고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의 웃음꽃은 단체 상봉 종료 십 분 전, 울음으로 뒤바뀌었다.

편지에 마음 담아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후 단체상봉이 진행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리숙희(90) 할머니가 남측 가족에게 직접 쓴 편지를 읽어주며 다가오는 작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행사 마지막 날 진행되는 작별상봉은 남북 합의를 통해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이 늘어났다. ⓒ 사진공동취재단
손녀의 편지 손녀 김규연 양이 큰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사진은 규연 양이 북쪽의 큰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 공동취재단
북측 리숙희(90) 할머니는 고령으로 상봉에 참여하지 못한 사촌 언니에게 편지를 썼다.

'언니야, 반세기 동안 혈육소식을 몰라 하다가 북남 수뇌 배려로 이렇게 상봉이 마련돼. 다시 만나자, 이것이 꿈이 아닌가'

동생의 편지가 가족들의 손에 쥐어졌다.

이날 개별상봉에서 남북 가족들은 기억의 조각을 맞추며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한춘자(79) 할머니는 오빠가 발등에 난 상처를 기억했다. 오빠는 상처가 "잘 아물었다"라면서도 "그걸 어떻게 기억했느냐"며 놀라워했다.

북측 가족은 할머니의 오빠가 지난밤 내내 울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또 다른 남측 동생이 전쟁 직후 친구들과 포탄을 갖고 놀다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동생과 놀러 다닌 기억, 짓궂은 장난에 혼을 냈던 기억이 마음에 남았다. 그때 더 잘해줬어야 한다며 그는 밤새 가슴을 부여잡았다.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딸 김규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편지를 쓰고 이걸 전해 받으신다는 생각을 하니 꿈만 같고 감격스럽습니다.'

김현수(77) 할아버지는 손녀 김규연양이 노란 편지지에 눌러 쓴 손편지를 할아버지의 형(김용수·84)에게 전달했다.

손녀는 "북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라고 안부를 묻고는 "저도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여 정말 아쉽다"라고 썼다. 이어 "저번에 할아버지(김용수)의 사진을 봤는데, 저희 할아버지(김현수)와 너무 닮으셔서 신기했다"라며 "어서 남북이 통일돼 할아버지의 얼굴을 뵐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이번 상봉 최연소 상봉자인 김연준(7·왼쪽부터)군과 지이산(8)군, 이승준(17)군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안세민(80·왼쪽)씨가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유철(58·오른쪽)씨가 북측 사촌형 김유성(82)씨와 손을 맞잡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건강악화로 후송된 할머니

마지막까지 상봉을 함께하지 못한 가족도 있었다. 북측 동생을 만난 최시옥(87) 할머니는 건강문제로 남측으로 후송됐다. 할머니는 오후 3시 28분께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배우자인 김창원(84) 할아버지가 곁을 지켰다. 할머니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단체상봉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지병으로 약을 먹어온 할머니는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후송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할머니의 후송 과정에서 북측은 관련 절차를 대부분 생략하며 이동에 협력했다.

이날 저녁은 남측 가족과 북측 가족이 각각 저녁을 먹으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남은 건 26일 3시간의 작별상봉 뿐이다. 이날 남측 가족은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을 떠나는 버스에 올라 귀환한다.

태그:#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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