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벼랑 끝 승부만 남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김학범호는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야 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부분은 '수비 집중력'이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이 조별리그 3차전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김학범호는 말레이시아에게 밀려 조 2위로 16강행 티켓을 잡았다.

23일 오후 9시 30분으로 예정된 16강전 상대는 아시아 축구의 강호 이란이다. 한국과 달리 이란은 U-21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성인 대표팀은 물론이고 청소년 레벨에서도 이란은 언제나 껄끄러운 상대였다. 16강전부터 험난한 파도를 만난 김학범호다.


인천에서의 무실점... 고도의 '수비 집중력' 필요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 6-0 승리로 찬사를 받았던 대표팀은 2차전 말레이시아전 1-2 패배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바레인전 승리에 취했던 김학범호는 주전 선수들을 대거 벤치에 앉히고 말레이시아를 상대하다 발목을 잡혔다.

경기 후 황희찬의 결정적인 슈팅 미스와 '비매너 논란'이 최대 이슈였다. 하지만 경기를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요소는 단연 '수비 집중력' 부족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했던 두 번의 경우 모두 수비수들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선제 실점 상황에서 수비수 황현수는 최전방에 유일하게 위치하던 사파비 라시드를 놓쳤다. 홀로 수비 진형에 들어온 공격수를 놓친 점은 집중력 부족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순간의 방심으로 라시드가 기회를 잡았고, 황현수와 골키퍼 송범근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골을 내줬다.


두 번째 실점 장면도 집중력이 아쉬웠다. 이번에도 황현수가 라시드의 개인 전술에 당했다. 대인 마크에 강점을 가진 황현수였기에 라시드의 드리블에 한 번에 벗겨졌다는 점은 집중력 부족으로 해석된다. 라시드의 슈팅을 최종 방어해야 할 송범근도 상대 슈팅의 궤적을 미리 판단하고 몸을 던져 어이없게 실점을 허용했다.

수비수들의 집중력 부족은 3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종종 나왔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첫 출장한 중앙 수비수 정태욱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의 공격 시도 자체가 워낙 적었기에 수비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대신 공을 잡고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건네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다.

4년 전 인천에서 선배들이 보여줬던 수비 집중력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광종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결승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달리며 완벽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현수와 김진수가 포함된 포백은 단단했고, 박주호가 중심이 된 중원은 방파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빛났다. 4강전 태국과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와일드카드로 참여한 골키퍼 김승규가 높은 집중력으로 태국 선수들의 기습적인 슈팅을 저지했다. 오른쪽 풀백 임창우는 넘어진 상태에서 머리로 수비를 하는 투지로 무실점에 공헌했다. 객관적 열세인 태국을 상대로 이광종호의 수비수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우수한 공격진을 갖춘 현 대표팀 상황상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회복한다면 의외로 김학범호는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 1골이 매우 치명적인 토너먼트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4년 전 인천을 떠오르게 하는 고도의 수비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고 누적 '김민재 결장', 공격수들의 헌신이 필요

무실점이 간절한 토너먼트 단계지만 첫 관문부터 수비 라인의 대들보 김민재가 빠진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이번 대회 두 번째 경고 카드를 받은 김민재는 경고 누적으로 16강전 출장이 불가능하다.

김학범 감독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장이다. 김민재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성인 대표팀에서도 주전 수비수로 분류되는 자원이다.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수비의 상당 부분 이상이 김민재의 활약에 맡겨져 있었다.

당장의 조별리그만 고려해도 수비수 중에는 김민재가 가장 빛났다. 전방으로 뿌려주는 롱패스는 다소 실수가 있었지만, 수비력 측면에서는 따라올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수비진에 김민재가 빠진다는 사실은 악몽으로 다가올 법하다.

'다 같이 수비한다'는 축구의 대전제 아래 김민재의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김민재를 대신해 출전할 것으로 예측되는 황현수, 조유민 개인의 능력의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미드필드진을 넘어 공격수들의 헌신적인 수비가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측면 공격 자원들이 희생이 요구된다. 말레이사전에 그랬듯 상대는 으레 한국의 측면 공략을 시작으로 득점을 노린다. 보통 한국 축구가 아시아 레벨에서 무너질 때는 허술한 측면 수비가 그 단초를 제공해왔다.

현재 한국의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김진야가 조별리그 3경기 전부를 풀타임 소화했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김진야는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체력적인 문제로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대체자로는 이진현과 이시영이 있는데, 이진현은 미드필더에 가깝고 이시영은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익숙한 자원이다.

결국 김진야가 나오든 그의 대체자가 선발로 나서든 한국의 왼쪽 측면은 불안 요인이다. 때문에 미드필더를 비롯한 측면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측면 수비 가담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공격진들의 헌신적인 측면 수비 지원은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김진야와 오른쪽 풀백 김문환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김학범호의 여정이 낭떠러지 앞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승부차기까지 고려하면 실점하지 않으면 상위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무실점을 이끌어 낼 수비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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