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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조직 쇄신방안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조직 쇄신방안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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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중대한 담합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정작 중대한 담합을 규정하는 기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법무부 등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개별 사건마다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조사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지난 21일 경성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담합 사건은 검찰이 우선 수사하고, 일반적인 담합 사건은 종전대로 공정위가 우선 조사를 실시한다.

담합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했지만, 중대한 담합 사건은 공정위 고발 없이도 수사를 할 수 있게 된 것.(관련기사: 김상조의 결단은 왜 환영받지 못하나)

중대한 담합 정의하는 기준 없어

그런데 공정위는 정작 '중대한 담합 사건'을 정의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중대담합'을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도 없이, 사건이 생길 때마다 검찰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중대한 담합 사건에 대한 판단 여부는) 의견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계적으로 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러프한(대략적인) 기준은 (법무부와) 서로 협의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실무협의체에서 사건마다 중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대성 판단은)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협의를 해갈 것"이라며 "우려가 있지만 (검찰 등과)공조 체계를 형성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쪽의 말을 다시 정리하면, 중대한 담합을 판단하는 기준은 정해진 게 없다. 대신 개별 사건마다 공정위와 법무부가 운영하는 실무협의체에서 공정위 사건인지, 검찰 사건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될 여지가 많다. 먼저 사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사건의 '경중'을 파악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무협의체 운영시 부처간 이견, 조사 골든타임 놓칠 우려도

적절한 기준도 없이 실무협의체에서 판단할 경우, 누가 사건을 맡느냐를 두고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할 가능성도 크다. 또 사건 조사를 누가 할 것인지를 결정하다가 조사의 '골든 타임'을 놓칠 우려도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중대한 담합이 어떤 것인지를 두고 부처 간 당연히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며 "누가 맡느냐를 두고 이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건 조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학습효과가 생긴 기업들이 담합 증거를 안 남기기 때문에 (조사도 하기 전에) 경성담합 여부를 사전에 알기는 어렵다"며 "미국처럼 법무부(검찰)에서 담합 사건을 전담해 감청 등 수사기법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위가 형사고발권 계속 틀어쥐겠다는 발상"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공정위는 이 기간 동안 접수된 '중대한 담합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개정안)이 어떻게 나올지는 국회가 판단할 문제이지 (공정위가) 뭐라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시행 시기를 어떻게 언제부터 할 것인지도 국회에서 논의할 때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결정했지만, 공정위는 정작 구체적인 대비책에 대해선 "국회 논의를 지켜보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위의 쇄신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이동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핵심은 공정위가 형사 고발권을 틀어쥐고 있겠다는 것"이라며 "공정위가 국민들의 경제 민주화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전속고발권,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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