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 포스터

영화 <서치>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배급


<서치>는 독특한 시도를 선보이는 영화다. 영화의 공간은 컴퓨터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보고 직장에서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며 밤에는 노트북으로 영화나 게임을 하는 게 일상인 요즘 세대에게 어색하지 않은 일상을 아예 컴퓨터 화면이 되어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화를 하며 사건은 유튜브나 인터넷 뉴스로 진행된다. 인물의 모습이 보이는 건 화상 통화와 셀프 캠을 통해서다. <서치>는 영화가 정한 이 규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딸의 실종과 이를 찾는 아버지라는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구조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아버지가 딸을 찾는 과정이다. 아버지 데이빗은 실종된 딸 마고를 찾기 위해 그녀의 정보를 '검색'한다. 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노트북의 주소록과 개인방송은 딸의 흔적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이 영화가 온라인 공간이라는 제한된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흥미를 주는 이유는 이 점에 있다. 색다른 방법으로 '수사'를 벌이기 때문이다.

기존 영화들의 수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몸으로 뛰는 수사, 두 번째는 뛰어난 직관으로 주어진 정보를 조합하는 수사이다. 첫 번째의 경우 주인공이 보여주는 열정과 끈기가 증거를 발견하는 쾌감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의 경우 천부적인 주인공의 능력에 감탄을 자아낸다. <서치>는 이 중간 지점에 있다. 몸이 아닌 손가락으로 온라인 공간을 뛰어다니며 주어진 정보를 조합한다. 이런 수사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함을 준다. 긴박감과 긴장감 대신 호기심과 흥미만으로 흡인력을 선보인다.

 영화 <서치> 스틸컷

영화 <서치>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배급


동시에 기술을 통해 인간적인 감정과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는 시작 장면에서 사진과 영상을 통해 데이빗 가족의 애정과 아내의 죽음을 통한 슬픔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컴퓨터 달력에서 어머니의 퇴원 날짜를 뒤로 미루다 결국 지우는 장면이다. 이런 감정 표현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인물의 표정과 행동이 나타나지 않음에도 메시지를 썼다 지우거나 잠시 시간을 들여 다시 쓰는 장면을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나 거리감, 고민을 독특하게 표현해낸다.

이런 장면들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라면 쉽게 의미를 알 수 있다. 온라인의 세계 속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온라인 안이기에 더 냉정하고 염증이 느껴지는 사회적인 문제도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데이빗이 페이스북을 통해 딸의 친구들과 접촉하는 장면과 딸의 실종이 알려진 후 친구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딸 마고는 어머니의 죽음 후 그 슬픔을 나누고 싶어 하지만 데이빗은 딸이 슬퍼할까봐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이런 간극 사이에서 마고는 외로움을 느끼고 주변에는 형식적으로 친한 친구들만 존재한다. 친구들은 데이빗의 연락에 마고와 친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자세하게 묻는 그의 질문에 귀찮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랬던 그들은 마고의 실종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SNS에 '내 절친 마고'라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희망한다는 글들을 남긴다. 이는 SNS의 잘못된 관심문화와 SNS의 친구는 많으나 진실 된 친구는 한 명도 없는 인간소외 현상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담아냈다고 본다.

 영화 <서치> 스틸컷

영화 <서치>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배급


다만 이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첫 번째는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SNS 활동을 하지 않는 세대, 맥북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텀블러가 뭔지 몰라 으잉?하는 반응을 보였던 영화 속 데이빗처럼 관람 내내 외적인 정보 부족으로 영화에 흥미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두 번째는 발상에 대한 관심도다. 이 영화가 선보인 발상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라면, 특히 영상에 대해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감탄할 만한 독창성을 선보인다. 다만 발상을 통한 표현보다 이야기 그 자체에 관심이 더 많은 관객이라면 기존 범죄 추리 장르 영화에 비해 흥미가 떨어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서치>는 표현에 있어 독특한 발상과 단순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나가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수사 방법, 인간적인 온기와 냉기를 동시에 선보이는 감정적인 변주가 인상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인 배우 존 조가 출연한 건 물론 한국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 제19회 전주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영화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는 점은 흥행을 예감케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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