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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막을 올렸던 지난 6월의 이야기다. 우리가 독일과 경기중이던 시각, 멕시코와 스웨덴의 경기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멕시코는 우리와는 달리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는데, 대한민국이 독일에 승리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멕시코인들은 한국 대사관 앞에서 "멕시코와 한국은 하나다!"를 외치며 환호했다. 축구가 거의 대국민 종교와 같은 멕시코이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였다. 비록 몇몇 멕시코인들이 고마움의 표현이라며 SNS에서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동양인 차별이 공공연한 남미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실 멕시코는, 6회 연속 16강에 진출하고도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16강 징크스'에 빠져 있었다. 그런 멕시코가 이번에는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16강전 상대는 브라질, 결국 멕시코는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리에게 보내줬던 호의 때문에 멕시코를 응원했던 나는, 마치 우리나라가 떨어진 것처럼 아쉬워했다. 그리고 징크스를 깨기 위한 멕시코 선수들의 투혼에 존경과 위로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노래가 나왔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김광진의 '편지'였다. 그리고 경기에 대한 한 줄 평이 나왔다. '축구는 실력이 징크스다.'

이긴 팀에게는 찬사를, 패배한 팀에게는 위로를 보내는 것이 스포츠맨십이다. 그런데 그 지상파 방송사는 오히려 패배한 멕시코를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 지금 내가 월드컵을 공식적으로 중계하는 방송을 보고 있는 게 맞나 싶었다.

더군다나 '징크스'는 불길함을 의미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어떻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팀에게 '너네 실력이 곧 징크스야'라는 잔인한 말을 던질 수 있는 것일까. 심지어 해설자는 멕시코 선수들이 단체로 염색한 것에 대해 "염색이 너무 일렀다"며 비수를 꽂았다. 그 염색의 의미는 투지였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재치 있는 표현으로 멕시코를 '팩트 폭행' 했다며 즐거워했다. 반응들 중, 우리가 16강에 올려줘 봐야 어차피 떨어질 팀이었다는 댓글은 나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월드컵은 국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전쟁터가 아니다. 오히려 평화를 도모하는 스포츠 축제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그 지상파 방송국 작가는 경쟁에 눈이 멀어 평화를 도모해야 하는 순간을 분별하지 못했다. 경쟁에 너무나 익숙해 다른 이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에 인색한 우리 사회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듯 했다. 멕시코 때문에 우리나라가 떨어졌다며 멕시코를 아니꼽게 생각했던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는 역설적이다. 매 순간 경쟁을 요구하지만, 상대를 대놓고 누르거나 마음껏 밟아 버릴 수 없게 한다. 그 덕에 발전한 '비꼬기식 언어유희'가 마냥 재미있게 들리지는 않는 이 순간. 어떻게든 상대를 끌어내려야 하는 무한경쟁보다, 서로 인정하고 응원하는 생태계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비록 짧은 인생 경험이지만, 그것이 사람을 조금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고 믿기에.

멕시코가 매번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실력 그 자체가 징크스'이기 때문이라는 매몰찬 말을 던진 그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살아가기 힘든 이유는 인정과 배려가 실종된 '인성 그 자체가 징크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인권연대 <우리시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을 쓴 주만 님은 인권연대 회원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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